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BMI)에 관한 기준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BMI 기준에 대한 지적이 한국에서만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미국 국가보건통계청(NCHS) 연구팀이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288만 명의 비만도와 27만 건의 사망 사례를 비교한 논문을 실었는데, 미국에서도 국제 기준으로 정상체중(BMI 18.5∼24.9)인 사람보다 과체중(BMI 25∼29.9)인 사람의 사망률이 6% 낮다고 나왔다.

 이처럼 체중은 각종 질병의 발병이나 수명과 긴밀히 연관된다.

 그렇지만 체중 조절이 모두에게 쉬운 과제는 아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현대인은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체중이 10% 정도 늘었다고 한다. 섭취하는 칼로리나 활동량이 비슷하더라도 체중이 더 나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자신에게 맞지 않는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하려 한다는 것이 문제다.

 필자가 본 최근의 한 연구팀은 9년 동안 25만명의 전자 건강기록을 분석했다.

 체중 감량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일시적으로 체중을 감량했더라도 다시 원래 체중으로 돌아오는 '요요 현상'을 경험한 사람도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기보다 개개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식단과 운동을 균형 있게 관리하지 않으면 체중 조절이 어렵다.

 식단을 관리하지 않고 운동만으로 체중을 조절하려 하면 실패하기 쉽다.

 운동을 하고 나면 그만큼 더 먹어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고 식단만 관리한다면 체력이 저하돼 체중 조절이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운동과 식단을 늘 함께 신경 써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먹는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첨가물이나 환경 호르몬이 몸속 호르몬과 섞여 교란을 일으키는 경우다.

 이런 화학물질이 우리 몸속에 들어오면 체내 호르몬 균형이 깨져 체중 조절에도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식품첨가물이나 환경호르몬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 배는 왜 고플까?

 요즘 현대인은 '어떻게 하면 살이 빠질 만큼 적게 먹고도 배고프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우선 우리가 왜 배고픔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예전에는 물리적으로 배가 부르면, 즉, 위가 어느 정도 차오르면 자연히 포만감을 느끼게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만감은 위가 늘어나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실제로 공복시 우리 위의 크기는 50㎜ 정도다.

 많이 늘어나면 1ℓ 이상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맥주 좋아하는 사람은 수 ℓ씩 벌컥벌컥 마시기도 하지 않는가?

 그러면 틀림없이 위가 늘어난다.

 알코올은 물이기 때문에 금방 흡수돼 쉽게 꺼지긴 하지만, 위는 이처럼 우리가 음식물을 얼마나 섭취하느냐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

 그동안 여러 학자가 포만감과 허기를 느끼는 메커니즘에 대해 연구해왔다.

 오랫동안 포만감과 허기 사이의 관계가 밝혀지지 않다가 최근에 와서야 뇌의 시상하부에 그 해답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시상하부는 우리 몸의 생명 활동과 직결되는 항상성 조절을 담당하는 곳이다.

 식욕 역시 항상성을 유지해야만 에너지 저장과 소비 사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 시상하부에는 배부름을 감지하는 포만중추와 배고픔을 감지하는 기아중추라는 것이 있다.   보통은 이 둘을 합쳐서 섭식중추라고 부른다.

 최근 들어 섭식중추에 대한 연구가 많다.

 러시아 학자를 위시한 많은 연구자가 개와 쥐의 두 중추를 선택적으로 파괴하는 실험을 했다.

 먼저 동물의 포만중추를 파괴하면 어떻게 될까?

 위가 터지도록 계속 먹는다. 포만감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은 포만중추의 기능이 기아중추보다 약하다.

 사람처럼 안정적으로 음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먹이가 있을 때는 최대한 많이 먹고 없을 때는 며칠 굶어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돼있다.

 그런데 안 그래도 약한 포만중추의 기능을 아예 꺼버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끝없이 먹게 된다.

 반대로 기아중추가 파괴된 동물은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고 먹지를 않아 결국 굶어 죽기까지 한다.

 그러면 포만중추와 기아중추, 즉 섭식중추는 어떻게 작동할까?

 원론적으로 말하면 소화기와 시상하부 사이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토대로 이뤄진다고 하겠고, 그 외에 여러 가지 호르몬이나 기타 조절 물질들이 관여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렙틴과 그렐린이라는 호르몬이 중요하다.

 렙틴이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면 그렐린은 반대로 식욕을 느끼게 하는 신호 물질이다.

 이처럼 두 호르몬은 서로 반대되는 작용, 즉 길항(拮抗) 작용을 한다.

 이중 다이어트와 관련해서 주목할 것이 렙틴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몸에서 렙틴이 분비되고, 그 렙틴이 시상하부의 포만중추를 자극해 포만감을 느끼게 돼 먹기를 그만두게 된다.

 렙틴은 주로 지방조직에서 분비되고 지방조직의 양에 비례해 그 수준이 증가한다.

 따라서 체지방이 적은 사람은 렙틴 분비 수준이 낮고, 체지방이 많은 사람은 그 반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

 이 말대로라면 렙틴이 많은 뚱뚱한 사람이 마른 사람보다 포만감을 더 빨리 느끼고 먹기를 그만둬야 하는데, 대개는 그렇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것은 비만한 사람에게는 렙틴이 분비돼도 뇌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렙틴 저항성'이라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최근에 특히 렙틴 저항성 비만이 많이 늘고 있는데, 렙틴 저항성 문제를 악화하는 게 가공식품이다.

 배가 불러도 정크푸드는 큰 저항 없이 계속 먹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고,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비만이 되기 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렙틴의 기능이 온전해야 배가 고프면 먹기 시작해서 배가 부르면 멈추는 정상적인 사이클이 만들어진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더 자세한 내용은 엄융의 교수의 저서 '건강 공부', '내몸 공부' 등을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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