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는 '액상형'과 '궐련형'으로 나뉜다.
액상형은 기화시킨 니코틴 용액을, 궐련형은 연초의 잎을 고열로 찔 때 나오는 니코틴 증기를 각각 빨아들이는 방식이다. 그래서 궐련형은 '가열 담배'라고 부른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이 내놓은 '2024년 지역사회건강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에서 일반담배의 현재 흡연율은 전년 대비 1.4%포인트 줄어든 18.9%를 기록했다.
반면 액상형·궐련형 전자담배 사용률은 8.7%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늘었다.
이 중에서도 가열 담배의 사용률 증가세는 뚜렷하다.
2023년 기준 가열 담배 판매량 비중은 16.9%로, 2017년 2.2%에서 6년 만에 8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처럼 가열 담배 소비가 증가한 데는 기존 담배와 비슷한 흡연 효과를 내면서도 건강 위험이 덜하다는 담배 회사의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 국제학술지 '담배로 인한 질병'(Tobacco induced diseases) 최신호에 따르면 미국 콜로라도대 공중보건대학원, 아주대의료원, 이대서울병원 공동연구팀은 한국의학연구소(KMI)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17만8천4명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추적 조사한 결과 가열 담배가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대사증후군은 복부비만, 고혈압,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등의 만성질환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를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심뇌혈관질환과 당뇨병 발생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점에서 예방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2019년 건강검진 당시 건강에 이상이 없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1∼2년 후 이뤄진 검진에서 가열 담배 흡연이 대사증후군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이번 조사에서 가열 담배의 3년 이상 사용률은 남성의 2.0%, 여성의 0.2%로 각각 집계됐다.
가장 높은 일일 사용 빈도는 남성이 하루 6∼10회(8.7%), 여성이 하루 1∼5회(1.4%)였다.
분석 결과 나이, 성별, 운동, 음주력, 일반 담배 흡연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 가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가열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사람에 견줘 1.68배 높았다.
또 현재 일반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서 가열 담배만 3년 이상 피운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가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의 2.17배에 달했다.
특히 과거 일반 담배를 피운 경험이 전혀 없으면서 3년 이상 가열 담배만 사용한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가열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사람의 3.20배까지 치솟았다.
가열 담배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사용량에 따라서도 차이를 나타냈다.
가열 담배를 하루 16회 이상 사용한 사람은 하루 1∼5회 사용한 사람에 견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1.33배 더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가열 담배가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이는 메커니즘이 일반담배와 비슷하다고 추정했다.
발암성, 독성을 가진 가열 담배 속 유해 물질이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체내 염증 등을 촉진함으로써 대사증후군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용호 이대서울병원 첨단의생명연구원 교수는 "가열 담배를 장기간 피운 사람의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은 일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서 관찰된 위험보다 오히려 더 높았다"면서 "향후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한 재현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여러 가열 담배 제품이 모든 건강 결과에 대해 일반 담배보다 위험이 낮을 수 있다고 가정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