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방암 진단 환자의 중간 나이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40대 이하 젊은층 발생률 역시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령층에서 유방암 환자가 늘고 있는 서구와 확연히 다른 양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유방암학회(이사장 한원식)는 오는 12일 제주도 그랜드조선제주에서 추계학술대회를 열어 이런 내용의 '한국인 유방암의 현주소'를 공식 발표한다.
학회는 이대로라면 올해(2024년) 3만665명(여 3만536명, 남 129명)의 유방암 신규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국내 여성암 발생의 21.8%(1위)를 차지하는 수치다.
올해 유방암으로 인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국내 여성암 사망의 9.2%(4위)에 해당하는 10만명당 5.8명으로 예상됐다.
이는 2022년 기준 선진국의 유방암 연령표준화 사망률이 미국 12.2명, 영국 14명, 일본 9.7명인 데 비해 다소 낮은 편이다. 국가 건강 검진 활성화로 인한 조기 진단이 늘어났고, 유방암의 특성에 맞는 표준 치료가 잘 이뤄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국내 유방암 검진율은 2004년 33.2%에서 2023년 72.7%까지 매년 2.88%씩 유의하게 증가하고 있다.
연령대별 유방암 발생률(2021년 기준)은 40대 환자 수가 8천589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50대 8천447명, 60대 5천978명, 70대 2천611명, 30대 2천96명 순이었다.
유방암 진단 중간 나이는 2000년 46.9세에서 2010년 이후 50세 이상으로 지속해서 높아져 2021년에는 53.4세로 집계됐다. 20년만에 6.5세가 높아진 셈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인구 고령화 추세 속에 폐경 후 유방암 환자 수가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미국처럼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방암 발생이 증가하는 서구화 패턴으로의 변화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학회의 판단이다.
박세호 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이번 분석 결과 한국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은 50대 초반까지 증가세를 보이다 그 이후로는 점차 감소하는 특징을 보였다"면서 "이는 서구와는 다른 양상이어서 향후 한국인의 유방암 발생 양상을 좀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유방암 진단 나이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40대 이하 젊은 유방암 환자가 줄지 않는 이유로 서구화된 식생활과 음주·흡연 등 생활 습관의 변화, 운동부족 및 그로 인한 비만, 유전력 등을 꼽았다.
여기에 늦은 결혼이나 비혼 여성의 증가, 출산율의 저하와 수유 감소,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에 따른 에스트로겐 노출 기간의 증가에 따른 치밀 유방 여성 증가 등이 더해지면서 폐경 이후 유방암 진단도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국인만의 유방암 예방과 조기 검진, 진단 및 치료 등을 아우르는 맞춤 프로그램 마련이 중요하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한국유방암학회 한원식 이사장(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최하위이기 때문에 미래에 더 높은 유방암 발생률 국가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 이사장은 "국내 유방암 발생률이 계속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 등 서구 선진국에 견줘 아직 70~80% 정도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향후 10년 이상 증가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특히 출산율의 저하는 유방암 발생의 주요 위험 요인이어서 향후 발생률과 연관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다행히 현재 유방암 치료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철저한 검진 등에 대해 대국민 홍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