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두달] ③"해도 해도 너무해"…불안한 환자들, '조속해결' 간절 호소

"의사들, 불리할 때마다 국민 목숨 볼모로" "정부도 소통않고 강경대응만"
"5월초 넘어가면 의료대란 넘어 재앙"…전문가들, 사회적 협의체 구성 촉구

 길어지는 의료 공백의 직접적 피해는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인맥과 정보망을 총동원해 간신히 수술 일정을 잡은 환자들은 이마저도 연기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하루하루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의료계를 비롯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부와 의료계 상호 간의 양보와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하고 있다.

 ◇ 치킨게임에 분통 터지는 환자들 "일상생활이 안 된다"

 최근 경기 성남시의 한 2차 병원에서 유방암 소견을 받은 40대 여성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수년간 치료받을 병원을 선택해야 하는데 의료공백 장기화로 인해 집 근처 3차 병원이나 대학 부속·협력병원에서 진료 및 수술 일정을 잡기가 어려워서다.

 성남 분당서울대병원은 아예 진료받을 수 없고, 인근 2차 병원인 분당 차병원은 진료는 바로 가능하나 수술은 미뤄질 수 있다고 알려왔다.

 A씨는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 때문에 애써 잡아놓은 진료와 수술 일정이 갑자기 연기되지는 않을지 불안하다"며 "병세가 더 나빠지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할 텐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임신 30주 차에 접어든 30대 B(경기 성남시) 씨도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달까지 경부 열림 등 증상으로 성남시 한 2차 병원 위험 임산부 실에 입원해 있었던 B씨는 조산할 경우 의료진 부족 사태로 본인과 아이가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싸여 있다.

 뇌동맥류를 앓고 있는 김 모(53·충남 논산) 씨는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재 상황에 분통을 터뜨렸다.

 "총선이 끝나면 전공의들도 돌아올 줄 알고 매일 열심히 뉴스를 확인했다"는 김씨는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정부나, 군 복무 기간을 줄여 달라는 전공의들을 보고 있으면 둘 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대전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뇌혈관 조영술을 받고 수술이 시급하다는 전문의 진단을 받았지만 치료는 요원한 상태다.

 사돈에 팔촌까지 온갖 인맥을 동원한 끝에 그는 먼 친척이 근무하는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수술이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불안하다.

 그는 "경과를 꾸준히 지켜봐야 해 되도록 집 근처에서 수술받고 싶었는데 두 달도 넘게 면담조차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경기도로 올라가야 할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0월 대전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 최근까지 입원상태에서 항암치료를 이어왔던 50대 환자는 정부가 나서서 의료진을 압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적절한 치료를 못 받아 숨지거나 상태가 악화한 환자들이 전국적으로 수천 명은 족히 넘을 것 같다"는 그는 "의사들이 불리할 때마다 국민 목숨을 볼모 삼는 행태를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초 건강검진에서 유방암 판정을 받은 30대 C씨는 다음 달 말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술받기로 했다.

 서울에 있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수술하고자 했지만 병원으로부터 "이번 사태가 끝나면 다시 연락을 달라"는 대답을 듣고는 예약조차 포기했다.

 의료진과의 협의 끝에 가까스로 수술 날짜를 정했지만 이마저도 전공의 집단 이탈 장기화로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C씨는 "사실상 넉 달 동안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데 종양 크기가 커서 그동안 전이가 진행되지는 않았는지 걱정돼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다"며 "다른 대학병원도 알아봤지만 수술이 밀려 기본 서너 달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고 심지어 다섯 달을 기다려야 한다는 병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 "장기화하면 재앙…정부-의료계 한발짝씩 양보해야"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전문가들은 사태가 장기화하면 피해는 재앙에 가까울 것이라며 의료계와 정부 양측 모두의 양보와 타협을 주문했다.

 또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향후 비슷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환자 피해를 최소화할 제도적 장치 마련도 제언했다.

 윤석준 고려대 보건대학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공의 수련 일정상 이번 사태가 4월이 넘어가면 그 이후 전공의들 복귀는 더 요원하다"며 "4월 말 5월 초가 넘어갈 때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1년 이상 사태가 장기화해 의료 대란을 넘어 재앙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는 합의가 되기 어렵고 시간만 지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제도 유예나 전면 재검토 등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창규 충주시의료원장도 정부와 의료계가 한발씩 양보해 하루빨리 원만한 합의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는 환자 옆을 떠나면 안되지만 정부도 소통하지 않고 강경 대응하고 있어 의사들이 그런 마음을 먹게 하는 것 같다"며 "의대 증원 숫자만 가지고 타협하지 말고 지역 의대생을 선발할 때 해당 지역에서 근무를 의무화하는 등의 실질적인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정책을 결정할 때는 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운용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회 대표는 "(여당이) 이번 총선에서 참패함으로써 의료 개혁을 추진할 동력이 많이 약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국민들은 고통을 많이 받고 있으며 불안감 또한 심각한 상황인데 정부와 의료계가 당장은 타협할 것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주권자인 국민이 중심에 서야 한다"며 "방법론적으로는 당사자인 정부와 의사는 물론 시민사회, 국회까지 힘을 모아 협의체를 구성하는 게 타당한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향후에도 이러한 사태로 환자들이 생명을 잃는 등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정부와 국회는 의료인의 집단행동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과 법률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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