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커피 한잔도 위험할까…카페인 진실은

아메리카노 1잔은 카페인 200ml 이하…당국 기준치 이내
세계보건기구, 임신 중 하루 300mg이하 카페인 섭취 권장
카페인 분해 능력 천차만별…임산부 불편 증상 땐 자제해야

  우리나라는 '커피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커피 소비량이 많은 나라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152잔)의 2.7배에 이른다.

 그렇다면 임산부에게 커피는 정말 금기 식품일까.

 과학적 사실과 보건당국의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사실 여부를 따져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외 보건당국의 권고에 따르면 하루 커피 한 잔은 대부분 안전한 범위에 있다.

 하지만 카페인의 체내 분해 속도는 개인차가 크고, 특히 임산부는 카페인의 대사 능력이 낮기 때 문에 자기 몸 상태에 따른 섭취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학적으로는 카페인 권고량 이내의 커피 섭취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정설이지만, 불안한 증상이 있거나 기형아 출산 등의 가족력이 있다면 카페인 섭취를 줄이거나 디카페인으로 대체하는 것이 안전하다.

 카페인을 무조건 경계할 필요는 없지만 '몸이 보내는 신호'와 '전체 섭취량'을 고려한 현명한 커피 섭취가 임산부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아메리카노 1잔은 카페인 200ml 이하…당국 기준치 이내

 카페인(Caffeine)은 19세기 초 커피콩에서 추출돼 발견된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어원부터 커피에서 유래했다.

 카페인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집중력을 높이고 수면 요구를 억제하는 각성 효과가 있다. 기관지 확장, 위산 분비 증가, 이뇨 작용 활성화, 기초대사량 증가 등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쳐 약용으로도 널리 쓰인다.

 적당량을 섭취하면 몸에 해가 되지 않지만, 과잉 섭취 시 심장 박동 증가, 흥분·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임산부가 고농도의 카페인을 지속해 섭취하면 태아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카페인의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을 성인 400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어린이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정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임신 중 하루 300mg 이 하의 카페인 섭취를 권장한다.

 일부 국가의 경우 훨씬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는 임산부의 카페인 섭취를 하루 200m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유럽식품안전청(ESFA)은 임신 또는 수유 중인 여성에 대해 "하루 최대 200mg의 카페인을 섭취하더라도 태아에 대한 안전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커피 전문점의 보통 사이즈 커피 한 잔은 대부분 200mg 이하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어 이러한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톨 사이즈(355ml)는 150mg, 투썸플레이스 레귤러(355ml)는 184mg, 폴바셋 스탠다드(360ml)는 160mg, 이디야커피(532ml)는 158mg, 메가커피(710ml)는 199.7mg, 컴포즈커피(591ml)는 156mg의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다. 다만 최근 유행하는 대용량의 저가 커피를 구매하거나 보통 사이즈 커피라도 2잔 이상 마시면 일일 카페인 권고량을 넘길 수 있다.

 카페인은 커피 외에도 탄산음료, 커피 우유, 에너지음료, 차, 초콜릿 등에도 함유돼있어 전체 섭취량도 고려해야 한다.

 ◇ 카페인 분해 능력 천차만별…전체 섭취량 고려해야

 이론적으로는 200mg 이하의 커피 1잔 정도는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임신 중 카페인 섭취와 유산 또는 저체중아 출산 간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연구도 있다.

 2020년 8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대학의 잭 제임스 교수 연구팀이 과거 20년 동안 발표된 연구 논문 1천200여편 중 핵심 연구 48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임신 중 카페인 섭취에 안전한 기준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은 보도했다.

 연구팀은 논문 중 상당수가 카페인 섭취와 유산 사이 상당한 연관성을 보였고, 일부 논문에서는 카페인 섭취가 유산, 사산, 저체중아 출산 및 소아 급성 백혈병 등의 위험 증가와 관련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인과관계를 명확히 입증한 것이 아니라, 상관관계에 기반한 해석이라는 점에서 과학계의 반론도 많다.

 호주 퀸즐랜드대와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진은 커피 섭취와 아이들의 신경 발달 사이에 뚜렷한 관련이 없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7만1천여 가족을 대상으로 분석한 이 연구는 임신 중 커피 섭취 수준과 자녀의 8세까지의 의사소통, 주의력, 과잉행동 문제 등과의 관련성을 살폈으나, 흡연·음주·교육 수준·소득 등 교란 요인을 보정한 뒤에는 대부분의 연관성이 사라졌다. 결과적으로 커피 섭취가 아이의 뇌 발달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이처럼 임산부에 대한 영향을 단정할 수 없는 이유는 카페인에 대한 민감도가 개인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만약 커피를 조금만 마셔도 가슴이 두근대거나 밤에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면 카페인 분해 능력이 낮다는 점을 인지하고 섭취를 자제하는 게 좋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카페인을 섭취하면 35∼49분 후 몸속 농도가 최대치에 도달한다. 일반인은 2∼4시간이 지나면 카페인 농도가 반으로 줄어들게 되지만, 임산부는 간에서 카페인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져 반감기에 7∼11시간이 필요하다.

임산부가 섭취한 카페인은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되는데, 알코올과 마찬가지로 태아는 카페인을 분해하거나 몸 밖으로 내보내기 어렵다. 신생아도 카페인을 분해하는 효소 자체가 없어 몸속 카페인 농도를 반으로 줄이는데 40∼130시간이 걸린다.

이에 따라 카페인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임산부는 커피 대신 카페인이 적은 차를 마시거나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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