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10조 투입 상급종합병원 구조개혁 관건은 '지속가능성'"

"진료량 따른 보상형태·일괄적 감축규모 개선 필요…2차병원 육성해야"
여러 우려에도 "지금 아니면 언제 바로잡겠나" 구조개혁엔 공감

 정부가 3년간 10조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상종병원)을 중증질환 중심으로 개편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재정 등의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보상 형태와 진료협력 병원 육성, 감축병상 규모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병원들은 이번 기회에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라는 사업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2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상종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대상 병원은 중증 진료 비중을 70%까지 끌어올리고 일반병상은 최대 15%가량 줄인다.

 중환자실이나 4인실 이하 병실의 입원료 수가(의료행위 대가)는 50% 올라간다.

 상종병원과 2차병원 간 진료 정보가 연계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진료 협력에 대한 보상으로 의뢰·회송 수가를 인상하는 한편 '진료협력 지원금'을 제공한다.

 ◇ "병상 증감 쉬운 일 아냐…정부 지원 지속 담보돼야"

 상종병원 관계자들은 '시범사업'이라는 불확실한 형태로 시작한 구조 전환에의 재정 투자 지속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시범사업 신청서를 준비 중이라는 서울의 한 상종병원 관계자는 "세수 펑크가 수십 조원씩 나는 현 상황에서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할지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상을 줄이면 기존 고정비용을 수가 인상분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나중에 지원이 안 된다고 하면 이미 병상을 감축한 상태에서 운영이 어렵다"고 우려하며 "건보든 국가 재정이든 돈이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돼야 본 사업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상종병원 관계자는 "병원 전동 침대가 얼마나 비싼 줄 아느냐. 병상을 하루아침에 줄이거나 늘리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며 "나중에 가서 바뀐 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하면 그때 가서 다시 병상을 조정하는 것은 큰 혼란이기에 지속 가능한 구조가 담보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보상 형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서울의 한 상종병원장은 "지원 대책을 보면 주로 진료량과 연동된 행위 수가 중심의 입원 환자, 병상당 보상이라 중증 환자 진료에 따라 늘어나는 전문 인력 인건비, 중환자실 인프라 투자에 충분한 금액이 될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료 행위량에 기초해 지원하면 병원마다 편차가 클뿐더러 중환자실 증설에 대한 보상은 입원료 정도밖에 없는 상황에서 병원은 시설·인력에 투자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달리 중환자실이 무조건 좁은 공간에 막 병상을 채우는 개념이 아니라 1인실 중심으로 감염 예방, 격리 개념이 적용돼 상당히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인프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 "2차병원 육성 고민 병행해야"…많은 숙제에도 구조개혁엔 공감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전략적인 2차병원 육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 상급종합병원 병원장은 "300병상 이상 규모의 종합병원 분포가 고르지 않고, 각 병원의 특성이 다 달라 진료협력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다"며 "규모와 특성, 위치를 고려해 전략적으로 2차병원을 육성하려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는 "단순히 회송 수가를 올려서 '환자를 옮겼을 때 얼마'를 따질 게 아니라 2차 병원이 진료를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보상해주면 알아서 2차병원 역량이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의료서비스 이용 행태를 자연스럽게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자들은 같은 가격이면 당연히 좋은 치료가 기대되는 (상종병원) 쪽으로 간다. 상종병원과 2차병원 치료를 어떻게 차별화해서 소비자 행태를 바꿀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지역과 병상수별로 5∼15%로 정해진 감축 규모에 대해서는 병상 수 외에 다른 특성을 고려해 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 관계자는 "병원별 상황에 따라 정부 지원과 보상이 충분한지 아닌지는 차이가 있다"며 병실 감축분을 정할 때 이러한 차이가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같은 경우 공공 의료 기능을 감안해 감축분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24일 국정감사에서 "15% 감축을 일괄 적용하면 국가중앙병원의 역할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된다"며 "일반 입원실 비중이 작아지면 재난 시 환자 수용 능력이 줄어드는 등 필수 진료 기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관계자들은 이런 우려나 예상되는 어려움에도 구조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이번 기회에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데는 입을 모았다.

 한 병원 관계자는 "기대 반 우려 반이지만 '지금 아니면 언제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겠나'하는 생각"이라며 "(구조전환은) 필수의료 사법리스크 개선 등 다른 의료개혁과 함께 잘 풀어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도 "병원 입장에서 구조 전환이 상당히 어려운 도전인 것은 사실이지만 전달체계 확립은 꼭 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 병원도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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