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없는 병원 '새그림' 나온다…'전공의 없이 상급종합병원 운영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복귀할 전공의 적다' 중론
정부, 8월 말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 최종안 확정 계획

 하반기 모집을 통해서도 대다수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전공의 없이도 상급종합병원이 운영되도록 하는 구조 전환 방안을 내달까지 확정한다.

 의대생들까지 내년도 의사 국가시험(국시)에 10% 남짓만 원서를 접수함에 따라 신규 의사 배출이 사실상 중단될 것으로 보여 정부는 전공의 비중을 확 줄인 의료체계 구축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전공의 인력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몸집을 키워온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으로 바꿔 중증·응급 진료에 집중하게 할 방침이다.

 전공의 수련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심의기구인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가 정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인원은 7천645명이다.

 정부가 9월 수련에 지원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이 늦어지지 않도록 특례를 적용하기로 했으나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전공의는 극소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공의 대다수는 수련병원에 돌아오기보다 일반의로서 개원가로 나가거나 입대 등 다른 길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수련병원이 모집 공고를 냈지만, 채용 과정에서 병원 재량에 따라 자격이나 역량 미달 등을 이유로 전공의를 채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이 19∼25일 전국 의대 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하반기 전공의 모집 설문조사' 결과, 설문에 참여한 의대 교수 3천39명 중 50.2%(1천525명)는 하반기 모집에서 전공의를 아예 뽑지 않겠다고 답했다.

 서울 대형병원을 일컫는 '빅6'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진행되고 있으나 보건복지부 담당자들조차 사직 전공의들의 복귀율은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도 대다수가 국시에 응시하지 않기로 해 전공의 배출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26일까지 의사 국시 실기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의대 본과 4학년 3천여명의 5% 수준인 159명만 원서를 냈다.

 전년도 국시 불합격자와 외국 의대 졸업자들까지 포함해도 내년 시험 원서 접수자는 346명에 불과하다.

 ◇ 정부, '비상진료체계' 바탕으로 '전공의 없는 병원' 구조 전환에 속도

 정부는 의사 배출 '절벽'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상급종합병원의 구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8월 말께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방향의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가동한 비상진료체계를 바탕으로 병원 구조의 '새 판'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인력 구조 측면에서 병원이 전문의 등 숙련된 인력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의사, 간호사 교육·훈련을 시행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당직 근무를 '젊고 값싼 노동력'인 전공의를 중심으로 돌렸다면, 앞으로는 전문의와 진료지원(PA) 간호사로 팀을 꾸려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PA 간호사는 간호법 제정을 통해 제도화한다.

 정부는 이런 방식으로 국내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 10명 중 4명가량에 달하는 전공의 비중도 단계적으로 줄인다.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국 병원에서 전공의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에 불과하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요구 사항 중 하나인 근무 여건 개선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공의 근로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60시간으로 줄이고, 쉬지 않고 연속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도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한다.

 또 지도전문의를 확충하는 등 수련도 내실화하고, 수련 비용 지원 등 국가 책임도 강화한다.

 정부는 수련생인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희귀질환에 집중하는 진료 체계도 확립할 계획이다.

 응급, 심뇌, 외상, 고위험 분만 등 필수의료 분야를 강화하는 한편 일반병상은 최대 15%까지 줄인다.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환자는 진료협력병원으로 보내고, 경증환자는 의원급에서 담당하도록 진료협력체계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상급종합병원의 무분별한 병상 확장을 막기 위해 병상당 전문의 기준 신설을 검토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미국 존스홉킨스병원의 겅우 10병상 당 전문의 수가 21.7명인데, 국내 병원들은 가장 많은 경우가 4.8명인 수준이다.

 정부는 전공의 중심에서 벗어나 인력 구조를 전환한 상급종합병원에는 중증 중심으로 수가(의료서비스 대가)를 인상해줄 계획이다.

 ◇ 병원 구조 전환, 전공의 국가책임에 드는 재정 조달이 관건

 정부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전공의 국가 책임 등 의료 체계의 청사진을 내놨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는 자금 조달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전문의의 인건비가 전공의보다 훨씬 높은 데다, 경증 환자 진료를 줄일 경우 당장 병원의 수익도 줄어들어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

 의료계에서는 특히 국가가 전공의 수련을 책임지는 데 수조원의 재정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박용범 대한의학회 수련교육 이사는 26일 열린 제1차 전국 의사 대토론회에서 "때마침 정부가 전공의 국가 책임제를 주장하는 상황이므로 지도전문의 확보, 피교육자의 교육 시간 확보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4년 기준 미국 정부는 전공의 수련에 연간 3∼4조원을 투입하는데, 민간 보험사가 전공의 교육에 쓰는 7조원까지 합하면 국가와 민간보험사가 연간 10조원을 지원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전공의 급여와 교육훈련비, 지도전문의 교육비를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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