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초파리는 암컷에게 구애하며 짝짓기를 시도하는 동안 뇌에서 도파민이 증가하면서 시각적 위험 감지 경로가 억제돼 천적 접근 같은 신체적 위협에 무감각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 캐롤리나 레자발 교수팀은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서 짝짓기를 시도하는 초파리 수컷의 뇌를 관찰, 암컷과 교미가 가까워질수록 도파민이 감각 경로를 차단해 위협을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일 밝혔다.
레자발 교수는 "우리는 매일 기회와 위험의 균형을 맞추는 결정을 하는데 이때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며 "이 연구는 이런 결정에 도파민이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초파리 뇌신경 네트워크를 통해 밝혀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구애가 진행돼 교미에 가까워지는 상황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에는 초파리 수컷의 뇌에서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면서 시각적 위협 감지 경로를 차단, 위협에 대응하는 능력을 감소시키고 짝짓기에 집중하도록 만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레자발 교수는 "이 연구는 짝짓기에 가까워지면 초파리가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뇌에서 활성화되는 신경 경로를 통해 기회와 위험의 균형을 맞추는 결정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공동 연구자인 베를린 자유대 리사 슈네만 박사는 이것은 사람의 경우 등산을 할 때 날씨가 변하고 상황이 위험해져도 정상에 아주 가까이 접근했다면 종종 위협을 무시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레자발 교수는 "이 연구는 구애가 진행됨에 따라 증가하는 도파민이 주변을 인식하는 감각을 차단하고 당면 과제인 짝짓기에 집중하게 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것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일반적인 의사 결정 메커니즘인지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출처 : Nature, Carolina Rezaval et al., 'Mating proximity blinds threat perception',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8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