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 갈수록 뚱뚱해진다?

10년간 비만 소아·청소년 2배↑…동아시아 1위
잘못된 식습관 주요인…해외 '소다세' 등 조세 강화

 서구화된 식습관과 만성적인 운동 부족으로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비만이 우려된다는 보도를 최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최근 몇 년간 어린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끈 흑당, 마라탕, 탕후루,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 고열량·고당분 식품은 비만 문제를 심화하는 원인으로 지목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각종 성인병을 일으키고 뼈와 관절에 부담을 줘 신체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자칫 또래에게 놀림감이 돼 사회성이 발달할 시기에 정서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과연 이런 우려처럼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점점 뚱뚱해지고 있을까?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 청소년의 비만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2012년 9.7%였던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2021년 19.3%로 약 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남아의 비만율은 10.4%에서 25.9%로 약 2.5배 증가해 여아(8.8%→12.3%)보다 큰 폭으로 뛰었다.

 교육부의 '2023년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 및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 초중고교생 중 비만군 비율은 2017년 23.9%에서 2022년 29.6%로 증가했다.

 농촌 지역 학생들의 비만율(34.4%)이 도시 학생들(28.7%)보다 높았으며, 과체중 이상이 가장 많은 시도교육청은 전남(37.1%), 제주(35.4%), 경북(34.7%) 순이었다. 가장 적은 곳은 세종(25.6%), 경기(26.8%), 서울(27.3%) 순이었다.

2012∼2021년 10년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순천향대 부천병원, 고대안암병원, 고려대 보건과학대학 등 공동연구팀이 지난해 11월 과학 저널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한 '동아시아 소아·청소년의 체중 분포 변화 및 비만 추세 : NCD 위험 요소 협력 데이터에서 얻은 통찰'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비만율(과체중·비만)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4개국 중에서도 가장 높았다.

 2022년 4개국의 5∼19세 소아·청소년 비만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남자 43.0%, 여자 24.6%로 모든 성별에서 가장 높았다.

 대만(남자 31.0%, 여자 20.5%), 중국(남자 24.9%, 여자 19.9%), 일본(남자 19.0%, 여자 13.6%)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2010년과 2022년을 비교해 정상 체중(3.4%P↓)과 과체중(0.1%P↓)인 여아는 감소했지만, 마른 체형(0.4%P↑)과 비만(3.1%P↑)은 늘었다.

 특히 남아는 정상체중(10.0%P↓)이 크게 줄어들었고 마른 체형(0.4%P↑), 과체중(2.8%P↑), 비만(6.8%P↑)은 증가했다.

 연구팀은 "한국 남아 과체중·비만의 현저한 증가는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건강한 식습관을 촉진하고 신체 활동을 늘리며 효과적인 공중 보건 정책을 시행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다만 한국의 비만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축에 속하지는 않는다.

 각국의 소아·청소년만을 단순 비교한 통계는 없지만,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 성인의 비만율은 5.9%로 32개국 중 31위였다. 한국보다 비만율이 낮은 국가는 일본(4.0%)뿐이었다.

OECD 국가의 비만율

 ◇ 비만은 '질병'…잘못된 식습관 주요인

 비만은 단지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방세포의 수가 증가하거나 크기가 커져 피부 아래와 신체 조직에 과도한 양의 지방이 축적된 상태를 말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고, 미국의사협회(AMA)도 2013년 비만을 '우려되는 건강 상태'에서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격상했다.

 한국은 WHO 서태평양지역 기준에 따라 BMI(체질량지수·몸무게를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 23∼24.9를 '비만 전 단계'(위험 체중·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하고 있다. 다만 소아·청소년은 신체 변화가 커 연령별 BMI 백분위수 85∼94.9를 과체중, 95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을 조기에 앓는 원인이 되며 고도 비만아의 절반 이상은 성인 비만으로 옮겨가 치료하기 어려운 만성 질환이 되곤 한다.

 이 시기 비만은 '지방세포 비대형'이 많은 성인과 달리 '지방세포 증식형'이 많다.

 성인기에는 혼합형이 돼 체중을 감량해도 증가한 지방세포의 수가 줄어들지 않아 재발 위험이 높고, 한번 체중이 늘면 중증도 이상의 고도비만이 되기 쉽다.

 소아·청소년 비만이 늘어난 데에는 어린 연령층의 운동 부족과 고열량·고지방·고당분 음식을 즐겨 먹는 잘못된 식습관 등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최근에서야 '제로 칼로리', '저당 식품' 열풍이 불며 당류에 대한 경각심이 커졌지만, 2022년 식약처 분석 기준 청소년은 당류를 1일 총열량의 10% 이상 섭취하는 등 WHO 권고 기준을 넘어섰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식생활 행태 추이 : 청소년건강행태조사 2013∼2022년'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식생활은 전반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아침 결식률과 에너지음료 섭취율은 지속해 증가했지만, 과일·채소·우유 섭취는 줄었다.

 연구팀은 부모의 식생활 지도 관리력이 약해져 청소년 사이 잘못된 식습관이 퍼졌다는 흥미로운 분석도 내놨다.

 2022년 70%가량의 청소년이 부모 없이 친구·지인 또는 혼자 외식한 경험이 있고, 이 중 절반 이상은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외식했다.

 초등학교 6학년 기준 부모 동반 식사율은 66.3%에 달했으나, 이후 중학교 3학년에 이르러서는 42.4%까지 떨어져 학년이 오를수록 청소년의 부모 동반 식사 기회는 적어졌다.

 식사 시 TV나 스마트폰 시청 허용률은 28.7%에서 44.4%로 높아졌다.

 ◇ 해외 '소다세' 등 조세 강화 …"정부·가정 함께 예방해야"

 정부는 청소년 비만율 증가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큰 만큼 예방을 위해 다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현행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제8조는 학교와 어린이 기호식품 우수판매업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영양성분에 따라 정한 고열량·저영양 식품과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를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교육부와 학생들이 당류 섭취를 줄일 수 있도록 학교급식에 활용할 수 있는 당류 저감 실천 방안을 마련하고 학교에서 주로 제공하는 메뉴에 대한 당류 저감 레시피를 제공하고 있다.

 상당수 교육청은 학교급식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을 늘리는 추세다.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료품에 대한 조세를 강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비만 관리대책을 실시하는 해외 사례도 참고할만하다.

 보험연구원의 '주요국의 비만 현황 및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소다세(Soda Tax·설탕이나 인공감미료가 첨가된 음료에 부여하는 세금) 시행 2년 만에 가당 음료 소비가 6.7% 감소했고, 미국은 소다세 시행에 맞물려 탄산음료 소비가 21% 감소했다.

 질병관리청은 공식 학술지에 실린 '지역사회 아동·청소년 비만 예방관리사업 역량 강화를 위한 정책 제언'에서 "다양한 정부 정책이 추진되고 있으나 중앙부처에 따라 산발적 혹은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한계가 존재한다"며 "국가 차원의 비만 예방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 재정지원, 법과 제도 정비, 연계 체계 등 공통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학교·정부 차원에서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정에서 건강한 식단을 짜고 적정한 신체활동과 잠을 자도록 지도하는 등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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