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병원 중환자 비율 50% 이상…일반병상 최대 15% 감축

상급종합병원, 동네병원과 경쟁 탈피하도록 '대수술'
"중증환자 집중할수록 보상 더 많이"…수술단가 대폭 올리고, 당직수가 신설
병원장이 의료사고 예방 책임지고, '환자 대변인'이 사고 피해자 도와

 정부가 '빅5' 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에 대한 '대수술'에 나섰다.

 큰 틀에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에 집중하고, 동네 병원은 경증환자에 집중하도록 한다. '빅5 쏠림'을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상은 최대 15% 줄이고, 중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늘린다. 대신 중증수술 수가를 대폭 올리고, 당직 수가를 신설하는 등 중증환자 치료에 성과를 올리수록 보상을 더 많이 받도록 한다.

 의료사고에 따른 환자와의 갈등을 줄이고자 병원 내 의료사고 예방 책임을 병원장이 맡는다. '환자 대변인'이 신설돼 의료사고 피해자를 돕는다.

 ◇ '동네의원과의 경쟁' 탈피…상급종합병원 구조 바꾼다

 정부는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를 열고 오는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처치 난도가 높고 생명이 위중한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노연홍 의개특위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적어도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을 50% 이상으로, 가능하면 많이 늘려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현장과 많은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수치가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이전까지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은 39% 수준이었고, 전공의 사직 이후 비상진료체계에서는 45%로 늘었다.

 정부는 시범사업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입원료, 중증수술 수가 등 보상을 대폭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이 본래 기능에 적합한 진료에 집중할수록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성과 기반 보상체계'를 도입한다.

 노 위원장은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빈도가 70% 이상인 중증·고난도 수술 행위 중 저보상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분석 중"이라며 "저평가 여부, 중증도, 생명과의 직결도 등 우선순위에 맞춰 (보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응급 진료를 위한 당직 등 의료진 대기에 대해서도 최초로 시범 수가(당직 수가)를 도입해 보상한다.

 진료협력병원을 지정해 상급종합병원과의 시너지도 높인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병의원과 협력해 환자 중증도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도록 구조를 전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세한 의사 소견과 진료기록이 첨부된 전문적 진료의뢰 절차를 강화하고,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회송한다.

 필요한 경우 상급종합병원을 대기 없이 이용(패스트트랙)할 수 있도록 하는 진료협력체계도 강화한다.

 ◇ 상급종합병원, 일반병상 최대 15% 줄인다…"중증환자 집중"

 상급종합병원이 병상 규모 확장보다는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하기 위해 적정 병상을 갖추도록 개선한다. 상급종합병원의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도 검토한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이 지역 병상 수급 현황, 현행 병상수, 중증 환자 진료실적 등을 고려해 병원별로 시범사업 기간(3년) 안에 일반병상의 5∼15%를 감축하도록 할 계획이다.

 설립이 예정된 수도권 신설 병원에 대한 병상 조정은 이번 특위 회의에서 논의하지 않았다.

 다만 정경실 의료개혁추진단장은 브리핑에서 "특위에서 큰 틀의 의료전달·이용 체계 개편 방향 논의도 시작했고, 그 안에서 (신설) 병상 관리에 대해서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안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내달 제6차 특위에서 최종안을 발표, 9월 중 사업에 착수한다.

 시범사업 재원은 건강보험 재정이며, 전공의 수련 지원 등은 정부도 지원한다. 재정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다.

 시범사업 이후 제6기 상급종합병원이 지정되는 2027년부터는 본사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선한다.

 '상급종합병원'이라는 명칭이 서열을 암시하고, 의료전달체계상 최종 치료를 맡는 역할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 등을 고려 명칭 개편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병원이 제 기능에 적합한 중증 진료를 더 많이 볼수록 유리하도록 '전체 환자에서 고난도 전문진료질병군이 차지하는 비율'의 하한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 병원에 '환자 대변인' 두고, 병원장이 의료사고 예방 책임

 정부는 소송이 아닌 대안적 분쟁 해결 제도로 시행해온 '의료분쟁 조정' 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조정 제도는 의료사고 직권 조사와 의학적 감정 등을 통해 사고의 실체를 파악하도록 지원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120일 이내에 조정·중재해 피해자를 구제한다.

 정부는 우선 의료사고를 예방하고자 의료기관에 설치하게 돼 있는 '의료사고 예방위원회'의 위원장을 병원장이 당연직으로 맡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망 등 중대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환자-의료인 간 갈등을 줄이도록 사고 경위 설명, 위로·유감 표시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사고 원인이 규명되기 전 의료진이 환자에게 유감을 표시하거나 사과할 경우 향후 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사과를 꺼리는 현상을 고려한 것이다.

 또 의료사고 초기부터 피해자 관점에서 상담하고 도움을 주는 '환자 대변인제'(가칭)를 신설하는 등 조정 과정 역시 혁신한다.

 편향성 논란이 있어 온 의료 감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위원 구성을 무작위 배정으로 바꾼다.  의료인 감정위원 명단도 300명에서 1천명 규모로 대폭 늘려 사망 등 중대사건 '교차 감정'을 강화한다.

 이 밖에 정부는 2028년까지 '10조원 + α'를 투입하기로 한 필수의료 투자 강화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정부는 이 계획을 바탕으로 고난도 수술 등 공급 부족 분야에 5조원, 분만 등 수요 감소 분야에 3조원, 진료 연계협력 분야에 2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5·3·2' 투자 지침을 수립해 현재까지 1조2천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노연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은 "특위는 근본적 구조개혁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흔들림 없이 추진해 구체적 개혁방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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