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좀 없으면 어때?"…낙인·약값에 두번 우는 탈모인

원형탈모는 지속치료 필요한 자가면역질환…"머리카락 다 빠지는 경우도"
조산·기형아 출산 위험도 높여…"신약, 국가 지원으로 환자부담 줄여야"

 사람의 몸에 나는 약 500만개의 털 중 약 8만∼12만개가량이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를 거쳐 탈모를 반복하는데 보통 하루에 약 50∼100개 정도가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것으로 본다.

 하지만 잠을 자고 나서 또는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이면 탈모 질환으로 간주한다.

 이런 탈모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흔히 대머리로 불리는 안드로겐성(남성형) 탈모에서부터 원형 탈모, 휴지기 탈모(출산 후 또는 가을철 탈모), 발모벽(충동적으로 반복해서 머리카락을 뽑는 정신 질환), 모발 생성 장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원형 탈모는 그 명칭과 달리 질환 부위가 원형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모발이 50% 이상 빠지는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은 물론 평생에 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빠른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 원형탈모는 면역세포 이상이 부르는 '자가면역질환'…"단순 탈모 아냐"

 대한모발학회에 따르면 원형 탈모는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동그란 모양으로 갑작스럽게 머리카락 등의 털이 빠지는 질환이다.

 두피가 가장 흔하지만, 눈썹과 속눈썹, 수염 등 모발이 있는 부위에는 어디든지 생길 수 있다.

 원형 탈모는 일반적인 탈모와 달리 자가면역질환에 해당한다.

 몸속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는 공격하지 말아야 할 자신의 모낭 세포를 공격해 털이 빠지는 것이다. 여기에 유전적(가족력), 환경적(정신적 충격이나 스트레스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국내에서는 2023년 기준으로 연간 약 18만명의 환자가 원형 탈모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허창훈 대한모발학회 부회장(서울의대 피부과)은 "전체 원형탈모 환자 중 중증은 최소 9천∼1만8천명으로 그 수가 적지 않다"면서 "주로 젊은 성인에게 발생하지만, 어린이나 노인에게 나타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형 탈모가 동전 크기의 전형적인 탈모에 그치지 않고 두피나 전신의 모든 모발이 빠지거나 두피의 모발이 듬성듬성해지는 미만성 탈모 등의 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또 치료 후 재발도 잦은 편이다.

 학회가 마련한 원형탈모 진단기준으로는 전체 두피를 100%로 봤을 때 50% 이상에서 탈모가 진행되면 중증으로 본다.

 더욱이 원형 탈모는 사회 활동이 왕성한 젊은 연령층에게 주로 발생해 대인관계, 구직활동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권오상 대한모발학회 회장(서울의대 피부과)은 "원형 탈모는 단순한 미용 문제가 아니라 의학적인 질병으로 고려돼야 하고, 치료 과정에서도 환자들의 심리·사회적 상태나 삶의 질에 대한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조사에서는 원형탈모 환자의 40%가 우울감을 느끼고 81.7%가 삶의 질 저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현재 한국원형탈모환우회 회장은 "원형탈모는 미용상으로 끔찍할 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최근에도 한 중증 원형탈모 환자가 삶을 중단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 원형탈모, 2세 출산에도 영향…"조산·기형아 위험 높아"

 최신 연구에서는 원형탈모가 2세 출산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관성이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신정원 교수 연구팀이 국내 출산 관련 건강보험 빅데이터(2002∼2016년)를 분석한 결과 원형탈모를 가진 임신부가 그렇지 않은 임신부에 견줘 조산, 저체중 출생, 제왕절개 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피부과학회지(Acta dermato-venereologica)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원형탈모가 있던 여성에게서 태어난 4만5천328명의 자녀와 원형탈모가 없는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470만3천253명의 자녀를 대상으로 조산, 저체중 출생, 제왕절개, 선천성 기형 여부를 비교 분석했다.

 조산, 저체중 출생, 선천성 기형은 신생아 사망률과 합병증 발생률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그 결과 원형탈모를 가진 여성에게서 태어난 신생아는 대조군보다 조산과 저체중 출생 위험이 각각 7%, 11%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제왕절개분만과 선천성기형도 원형탈모를 가진 여성에게서 각각 12%, 10%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선천성 기형 중에서는 비뇨기계 기형이 16%로 위험도가 가장 높았으며, 이어 근골격계 기형이 12%였다.

 앞서 연구팀은 한국인 480만명을 대상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에서 원형탈모가 있는 사람의 심근경색 위험이 원형탈모가 없는 사람보다 최대 4.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2020년 미국의사협회 피부과학저널(JAMA Dermatology)에 발표한 바 있다.

 신정원 교수는 "원형탈모와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에 이어 신생아 출생에 미치는 위험성을 확인한 최초의 연구"라며 "원형탈모가 가임기 여성에게도 생길 수 있는 흔한 질환임을 고려하면 원형탈모 환자가 임신했을 때는 좀 더 정밀한 주산기 상담과 모니터링 필요성이 강조된다"고 말했다.

 ◇ 모발 재성장 효과 신약 나왔지만 '비급여'…"국가 지원 확대해야"

 원형탈모의 가장 기본적인 치료법은 스테로이드나 미녹시딜 등의 약물을 질환 부위에 바르는 방식이다.

 스테로이드를 탈모 부위에 직접 주사하기도 하지만, 주사 통증 때문에 탈모 면적이 넓은 환자나 소아에게는 사용하기 쉽지 않다.

 탈모 부위에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일으키는 '접촉 면역요법'도 있다. 'DPCP'라는 물질을 이용해 원형탈모와 다른 면역 반응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것으로, 마치 산불이 났을 때 맞불을 놓아 불을 끄는 방법과 비슷한 원리인 셈이다.

 최근에는 원형탈모를 일으키는 자가면역 반응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JAK 억제제'가 새롭게 치료제로 승인받으면서 기존 약물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일부 환자들에게 모발 재성장 효과를 나타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JAK 억제제는 기존 치료제보다 환자 부담이 큰 게 단점이다.

 아직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중증 원형탈모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어른뿐만 아니라 소아의 고립과 은둔을 부르는 중증 원형탈모에 대한 치료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이영 모발학회 이사(충남의대 피부과)는 "중증 원형 탈모는 환자를 사회심리적으로 위축시켜 은둔·고립으로 이어지게 할 뿐 아니라 모발의 신체 보호기능을 감소시켜 두피자극, 일광화상, 결막염, 비염 등 외부 자극에 취약해지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JAK 억제제 치료는 지속적인 복용이 관건인데, 1년이면 736만원의 비용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며 "중증 원형 탈모 환자들은 삶의 질 저하와 함께 고가의 치료비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용현 모발학회 보험이사(경북의대 피부과)도 "JAK 억제제 같은 효과적인 면역치료제가 허가 후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많은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며 "원형탈모 역시 아토피피부염이나 건선처럼 환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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