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을 100일 안에 만드는 방법…정부, 9개 병원체 선정

팬데믹 바이러스 상정해 라이브러리 구축

 최초의 코로나19 백신이 착수 11개월 만에 개발된 데 이어, 이제는 100일 안에 백신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보건 협력 리셉션'에 참석한 민관 기관들은 100일 이내 백신을 개발해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막겠다는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100일 미션'에 협력 의지를 밝혔다.

 100일이란 시간은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급격한 확산을 보인 시기와 연관이 있다.

 2021년 미국식품의약품청(FDA)은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에 착수한 지 11개월 만에 개발한 '코미나티'를 첫 코로나19 백신으로 승인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본격 상용화됨에 따라 바이러스 초기 확산을 막을 순 없었다.

 100일 안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면 바이러스가 팬데믹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백신 개발은 항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단백질 정보를 가진 염기서열을 찾아 '제2의 코로나19'가 될 가능성이 있는 후보물질을 찾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렇게 찾은 물질은 동물 실험에서 작용 원리·안전성 등을 평가하고, 임상 시험에서 적용하기까지 일반적으로 10년 이상이 소요된다.

 100일 미션의 골자는 이 같은 과정을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것에 있다.

 특히, 팬데믹 가능성이 있는 우선순위의 병원체와 유사한 백신의 비임상·초기 임상을 미리 진행함으로써 감염병 유행이 도래할 경우 신속한 백신 개발을 돕는 '백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바이러스가 팬데믹으로 확산하기 전, 라이브러리에 미리 구축한 백신 플랫폼에 적용하기만 하면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메신저 리보핵산(mRNA),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등 플랫폼 기술의 등장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가속화한 또 다른 원동력이었다.

 전통적인 백신 개발은 달걀 등에서 바이러스를 단백질로 배양하고, 이를 체내에 투입해 항체를 생성시키는 원리로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반면, mRNA 등은 항체를 만드는 바이러스 핵산(DNA·RNA)을 체내 주입한 뒤, 우리 몸에서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도록 유도하는 일종의 '설계도' 역할을 한다.

 현재 100일 미션에 동참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일본 뇌염, 라싸열에 대한 mRNA 라이브러리 구축 프로젝트에 CEPI와 협력하고 있다.

 SK바이오 관계자는 "유사한 바이러스 패턴을 하나의 라이브러리로 만들어 놓고 바이러스를 적용해 빠르게 개발하는 개념"이라며 "체외에서 안정화시켜야 하는 합성 항원과 달리, 날 것에 가깝게 몸 안에 넣는 mRNA는 팬데믹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신종 감염병 대유행 중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100일 미션과 유사한 초고속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산하 공공백신개발지원센터 관계자는 "현재 백신 라이브러리 구축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첨단 백신공정 기술센터'를 설립했다"며 "팬데믹으로 전환할 수 있는 (코로나19,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등) 9개의 병원체를 작년에 선정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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