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자궁은 임신했을 때 태아가 자라는 중요한 공간으로, 자궁외막(가장 바깥층)과 자궁근층(가장 두꺼운 층), 자궁내막(가장 안쪽 점막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 자궁내막은 월경 주기에 따라 두께와 구조가 변화하며, 수정란이 착상하는 중요한 곳이다.
국내 자궁내막증 환자는 최근 5년간 50%가량 늘며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하지만 불특정한 증상 탓에 적절한 시기에 진단받지 못하고 질환에 대한 인식이 낮아 발병부터 확진까지 평균 5∼1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내막증의 가장 흔한 증상인 골반 통증이 보통 생리통과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생리하는 여성들 상당수가 자신이 자궁내막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지내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것이다.
자궁내막증 발생에는 월경혈의 역류, 면역학적·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병이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최근에는 환경적인 요인이 자궁내막증의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되는 건 요즘 일상생활에서 자주 맞닥뜨리는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보통 입자의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로 나뉘는데, 문제가 더 심각한 건 초미세먼지다. 입자가 작아 인체 장기 곳곳에 더 잘 침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쥐에 초미세먼지를 노출하자 임신율이 극히 낮아지거나 자궁내막증 병변 크기가 훨씬 커졌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조시현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분자 인간 생식 저널'(Molecular Human Reproduction) 최신호(온라인판)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세먼지의 반복적인 노출이 자궁내막증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주는 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우선 자궁내막증이 없는 여성의 자궁내막 조직을 채취해 배양한 후 계대배양(세포 증식을 위해 세포의 대를 이어 배양하는 방식)을 시행하면서 200μg/mL 농도의 초미세먼지에 지속해서 노출했다.
이 결과 1세대 세포에서는 세포 증식이 감소하고 세포 사멸이 증가했으나 2세대 세포에서는 반대로 세포 증식이 증가하고 세포 사멸이 감소했다.
세포의 발현 양상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산화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경향도 관찰됐다,
이어 자궁내막증을 유발한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초미세먼지를 4주간 콧속으로 투여하자 쥐의 자궁내막증 병변이 초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은 대조군 쥐보다 훨씬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됐다.

병변에서는 세포 사멸이 감소하고 염증과 증식이 증가했으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변화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반복적인 초미세먼지 노출이 자궁내막 세포의 증식과 생존, 산화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변화를 통해 자궁내막증 병변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등 여성호르몬과 연관된 다른 부인과 질환과도 미세먼지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조시현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초미세먼지에 반복 노출될 경우 자궁내막증이 악화함으로써 난임과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가 자궁내막증뿐 아니라 여성 건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효과적인 미세먼지 노출 저감 전략을 수립하고 더 명확한 인과관계를 증명하기 위한 추가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가임기 여성의 경우 외출 때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면 보건용 마스크와 같은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실내 공기 질 관리에도 힘쓰는 등 일반인보다 더 미세먼지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왔을 때도 반드시 옷을 털고 샤워와 세안으로 몸에 남아 있는 황사와 미세먼지를 제거해야 한다.
실내 환기는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 약 5분 이내로 짧게 자주 진행해 공기 질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