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가족은 다인실과 1인실 중 어떤 병실을 선택할지를 두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물론 최종 결정에는 환자의 감염 위험과 중증도, 경제력 등이 가장 크게 작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한다고 해서 1인실을 골라 입원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국내 병원 대부분이 1인실보다는 다인실 위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의학계에서는 1인실 구축에 초기 비용이 더 들더라도 결국은 다인실보다 감염관리 측면에서 이점이 많은 만큼 다인실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1일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항생제 내성 및 감염 관리'(Antimicrobial Resistance and Infection Control)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2022년 한 해 동안 국내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이뤄진 입원 치료 2만5천143건을 분석한 결과 병원 내 코로나19 발생률이 병실당 환자 수에 따라 증가하는 연관성이 뚜렷하게 관찰됐다.
연구팀은 입원 당시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이었다가 입원 5일째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를 '병원 내 코로나19 감염'으로 정의하고 1인실 입원환자와 다인실 입원환자의 코로나19 발생률을 비교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백신 접종력이나 기저 질환 등의 교란변수는 통계적 처리를 통해 교정했다.
그 결과 환자 1만명을 하루 동안 관찰했을 때 기준으로 코로나19 발생률은 1인 병실이 3.05건에 그쳤지만, 2인 병실과 4인 병실은 각각 20.10건, 24.27건에 달했다.
특히 국내 다인 병실의 대표 격인 6인실의 경우 1인실에 견줘 코로나19 발생률이 12.66배나 높은 38.64건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다인 병실 내 입원 환자 수가 많을수록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전파가 잘 이뤄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실과 다인실의 이런 차이는 입원 환자에게 치명적인 슈퍼박테리아(다제내성균) 감염력에서도 이미 확인됐다.
국제학술지 '병원 감염'(Journal of Hospital Infection)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017년 내과중환자실을 기존 다인실에서 모두 1인실로 변경한 후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CRAB) 검출률을 다인실일 때와 비교했다.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은 강력한 항생제 중 하나인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슈퍼박테리아 중 하나로, 감염 땐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이 결과 기존 다인실의 경우 내과 중환자실 입원 환자 100명을 하루 동안 관찰했을 때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균 검출률이 1.87건이었지만, 1인실 변경 후에는 이보다 80%가량 줄어든 0.39건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중환자실을 1인실로 바꾸면서 환자 간 슈퍼박테리아 전파가 감소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해석했다.
김남중 교수는 "코로나19나 슈퍼박테리아 같은 감염병의 병원 내 전파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병실을 2인실 이하로 하고, 모든 중환자실은 1인실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들어갈 비용과 얻을 수 있는 이득을 저울질해야겠지만, 우리나라의 국력을 고려한다면 아직도 다인실 병상 비율이 선진국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게 현실"이라며 "감염관리 측면에서 볼 때 다인실이 매우 취약한 구조임이 확인된 만큼 점진적으로라도 다인실을 줄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