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속에 쌀 한 톨도 들어가선 안 돼"…섭식장애에 빠진 그녀들

섭식장애와 함께 살아가는 여성들 목소리…책 '유리를 삼키면 투명해질까'

  '사랑받고 자란 이미지'를 풍기는 건 요즘 젊은 여성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20~30대 여성들에 대한 심도 깊은 인터뷰와 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세태 보고서 '스물하나, 서른아홉'(미래의창)에 따르면 20대 여성들은 "티 없이 밝고 활기차서 사랑받고 자란 느낌이 드는 모습을 가장 선호"했다.

 책을 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모든 것이 완벽한 이른바 '육각형 인간'의 핵심 요소인 "'좋은 가정'에서 자라난 이미지가 외적으로 풍기는 걸 바라는 것"이라고 이런 경향을 분석했다.

 하지만 의도대로 되기 어려운 게 인생이다. 누구나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고 크진 못한다.

 바다(가명)에게 엄마의 사랑은 늘 부족했다.

 바다가 어린 시절, 엄마는 아빠의 폭력에 시달렸다.   

 삶에 지친 엄마는 그를 찾는 바다의 욕구를 외면했다.

 바다는 엄마에게 버림받지 않으려면 아빠를 미워해야겠다고 판단했다.

 성인이 돼서도 엄마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날 엄마가 한약 다이어트를 제안했다.

 바다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엄마를 기쁘게 하고 싶었다.

 168㎝의 그녀는 3개월 만에 20㎏을 감량해 58㎏이 됐다.

 "지금 너무 예쁘다!"

 엄마의 애정이 쏟아졌다.

 그때부터다. 엄마의 말이 너무 달콤했기에 바다는 다이어트에 집착하게 됐다.

 어느 날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바다는 공중화장실에서 토했다. 이상하게도 먹는 양이 늘었고, 그에 따라 토하는 횟수도 늘어만 갔다.

 하루에 배달 음식 비용으로만 10만원어치를 썼다.

 돈이 부족해 부업을 해야 했고,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으며 그걸 풀기 위해 더 많이 먹었다.

 살찔지 모른다는 불안은 더 커졌다. 집에선 아예 체중계에 올라가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불안해지면 화장실로 향했다.

 여행을 갈 때 필수품은 비닐봉지와 비닐장갑이 됐다.

 토사물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일상이 점차 견디기 어려워지자 그녀는 심리 상담사를 찾아갔다.

 불안한 청춘들은 부모의 사랑뿐 아니라 친구들의 사랑을 구하기도 한다.

 다솜(가명)이는 중학교 때 유난히 하얗고 예뻤던 친구를 떠올리며 마르고 여리여리한 몸을 가지면 친구들이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3개월간 다이어트 끝에 10㎏을 뺐다.

 예상과는 달리 가족과 친구들의 우려가 잇달았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솜이는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음식을 먹지 않고 몰래 버리기 시작했다.

 특히 배에 대한 집착이 강해져 1㎜라도 나오면 굶기 일쑤였다. 그러다 견딜 수 없이 힘들거나 어지러울 땐 씹고 뱉었다.

 "몸속에 쌀 한 톨도 들어가면 안 돼!"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씹고 뱉어도 일단 음식이 입에 들어오면 행복했고, 씹는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동시에 음식을 삼켜 소화하는 일은 너무나 끔찍했다.

 뇌가 문제일까? 호르몬이 문제일까? 다솜의 발길은 병원을 향했다.

[우리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최근 출간된 '유리를 삼키면 투명해질까'(우리학교)는 섭식 장애에 시달리는 20~30대 여성들을 조사한 인터뷰집이다.

 15년 동안 섭식장애에 시달렸던 심리상담사 이진솔 씨가 섭식 장애 당사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책에는 섭식장애를 만난 계기부터 증상, 병을 앓으면서 겪은 고통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분투가 담겼다.

 이들은 엄마의 사랑을 받으려다가, 친구들의 지지를 얻으려다가, 불투명한 미래에 낙담하다가 섭식 장애에 걸렸다.

 그 기저에 있는 건 상당 부분 불안이다.

 이들은 불안에 지지 않기 위해 오늘도 노력 중이지만, 가끔 공허함이 찾아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애 낳은 친구들이 그러잖아요. 진짜 힘든데 아기가 웃으면 그렇게 행복하고 예쁘다고. 나도 엄마한테 그런 존재였을까? 그런 시기가 있었을까?"(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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