복지장관 "의대 정원 대폭 확대"…의사단체 "근본 대책 아냐"

민생토론회서 '인력 확충' 등 4대 개혁 패키지 공개…증원 규모는 추후 발표
의협·전공의협의회, 의대 증원 강행시 '집단행동하겠다' 조사 마쳐
일각에선 "정부의 선제공격으로 전쟁 시작…모든 수단으로 투쟁해야" 주장

 정부가 '이번에 못 하면 대한민국은 없다'는 각오로 의대 입학정원을 대폭 증원하기로 하면서 향후 의사단체의 반발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의사단체 일각에서는 정부 방침을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1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여덟번째 민생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필수의료가 처한 상황을 '벼랑 끝'으로 규정하며,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보상체계 공정성 제고 등 4대 개혁 패키지를 발표했다.

 다만 민생 토론회 이후 열린 브리핑에서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의사 인력 수급 전망을 토대로 2025년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고 의료 수요 관리, 의료인력 재배치 등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열린 사전 설명회에서도 복지부는 2006년 이후 3천58명에 묶여있는 의대 정원을 이번에는 반드시 늘리겠다고 강조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발표하면 의료계에서 상당히 반발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이번에는 반드시 (증원)해야겠다는 생각이고, 이번에 실패하면 대한민국은 없을 거라 보고 비장하게 각오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박 차관은 "이미 대학마다 인력이나 기자재, 강의실 등 모든 요소를 고려해서 증원 수요를 내도록 했고, 수요에 대한 검증도 거쳤다"며 "이런 부분을 다 고려해서 현장 교육에 차질이 없는 범위에서 정원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마련한 4대 개혁 패키지도 의협 등 의료계와 국민 의견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의대생 증원 등으로 의료인력을 확충할 명분은 충분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박 차관은 "이번 패키지의 전체 내용은 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 등에서 서로 많이 논의한 것들"이라며 "각 지역이나 학회와의 간담회 등 현장 만남만 총 33회 가지면서 현장 의견도 많이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지역 간담회 등에서 중소 규모 병원들은 의료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해왔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도 "작년 1월부터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1년간 해왔고, 가을쯤부터는 1주일에 한 번씩 만나면서 (정책) 패키지를 구체화해왔다"며 "의협을 비롯한 의료계 의견을 반영했고, 아주 구체적인 선에서 합의에 이른 것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의협 등 의사단체들의 반발은 거세다.

 의협은 이미 지난해 12월 '총파업'(집단휴진)에 관한 회원 설문조사를 마쳤다.

 파업 시 현장 파급력이 더 큰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최근 설문에서 응답자의 86%가 의대 증원 강행 시 집단행동에 나설 의사를 보였다는 결과를 공개했다.

 증원 규모 발표가 임박한 상황에서 정부가 다시 한번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들의 단체행동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날 토론회 이후 의협은 입장문을 내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은 무너져가는 필수·지역의료를 육성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며 "정원 확대는 의학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가져오게 될 것이므로 정부는 의협과 의학교육 전문가 단체의 의견을 경청해 정책에 반드시 반영하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결론을 도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인 시위 중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회장 명의의 입장을 내고 '전쟁' 등의 표현을 써가며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현택 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정부의 선제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됐다"며 "(정부는) 필수의료 살리기라는 명분 아래 의사에 대한 악의로 가득찬, 총체적이고 종합적인 압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협은 당장 전국 대표자 회의와 대규모 장외 집회, 그리고 무기한 파업 투쟁을 포함한 모든 투쟁 수단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임 회장은 이날 토론회가 열린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아가 '윤석열 대통령님 십상시들 말만 듣고 국민들 다 죽이실 생각입니까?'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도 했다.

 정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등의 연구와 현재 의료취약지 상황을 바탕으로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천명가량 부족할 것으로 보고, 2025학년도부터 입학 정원을 늘릴 계획이다.

 의대의 학생 수용 역량, 지역의료 인프라, 인력 재배치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원 규모를 결정하고,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 심의기구인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논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발표 시점은 이달 설 연휴(9∼12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증원 폭은 최소 1천명이 될 것이 유력하고, 많게는 2천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는 증원 후에는 네덜란드의 의료인력자문위원회(ACMMP)와 일본의 의사수급분과회를 참고해 인력 수급 정책을 체계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력 수급을 주기적으로 추계하고, 의대 정원 조정 시스템도 구축한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고령화 대비 건보료율 상한 높이는 안 검토…5년간은 괜찮지만
정부가 고령화에 대비해 건강보험료율의 법적 상한인 8%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 향후 5년간은 건강보험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겠지만, 고령화 등으로 의료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는 것이다. 의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급여 의료 행위에 '메스'를 들이대 급여와 비급여가 뒤섞인 혼합진료를 금지하고, 효과성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의료 현장에서 사용할 수 없게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했다. ◇ 적정 수준 건보료율 논의…국고 지원 법률도 개정 정부는 급격한 고령화로 의료비가 급증함에 따라 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건강보험료율 상향 조정과 관련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건강보험료는 법에 따라 월급 또는 소득의 8%까지 부과할 수 있게끔 묶여있는데, 지난해 건강보험료율(7.09%)이 7%를 돌파하면서 상한에 가까워졌다. 올해 건강보험료율은 동결됐다. 배경에는 저출생과 총인구 감소, 저성장 기조 때문에 보험료 수입이 정체돼 재정의 지속성에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 있다. 정부는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적정한 수준의 보험료율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메디칼산업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