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젊다고 방심하다가는…

20~30대 연예인·운동선수·유튜버 등 암으로 사망
20대 암 발병률 5년간 26% 증가…검사는 사각지대
"젊은층 위암, 예후 나쁜 '미만형 위암'이 90% 이상"
"젊은 나이여도 암 위험 높은 집단 찾아 검진해야"

 지난 14일 31세의 배우 강서하가 위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젊은 암'에 대한 주의 환기가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젊은층의 암 발병률은 증가 추세다.

 또 2023년에는 한국 50세 미만 성인의 대장암 발병률이 인구 10만명당 12.9명으로, 세계 1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평균 증가율 역시 4.2%로 가장 높다.

 곽종면 고려대안암병원 암센터장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검진은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야 하기에 20대까지 모든 사람이 암 검진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개인이 암에 관심을 갖고 권고보다 이른 나이에 검사를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미만형 위암, 폐암보다 더 예후 좋지 않아"

 앞서 2023년에는 가수 겸 배우로 활동했던 청림(한청림)이 37세에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또 유튜버 '꾸밍'(이솔비)은 자신의 난소암 투병기와 일상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2년간 투병 끝에 2022년 23세로 세상을 떠난 그가 사망 전 마지막으로 게시한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680만여회를 기록했으며, 지금도 추모 댓글이 달리고 있다.

 가수 보아의 오빠인 뮤직비디오 감독 권순욱도 복막암으로 2021년 39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스포츠계에서는 야구선수 이두환과 쇼트트랙 선수 노진규가 골육종으로 투병 끝에 각각 2012년과 2016년 나란히 24세에 세상을 떠났다.

 그에 앞서 2009년에는 인기 배우 장진영이 위암 판정 1년만에 유명을 달리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37세였다.

 '젊은 암'은 예후가 좋지 않다.

 위암은 한국 30대 암 환자의 사망 원인 1위다. 청년층에서 발병하는 위암은 '미만형 위암'의 비중이 높다.

 위암은 장형과 미만형으로 나뉘는데, 한곳에 뭉친 형태로 나타나 발견이 쉽고 예후가 좋은 장형과 달리 미만형 위암은 발견이 쉽지 않은 데다 발견해도 이미 암이 상당수 진행된 경우가 많다.

 김나영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교실 교수는 "40세 미만에서 발견되는 위암의 90% 이상이 미만형"이라며 "미만형 위암의 경우 폐암보다도 더 예후가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이라는 소견과 함께 발생하는 장형 위암과 달리 미만형 위암은 모양과 색깔 등으로 의심해야 해 발견하기 어렵다"며 "40세 미만은 비용 대비 효과를 이유로 검사를 권고하지 않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펩시노젠 2의 수치가 20㎍/ℓ 이상이고 헬리코박터 양성일 경우 젊은 여성에서는 위암 발생률이 21배까지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2030 남성 대장암 증가는 음주량과 명확한 관계"

 청년층에서 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원인으로는 서구식 식습관 확대와 스트레스, 음주·흡연의 증가가 꼽힌다.

 허혁 신촌세브란스병원 대장암센터장은 "대장암의 경우 유전적 소인과 더불어 붉은 육류·가공식품·적은 활동량 등이 발병으로 연결된다"며 "갑작스럽게 유전이 늘어나지 않는 만큼 나쁜 식습관과 야근·스트레스 등 생활 습관이 젊은층에서 크게 나타나며 발병률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식습관 중에는 흡연·음주가 가장 좋지 않고 과다한 칼로리 섭취로 인한 비만 역시 악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곽 센터장은 "대장암의 가장 근원적인 환경적 요인은 식생활"이라며 "과체중·운동부족과 함께 육류·가공육 등을 일찍부터 소비하는 습관이 청년층 대장암 발병의 명확한 위험인자"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2030 남성에서 대장암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음주량 증가와 명확한 관계가 있다"고 밝혔다.

 ◇ 젊은층 암 검사 접근성 떨어져…암 경각심 가져야

 현재 국내에서는 국가암검진을 실시 중이지만 자궁경부암(20세 이상)을 제외한 항목들은 모두 40세 이상(위암·유방암, 간암은 고위험군) 또는 50세 이상(대장암·폐암)부터 국가 지원 대상이다.

 국가암검진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 40대 미만 개인이 암 검진을 실시하려면 온전히 자비로 해야 한다. 50세 미만에서 확산 중인 대장암의 경우 내시경 수검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국립암센터에서는 대장내시경을 45세 이상 성인의 대장암 선별 기본 검사로 추가하기 위해 권고안 개선을 추진 중이다.

 허 센터장은 "현재 50세 이상의 국가검진에서는 대장내시경 대신 대변에 섞인 피를 확인하는 분변잠혈반응검사를 통해 검진하고 있다"면서도 "암 초기에는 대변에서 피가 묻어나오지 않아 암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이어 "40대 암 환자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학회 등에서는 내시경 검사를 40대까지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0대 미만까지 국가 암검진 연령을 내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청년층이 암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암 유전력이 있거나 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경우, 젊은 나이라도 암 검진을 실시하는 것이 추천된다.

 김 교수는 "젊은 나이여도 암의 위험이 높은 집단을 찾아야 한다"며 "위암의 경우 헬리코박터 검사·혈액검사를 진행하거나, 대장암의 경우 20대부터 음주에 자주 노출된 이들이 내시경을 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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