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한달] 떠난 전공의 "환자한테 미안하죠…정부 변하면 돌아갈것" ①

외과 전공의 "정부가 2천명 숫자 버리면 다들 병원에 복귀할 것"
사직한 전임의 "잘못했다고는 생각 안 해…안 돌아갈 것"
"'이기적'이라 매도하지 말고, 우리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달라"

 

편집자 주 = 지난달 19일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전공의들과 정부의 갈등이 극한 대결로 치달으면서 좀처럼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환자 곁을 떠나지 않은 의사들과, 떠난 의사들, 의사 업무 일부를 떠맡게 된 간호사들, 비상상황에서 응급환자 이송을 위해 분투하는 구급대원들 그리고 의료대란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은 환자들의 목소리를 각각 전하는 5꼭지의 기획기사를 송고합니다. 의료대란의 현장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갈등의 골을 메울 작은 단초라도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아무래도 환자들 생각이 많이 나죠. 정부가 전향적 태도를 보이면 환자 곁으로 돌아갈 겁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을 맞으면서 사태의 한가운데 서 있는 젊은 의사들의 마음도 복잡하다.

 정부가 '2천명' 숫자를 버린다면 언제든 돌아갈 수 있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는 수련에 미련이 없어졌다며 고개를 내젓는 의사도 있다.

 ◇ "막막한 건 사실…정부 변하면 환자 곁으로 돌아가겠다"

지방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 3년차 전공의 A씨는 지난달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 달 가까이 '쉬고' 있다.

 A씨를 포함한 전국의 전공의 대부분은 지난달 19일부터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이후 근무를 중단했다.

 그는 얼마 없다는 '귀한' 외과 전공의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일만 하는 생활을 이어왔던 탓에 예기치 못한 휴식이 어색하기만 하다고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공의들의 주 평균 근로 시간은 77.7시간이다. A씨가 근무했던 수련병원의 외과 전공의는 2명이었다.

 A씨는 "외과를 선택했다는 건 기본적으로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보람을 크게 느낀다는 건데, 이렇게 현장을 떠나보니 막막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돌보던 환자들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A씨는 사직 후에도 가까웠던 교수를 만나 환자들 얘기를 종종 듣는다.

 그는 "가장 최근까지 주치의를 맡았던 말기 유방암 환자가 못내 신경 쓰인다"며 "완치가 불가능해 증상을 완화하는 '고식적 항암치료'만 받는 분이었는데, 옆에서 계속 함께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리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 '숫자'에 타협 가능성을 열어두고,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 정책을 구체화한다면 돌아가겠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의사로서의 삶은 이어갈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서 필수의료 수가 인상을 위해 1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내용을 담은 데 대해서는 '구체성'이 없다며 의구심을 드러냈다.

 A씨는 "(정부가) 수가를 어떻게 올릴 건지에 대한 대책도 없는 것 같고, 증원 숫자에 대해서도 절대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느냐"며 "지금 정부는 그저 고집불통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태도가 바뀌면 저는 돌아갈 것이고, 제 주위 동료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불안하지만, 잘못했다는 생각은 안 해…돌아가지 않겠다"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복귀 여부가 달렸다는 A씨와 달리, 이제는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젊은 의사도 있다.

 정부와 의료계가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의사를 향한 곱지 않은 시선과 여론을 온몸으로 체감한 영향도 적지 않다.

 아내가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전공의로 일하다 그만뒀다는 의사 B씨는 "(아내가) 한 달 전과 달리 이제 복귀할 생각은 전혀 없고, 요즘에는 사직서가 어떻게 수리될 수 있을지만 열심히 연구한다"며 "아예 포기했다"고 전했다.

 전공의 현장 이탈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에 실망해 사직 결심을 더욱 굳혔다고 한다.

 B씨는 "전공의는 월급도 상대적으로 적고, 환자로부터의 소송 위험도 있었는데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 때문에 버텼던 것 같다"며 "이렇게 욕만 얻어먹는다면 누가 전공의를 하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임의로 일하다 사직했다는 C씨는 의사를 향한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최근 의사들 커뮤니티에서 병원에 남아있는 전공의를 색출하려는 듯한 글이 올라와 논란이 벌어진 데 대해서도, '일부의 일을 전체로 호도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

 그는 "어디 가나 과격하고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은 있지 않으냐"며 "일부는 그럴 수 있어도, 90% 이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직을 번복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C씨는 "남아있는 의사들은 우울하고, 떠난 의사들은 불안한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며 "그래도 우리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돌아갈 생각도 없다"고 했다.

 이어 "가만히 쉬다 보니 환자한테 멱살 잡히고 욕먹은 기억부터, (환자들의) 따뜻한 칭찬까지 다 떠오른다"며 "우선은 그냥 좀 쉬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 '빅5' 병원에서 전임의를 하다 재계약을 거부하고 나왔다는 D씨는 교수직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현재는 동네 병원에서 월급 받는 '페이닥터'로 근무 중이다.

 그는 상급종합병원에서 교수직을 맡아 중증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었지만, 이번 사태를 겪으며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D씨는 "대학에 남아서 교수하는 게 개원하는 것보다 돈은 못 벌어도 명예와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며 "환자들도 뒤에서 다 욕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있는 의사들이 내는 의견을 '이기적'이라고 매도하는 순간 아무도 목소리를 내려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의사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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