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전공의 이탈 대형병원만 타격?…1분기 건보수지 '적자'

누적 적립금 26조8천256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감소

 올해 1분기 건강보험 재정이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보험료로 들어온 수입보다 병의원 등 요양기관에 요양 급여비로 나간 지출이 더 많았다는 말이다.

 올해 초부터 정부의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일부 대형 수련병원 중심으로 '비상 경영'에 들어가는 등 타격을 입은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예상밖에 의료계 전반으로는 마치 무풍지대처럼 경영상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뜻이다.

 ◇ 1분기 당기수지 1조1천721억원 적자…경영난 수련병원에 요양 급여비 선지급 등 영향

 [2024년도 건강보험 재정 현황]

현금흐름 기준, (단위 : 억 원, %)

 

구 분 2024년
1분기(A)
2023년
1분기(B)
  전년 대비
(A-B) 증가율
총수입 217,577 195,370   22,207 (11.4)
총지출 229,298 222,769   6,529 (2.9)
당기수지 △11,721 △27,399   15,678 (57.2)
누적 수지 268,256 211,302   56,954 (27.0)

 

 다만 올해 1분기 누적수지(누적적립금)는 26조8천256억원 흑자로 작년 말(27조9천977억원)보다는 비록 1조1천721억원이 줄어들었지만, 아직 건보 곳간은 넉넉한 편이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지난 2월 20일 근무지를 이탈한 후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주요 병원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들 병원은 일제히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 대응하고 있지만, 현 상황이 지속하면 줄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마저 느끼며 두려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진료와 수술이 급감하면서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 못 할 수준이라고 토로한다.

 주요 병원은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행정직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나 희망퇴직 신청도 받는 등 비용을 줄이려고 애쓰는 한편 차입금을 늘리면서 버티고 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전공의 이탈로 어려움에 부닥친 수련병원에 건강보험 급여비를 미리 지급해 '숨통'을 틔워주는 등 지원하고 있다.

 건보 급여비 선지급은 정산이 완료되기 전 일정 규모의 급여비를 우선 지급하고, 추후 실제 발생한 급여비에서 다시 정산하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건강보험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당기수지 적자를 보인 데는 이처럼 정부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경영난에 빠진 수련병원을 지원하고자 요양 급여비를 먼저 지급한 것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환자들이 대형병원보다는 동네 병의원으로 발길을 돌려 진료를 받으면서 의료계 전체적으로 그다지 경영 손실을 보지 않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 올해도 건보재정 흑자 전망되지만…저출생·고령화로 중장기적으로 앞날 밝지 않아

 이처럼 올해 1분기 당기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당국은 지난해에 이어 올 한해 건보 재정도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본다.

 올해 초 나온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년)'에서 보건복지부는 올해 건강보험료율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소득의 7.09%)에서 동결된 상황에서 의료서비스 제공 대가(수가)가 작년과 같은 수준(1.98%)으로 인상되고, 정부지원금이 12조2천억원 들어온다는 가정 아래 올해 건보재정을 추산했다.

 추산 결과, 올해 건보 총수입은 보험료 수입과 정부 지원 등으로 98조8천955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반해 요양 급여비(진료비)와 관리운영비 등으로 나갈 총지출은 96조2천553억원에 머물면서 올해 건보재정은 2조6천402억원의 당기수지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이런 전망처럼 올해 건보재정이 흑자를 보일 경우 건보 누적 적립금은 30조6천379억원에 이르게 된다.

 지급 준비금으로도 불리는 누적 적립금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을 충당하거나 단기 유동성 악화로 지출할 현금이 모자랄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올해 건보재정이 흑자이면 4년 연속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건보재정의 앞날이 밝지는 않다.

 경제 불확실성과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로 보험료 수입이 줄어들고, 노인인구 증가로 의료비 지출이 늘면서 건보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 회복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내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이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다.

 당장 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건보재정은 2026년부터 당기수지 적자로 전환해 적자 폭이 갈수록 커지면서 악화한다.

 건보 당국은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이고자 지속해서 지출 효율화를 추진하고, 적정 보험료율 인상과 국고 지원 확대 등으로 수입 확충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하고 의료서비스의 과잉 공급을 조절하는 등 운영·관리체계도 개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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