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졸업 직후 개원' 막는 진료면허 검토…의사들 거센 반발

이르면 이달말 의료개혁안 발표…"의대 졸업 후 추가 수련과정 거쳐야"
의사들 "의료체계 대혼란…의사 배출 급감할 것" 반발
'의료사고 발생시 의료진 설명'도 법제화 추진

 정부가 의사 면허만으로 개원과 독립진료 역량을 담보할 수 없다며 향후 '진료 면허'(가칭)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겪는 민·형사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의료사고 설명 법제화' 등 환자-의료진 소통 기반도 마련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의료개혁 추진상황 브리핑에서 "의료법 제정 당시의 면허 체계가 (바뀐 것 없이) 이어져 왔고, 독립적 진료 역량을 담보하는 데 미흡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하지만 의사들은 진료면허가 의사 배출을 막는 잘못된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의사 되자마자 바로 개원시 환자 안전 우려"…정부, 진료면허 도입 검토

 우리나라의 현행 의료인 양성체계를 보면 의대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하면 곧바로 의사 면허를 받는다.

 의사 면허가 있으면 수련의·전공의를 거치지 않고도 일반의로 독립 진료를 할 수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받은 해에 바로 일반의로 근무를 시작한 비율이 2013년 약 12%에서 2021년 약 16%로 높아졌다.

 별도 수련 과정 없이 의사가 되자마자 바로 진료를 시작한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복지부는 임상 수련 강화와 연계해 '진료면허'(가칭) 도입을 검토한다. 이런 면허 혁신 방안은 올해 2월 공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담겨 있었다.

 최근 열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공개 토론회에서도 인턴을 독립적 임상의사로 양성할 수 있도록 평가·인증 후 별도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영국에서는 의사들이 의사 면허와 별도로 진료 면허도 따야 한다. 캐나다에서도 졸업 후 2년간의 교육을 거쳐야 면허를 받을 수 있다.

 강슬기 복지부 의료인력혁신과장은 "환자의 안전을 고려했을 때 6년간 의대 교육 과정만 이수하고 바로 독립적으로 개원하거나 진료할 경우 환자 안전이 우려된다는 말을 의료계에서도 많이 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에 2011년쯤부터 대한의학회나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에서도 수련 제도와 연계해 진료면허 도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줬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변호사도 합격 후 6개월간은 수임을 제한하는 부분을 고려했을 때 의사도 독립진료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진료면허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에서 비판하는데, 정부는 수련 혁신이나 투자 강화를 통해 수련다운 수련이 되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해외 사례를 봐도 의대 졸업 후 추가 수련을 마친 뒤 독립진료 자격·면허를 따야 개원도 하고, 의료기관에 채용도 된다"며 "수련을 거쳤을 때 독립진료 역량을 갖추게 하는 목표 아래 교육 기간이나 프로그램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밖에 복지부는 보건의료 인력 수급 추계 시스템을 구축해 이를 대학 정원과 연계하고, 지도전문의의 일대일 지도, 다기관 협력 수련 등 수련 혁신 및 국가투자 강화, 지역 수련병원의 상향 평준화 등도 추진한다.

 ◇ 의협 "의료현장서 의사들 내쫓는 정책…환자 보는 의사 급감할 것"

 의사 사회에서는 진료 면허를 두고 수련기간 연장에 따른 전공의 착취, 개원 제한, 의료취약지에서의 의무 복무 등을 꾀하는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의대 졸업 후 개원의로 바로 나서는 것도 힘들게 돼 의사들의 반발이 거셀 전망이다.

 정부가 진료면허 도입 카드를 꺼내자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즉각 반발했다.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을 쫓아내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진료면허는) 현행 면허 제도를 사실상 폐기하는 것으로, 현행 제도를 바탕으로 정립된 일반의·전공의·전문의·전임의 제도를 모두 어긋나게 해 의료 체계에 극심한 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 보는 의사 배출이 급감할 것"이라며 "현장에 환자 볼 의사가 없어서 2천명 늘리자고  하는 정부가 지금 당장 현장에 나올 의사를 막고 쫓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진료면허 제도는 헌법상 직업 수행의 자유와 신뢰 보호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런 문제가 많은 정책을 의협의 참여 없이 진행하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끌고가는 것이 맞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하는 의사들을 향해 "특위에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의협) 회원 여러분은 참여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 설명 법제화…사고처리특례법 도입

 복지부는 의료사고 안전망을 확보하고자 의료사고에 관한 설명을 법제화하는 등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호주 등에서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을 촉진하기 위한 지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미국 미시간대학 의료원에서는 '의료사고 소통법'(disclosure law)을 도입 후 월평균 소송 건수가 2.13건에서 0.75건으로 줄었다. 소송 관련 평균 비용도 16만7천달러에서 8만1천달러로 줄었다.

 강준 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은 "단순히 의료사고에 관해 설명하라는 의무를 부여하기보다는 어떻게 해야 환자들이 더 쉽게 사고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을지 등 분쟁 해결 과정의 신뢰도를 높이는 체계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또 향후 분쟁 해결 제도인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전면 혁신한다.

 의료분쟁조정제도는 2012년 도입된 것으로, 의료 과오에 따른 소송 1심의 경우 평균 26개월이 걸리는 반면 이 제도를 통한 조정은 평균 3개월만 소요된다.

 2019∼2023년 사망 등 중상해 분쟁 조정 성공률은 55.7%를 기록했다.

 강준 과장은 "'환자 대변인' 신설을 통해 환자 조력을 강화하고, 불복 절차 신설 등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의료사고 배상보험(민간)과 공제(공공)를 확충하고,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을 현실화하는 한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통해 형사 특례도 법제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의사협회가 의료개혁 특위 논의를 중단하지 않을 경우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한 것을 두고는 "의료계 관계자분들과 소통하면서 특위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며 "장외에서 투쟁하지 마시고 특위 논의의 장에 들어오셔서 같이 해결 방안을 마련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 의평원, 증원 의대 평가 기준 49개로 소폭 축소…대학 부담 여전

 한편 의대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은 이날 오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10% 이상 증원된 30개 대학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주요변화평가 계획을 안내했다.

 지난달 30일 한 차례 설명회 이후 수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평가 기준이 지난달 51개에서 수정안에서 49개로 줄어들었을 뿐, 당초대로 주요변화 계획서 제출 기한이 11월 말로 유지되는 등 큰 변화는 주지 않았다.

 지난달 의평원 설명회 후 대학들은 평가 기준이 기존(15개)보다 대폭 확대되고 계획서 제출 기한이 빠듯해 부담을 호소해왔는데, 여전히 대학 입장에선 평가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오늘은 설명회를 했을 뿐 주요변화 계획안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확정안과 관련한 의평원 대응에 따라 교육부 조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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