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대형병원, 전공의 의존 낮추고 중증환자 중심으로 바꿔야"①

주요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의존도 심각…'전문의 중심' 개편 목소리
전공의 집단사직, 의도치 않게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단초 마련해
"대형병원은 중증환자 집중하고, 경증은 동네 병원으로 가는게 '정상'"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떠난 후 좀처럼 돌아오지 않으면서 국내 의료체계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의가 되고자 수련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의 이탈만으로 심각한 '의료대란'이 벌어진 것은 그동안 전공의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국내 의료체계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역설적으로 상급종합병원의 제 기능을 일깨우고 있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전공의 이탈로 어쩔 수 없이 경증환자를 돌려보내고 중증환자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야말로 상급종합병원의 '정상'적인 모습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공의에게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줄이고, 상급종합병원을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국내 의료체계의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의료대란 부른 '전공의 과의존'…정부 "병원 구조 바로잡겠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그동안 대학병원 등 주요 상급종합병원은 교수나 전문의보다 '값싼' 노동력인 전공의를 대거 투입하며 비용 절감을 꾀해왔다.

 2021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전공의는 상급종합병원 전체 의사 인력의 37.8%를 차지했다.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서울시내 상급종합병원 5곳(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은 전체 의사 인력의 34∼46%를 전공의로 채운다. 서울대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무려 46%에 달한다.

 의료계와 정부 모두 전공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병원의 현 운영 구조가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 과정을 모두 마친 전문의가 병원의 중심이 돼야 하는데, '수련 과정에 있는' 전공의가 현장을 비웠다고 의료체계가 막대한 타격을 입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얘기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대형병원의 전공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게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우리는 이번 사태로 대형병원의 진료체계를 전문의 중심으로 빨리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체계가 뒤흔들리는 현 상황이 오히려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대 증원을 통해 미래의 의사 인력을 확보하면서, 의료기관을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숙련된 진료지원(PA) 간호사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병의원 인력 배치 기준을 개선해 전공의 대신 전문의를 더 많이 채용할 경우 보상을 강화하는 방안도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담았다.

 엄 교수는 "이미 전공의들이 이탈한 상태에서 업무공백 여파는 장기간 이어질 수도 있다"며 "(부족한 인력을) 점차 전문의로 충원하면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 "상급종합병원, 이젠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바꿔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아이러니하게도 3차 병원인 상급종합병원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공의 이탈로 업무 공백이 커지면서 상급종합병원들은 어쩔 수 없이 경증환자를 2차 병원 등으로 돌려보내고, 중증·응급 환자에 집중하고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응급실을 찾은 경증 환자는 지난달 1∼7일 평균 대비 29.3% 감소했다. 반면 중증환자는 평소 대비 변동이 없었다.

 서울시내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예전 같으면 그냥 받았을 경증 환자는 다 돌려보내고, 중증 환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3차 병원이 중증환자에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며 "이는 3차 병원의 제 기능을 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 역시 "지금 강제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며 "현재 대학병원은 중증환자만 볼 수 있고, 나머지는 동네 병원으로 가라고 하는 데 이게 '정상'적인 의료전달체계"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전공의의 집단사직 사태가 종료된 후에도 상급종합병원이 지금처럼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본다.

 경증 환자가 응급실을 예전처럼 쉽게 찾는 모습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의료계에서는 보통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절반 안팎을 위급하지 않은 경증환자로 본다.

