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5달' 대화도 처벌도 못해…"언제까지 참나"

'유화책' 한달 지나도 공식대화 없어…'사직처리' 정부-병원 서로 눈치보기
교수들은 현장 영향 '미미'한 집단행동 엄포…정부는 '결단' 못하고 '고심'만
정부 내주 '비복귀자 처분' 발표 주목…시민단체 "빨리 상황 수습하고 개혁 집중해야"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다섯 달이 다 돼가는데도 의료공백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의대 증원이 확정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정부는 의료계와 제대로 된 대화도, 그렇다고 비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도 결정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의대 교수들은 '휴진'이나 '진료 재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집단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성난 환자들은 거리에까지 뛰쳐나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다음 주 비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지만, 사태를 일단락 지을 구체적인 결단이 담겨있을지는 미지수다.

 1만3천756명 중 1천104명이 근무 중인데, 정부가 이탈 전공의에 대한 유화책을 발표(6월4일)하기 직전인 지난달 3일보다 겨우 91명 늘었다.

 정부는 유화책으로 복귀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중단'하고 비복귀자에 대해서는 수련병원이 사직서를 수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지난 5일 9명이던 사직자 수는 61명으로 52명 늘었을 뿐이다.

 유화책이 이탈 전공의들에게 먹혀들지 않은 것은 행정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중단'하면 다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전공의들 사이에서 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직서가 수리돼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에 대한 처분은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사직서 수리가 의사면허 정지 처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확산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 발표도 복귀 혹은 사직을 망설이던 전공의들이 다시 '탕핑'(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중국 신조어)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의 휴진은 의료현장에 큰 혼란을 주지 않은 채 닷새 만에 끝났지만, 의대 교수들의 휴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부터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을 하고 있고, 고려대 의대 소속병원은 오는 12일부터, 충북대병원은 26일부터 각각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4일부터 '진료 재조정' 중이다.

 '무기한 휴진', '휴진' 혹은 '진료 재조정'으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은 미미한 수준이다. 직접 진료가 연기되는 불편보다 언제 진료가 늦춰질지 걱정하는 불안이 환자들을 옥죄고 있다.

 ◇ 범의료계 특위 출범했지만 '반쪽짜리'…의정대화 '물꼬' 안 터져

 의료계가 범의료계 특위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위'(올특위)를 출범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의정 대화의 물꼬는 좀처럼 터지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달 20일 의대 교수, 전공의와 의대생, 지역의사회를 세 축으로 하는 올특위를 출범했다.

 올특위가 정부가 대화의 조건으로 요구해온 의료계의 공통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출범 후 보름이 지났는데도 공식적인 의정 대화는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 특위가 됐기 때문이다. 올특위는 일부 대학의 휴진에 대해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수준 외에는 기대를 모았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물밑대화를 하고 있지만, 공식 대화로 가는데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전공의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꼼짝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이번에도 전공의와 의대생을 기다리면서 대화의 타이밍을 놓치게 될 공산이 크다.

 정부와 의료계는 이번 의료공백 사태 내내 서로를 향해 공세만 펼쳤을 뿐 대화의 테이블에 마주 앉지 않았다. 총선 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한 차례 만났을 뿐이다.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지 못하고 고심만 계속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법원이 의대증원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리고, 정부가 내년도 정원을 확정했는데도 의료공백 사태에 일단락을 맺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6월 말까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사직 처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수련병원들은 정부의 명확한 지침을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 병원이 서로 책임을 떠미는 상황에서 다시 의료공백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는 셈이다.

 ◇ 다급한 환자들 '부글부글'…비복귀 전공의 처분, 구체적 '결단' 나올까

 이번에도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를 '모색'만 하며 허송세월하자 환자들의 분노는 인내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4일에는 환자와 보호자가 일반 시민과 함께 거리로 나와 직접 정부와 의료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 92개 환자단체는 400명가량이 모인 가운데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었다.

 회원들이 질병을 짊어지고 있는 환자나 그 보호자인 만큼 환자단체가 이렇게 대규모로 집회를 여는 경우는 드물다. 참가자들은 '환자없이 의사없다, 집단휴진 중단하라', '반복되는 의료공백, 재발방지 입법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 단체는 지난달 중순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환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지만, 누구도 환자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 이 상황이 애초에 왜, 무엇을 위해 시작됐으며 환자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묻고 싶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조만간 내놓은 비복귀 전공의 처벌 방안이 의료공백 사태에 매듭을 지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8일 비복귀자를 어떻게 처분할지 방침을 내놓고, 수련병원에 비복귀자에 대한 사직처리를 완료해줄 것을 재차 촉구할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수련병원들에 일정 시점까지 하반기(9월) 전공의 추가 모집을 앞두고 전공의 현원을 확정해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임용시험 지침에 따르면 각 대학 수련평가위원회 사무국은 9월 1일부터 45일 전, 즉 7월 중순까지 모집 대상과 일정 등을 확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수련병원은 얼마만큼 인원이 부족한지 파악해야 한다.

 다만 정부가 비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벌과 관련해 명확한 방침을 정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전공의들이 대치를 이어가는 현재의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남은경 경제저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정부가 상황을 빨리 정리해서 돌아올 전공의는 돌아오고, 떠날 전공의는 다른 의료현장에서 일할 수 있게 정리해야 한다"며 "빨리 상황을 수습하고 의료개혁에 집중해 전공의가 없다고 대형병원이 흔들리는 시스템을 바꾸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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