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의사 '사법부담' 정말 심할까…정부 연구분석 착수

'객관적 통계 불분명' 지적 잇따라…"의료사고 판례 수집해 유형 분류·내용 분석"
의개특위 사실상 중단됐지만…"데이터 확보해야 향후 논의 가능"

 응급·분만 등 필수의료 의사들이 주장하는 '사법 리스크'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가 의료사고 관련 판례 연구에 착수했다.

 15일 의료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의료사고 관련 판례를 수집해 분석하는 내용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정부 의료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의료사고 시 의료진 사법 리스크 완화' 추진을 위해서는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출범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산하에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를 두고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구체적 도입 방안을 논의해왔다.

 올해 초 나온 특례법 초안은 피해를 전액 보상하는 종합보험에 가입했다면 피해자가 원하더라도 소 제기를 할 수 없고, 응급·분만 등의 경우 중상해에도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해 논란이 일었다.

 환자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자 정부는 공청회와 의개특위 논의를 거쳐 '경과실에 한해 기소 면책'이라는 방침을 수립했다가, 결국 "보험 가입에 따른 (기소 면제 등) 형사 특례는 논의하지 않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연초에 구상한 특례법 제정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대신 정부는 의료감정 결과를 토대로 필수 의료 여부와 중대 과실 유무를 판단하고, 수사기관에 수사·기소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자문 기구인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도입안을 들고나왔다.

 특례법 무산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의사 기소 건수는 외국의 수백 배"라는 의료계 주장의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는 "2013∼2018년 우리나라에서 검사가 의사를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기소한 건수는 연평균 754.8건이며 영국의 800∼900배" 등의 주장을 펼쳐 왔지만, 이는 정확한 '기소' 건수가 아니라 '입건'된 피의자 수라는 반박이 이어진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체감되는 실제 필수의료 의사 기소 건은 연간 수십 건 정도"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반박에 의협은 "나라에서 한 번도 이에 대한 통계를 낸 적이 없었다"며 "형사 조사된 것 중 기소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으로 (통계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개특위 내에서는 "단편적인 주장 대신 '의료사고 사법 리스크'의 향후 논의를 위한 정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잇따라 제기됐다.

 한 의개특위 관계자는 "특위 본회의 전에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위원 여럿이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했었고, 전문위원회 위원장도 본회의에서 강하게 같은 주장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의료사고안전망 전문위원회 측은 "통계적인 부분에서 의료계와 소통이 안 되는 것 같아 객관적으로 한번 (통계 작업을) 해볼 필요성이 있어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고 말했다.

 연구 용역을 수주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은 현재 법원 판결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내년 3∼4월까지 모인 판례를 가지고 의료사고 유형 등 분류 작업과 판결 내용 분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여파 등으로 의개특위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연구 용역의 세부 과업 지시서가 아직 나가지 못하고 있다.

 위원회 측은 "구체적으로 (판례의) 어떤 부분을 볼 것인지 12월 중 다시 방향성을 잡으려 했지만, 상황이 불투명해 세부적인 과업 지시를 못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자료 수집만 할 수밖에 없고, 정국이 수습되면 후발적 일들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위원들은 "연구 결과와 데이터 확인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위원회 관계자는 "진짜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는지 데이터로 정리하면 나중에 어떤 논의가 이어지더라도 이에 기반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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