 조 원장은 "정부는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며 "중증환자만 보더라도 (3차 병원이) 경영에 전혀 문제가 없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번 사태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동네 병·의원이 경증환자를 보는 분위기가 정착하는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정부는 '위중한 분께 큰 병원을 양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증 환자는 동네 병·의원으로'라는 홍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의료계는 2차 병원과 지방의 공공병원이 의료전달체계의 '허리'로 작동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도권의 한 종합병원장은 "경증환자가 굳이 '빅5' 병원에 갈 필요가 없는데, 이제는 다들 일상처럼 쉽게 간다"며 "각각의 병원이 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대학병원이 백화점식 경영을 하는 게 아니라, 뇌나 간 등 중증질환에 특화해야 한다"며 "지역에 제대로 된 공공병원과 2차 병원을 키워서 대부분의 환자가 지역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지역·필수·공공의료 협의체 출범…지역필수의료법 시행준비
보건복지부는 17개 시도, 국립대병원 등 권역책임의료기관이 참여해 지역필수의료현안을 논의하는 공식 협의기구인 '지역·필수·공공의료 추진전략 중앙·지방 협의체'를 출범했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지역필수의료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까지 지역필수의료 사업 기획, 하위법령 제정 등 준비해야 할 과제가 집중돼 있어 협의체를 통해 중앙과 지방 간 조율 체계를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7일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 주재로 열린 제1차 협의체 회의에는 17개 시도 보건국장과 권역책임의료기관 공공부원장 등이 참석했다. 협의체는 앞으로 복지부 주관으로 월 1회 운영하고, 권역 단위 세부 조율을 위한 5극·3특(5개 초광역권·3개 특별자치도) 권역별 협의체도 이달 중 구성해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협의체는 내년 3월 11일 지역필수의료법 시행과 함께 중앙 필수의료정책심의위원회, 5대 초광역권 협의회, 17개 시도 필수의료위원회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각 시도가 자체 현황에 기반해 사업을 구상하고, 복지부가 제시하는 공통 기본 방향에 따라 지역별 특성에 맞게 투자 비중을 조정하기로 했다. 참석한 지자체 보건국장들은 응급·분만·소아 등 분야별 의료 공백 실태와 지역 특성에 맞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식약처, 덜 짜고, 덜 달게 먹는 '삼삼한 주간' 운영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2회 '삼삼한 데이'를 맞아 오는 25일부터 31일까지 나트륨과 당류를 줄여서 먹는 건강한 식생활 문화가 일상에 정착될 수 있도록 '삼삼한 주간'을 운영한다. '삼삼한 데이'는 '음식 맛이 약간 싱거운 듯하면서도 담백하게 맛있다'는 의미의 '삼삼한(3·3·1)'에서 착안해 매년 3월 31일을 건강한 식생활 실천의 날로 지정한 기념일이다. 이날을 통해 나트륨·당을 줄이고 균형 잡힌 식습관을 확산시켜 비만과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한 K-푸드와 올바른 식생활 실천 문화를 확산하려는 목적이다. 올해는 일상 속 삼삼하게 먹는 문화를 보다 널리 확산하기 위해 '삼삼한 주간'으로 확대 운영하고 해당 기간 업계·학계·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한다. 식약처는 24일 식약처장과 함께하는 '오유경 안심톡톡, 삼삼한 일주일, 평생을 가볍게!' 라이브 방송으로 나트륨·당류 줄이기 비결 등을 공유함으로써 '삼삼한 주간'의 시작을 알린다. 26일에는 나트륨, 당류 등 영양성분을 자율적으로 표시하는 우수 급식시설을 방문해 현장 의견을 청취한다. 28일에는 대한심뇌혈관질환예방학회 춘계 학술대회와 연계하며 29일에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대국민 참여 행

메디칼산업

더보기
삼성바이오에피스, 지투지바이오와 장기지속 비만치료제 개발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에피스넥스랩이 지투지바이오와 미세구체(microsphere) 기반 약물 전달 기술을 활용한 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해당 파이프라인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도입(license-in)해 제품화를 추진하고, 에피스넥스랩은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지속형 약물 전달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이를 위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투지바이오와 장기 지속형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성분 비만치료제를 포함한 후보물질 2종에 대한 독점적 개발권을 갖고 계약금 및 마일스톤을 지급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에피스넥스랩은 장기 약효 지속형 약물전달 기술 플랫폼 구축을 위한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지투지바이오는 이후 신약 후보물질을 포함한 3종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는 우선협상권 보유 조건에도 합의했다. 구체적인 계약 금액 및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지투지바이오가 발행하는 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투자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김경아 사장은 "이번 계약은 환자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