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정부에 전공의 복귀를 위한 '수련·입영' 특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고 10일 공개적으로 요청하면서 장기 국면에 접어든 의정갈등 해소를 위한 모멘텀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실제로 정부가 여당 요청대로 관련 특례를 결정한다면 전공이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명분이 주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어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의 답변에 따라 의료정상화 여부가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이미 작년 하반기 전공의들에게 수련 특례를 적용하며 복귀를 유도했지만 지원율이 한 자릿수에 그친 바 있어 또다시 등장한 같은 방안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수련 특례와 입영 연기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권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의료계에서는 당연히 조치라고 평하면서도 전공의들의 실질적 복귀를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더욱이 수련특례는 정부가 이미 한차례 내밀었던 카드였고, 올해 상반기 전공의 모집이 파행한 상황에서 예측할 수 있는 조치였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앞서 정부는 작년 하반기에도 전공의들에 수련특례를 적용하며 복귀를 유도했으나 지원율이 1.4%에 그쳤다. 당시 수련특례에도 전체 모집 대상 인원 7천645명 중 지원한 전공의는 인턴 13명, 레지던트는 91명 등 104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입영 문제는 의료계에서 시급히 해결을 요청해왔던 사안이라 호응할 가능성이 있다.
전공의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돼있어 퇴직 시 병역법에 따라 입영 대상자가 되며 일반병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는 없다. 이들은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공보의) 등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해 야 한다.
현재 사직한 전공의 중 의무사관후보생은 3천여명이어서 통상적인 군 수요로 알려진 연간 1천여명을 크게 웃돈다. 이렇다 보니 입영에 최대 4년까지 소요될 수도 있다고 병무청이 예상하기도 했다.
병역 의무를 마치지 않은 전공의들의 '입영 불확실성'을 해소해준다면 일부 화답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 역시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공의들의 분위기다.
한 사직 전공의는 "특례를 예상 하긴 했지만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겠다"며 "정부가 우리 요구를 들어줘야 돌아갈 명분이 생기는데, 사과도 안 하면서 특례를 내놓는 건 전공의보다는 정부 측 편의를 위한 조치가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1년 이상의 소모전을 더 할 수는 없다는 사람도 분명히 있기에 일부 복귀를 유도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는 "1년간 전공의들만 희생했는데 의료계 내부에서도 달리 해주는 게 없다"며 "회의감을 느낀 일부가 병역·수련 특례를 활용해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는 데 집중해달라는 의견도 있다.
강희경 서울대 의대 교수는 "복귀하고 싶어 하는 전공의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들에게 길을 열어준 것은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다만 "정부로서는 최소한의 조치를 한 것이고 고맙기는 하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태도 변화라고 판단되지는 않는다"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중단 등 보다 전향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2026년도 의대 증원 정책 역시 수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KAMC) 이사장은 "국민 보호와 의료인력 양성 생태계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평한 뒤 "2026년 의대 증원을 중단해야 하고, 2027년 이후에는 추계에 따른 합의로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여당이 정부에 수련·입영 특례를 적극 검토하라고 요청한 데 따라 정부도 곧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앞서 KAMC 등 의료계 단체에서도 보건복지부에 사직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입영 연기, 수련 특례를 적용하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건의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