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용 산소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결국 '공급 안정'을 명분으로 한발 물러섰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하고, 환자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산소'와 '아산화질소'를 '실거래가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 개정안은 오는 8월 시행될 예정이다.
이런 정부의 결정은 단순히 공급 업체의 압박 때문만이 아니라, 관리·감독 부실, 병원의 도덕적 해이가 복합적으로 얽힌 '총체적 난맥상'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문제의 근원은 정부의 관리 부실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공개된 감사원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주요 사업 및 기관운영 감사보고서'를 보면, 심평원은 의료용 가스의 공급 내역과 가격을 제대로 파악할 관리 시스템조차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관리 공백은 즉각 시장 왜곡으로 이어졌다. 감사원이 27개 요양기관을 점검한 결과, 무려 22곳(81%)이 산소를 실제 구매한 가격보다 비싸게 건강보험에 청구해 부당이득을 챙기고 있었다. 국민의 소중한 건강보험료가 일선 병원의 잇속을 채우는 데 악용된 것이다.
결국 정부의 관리 실패가 시장의 허점을 만들었고, 병원과 공급 업체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허점을 파고들어 이익을 챙기는 악순환이 형성된 셈이다. 정부는 관리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방기했고, 공급 업체는 이를 기회로 시장 지배력을 행사했으며, 병원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태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감사원은 심평원의 심사 시스템 전반에 허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입원비 과다 청구 심사는 사실상 중단됐고, 의료의 질과 비용을 함께 평가하는 '분석심사' 제도는 유명무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의료용 산소 공급망의 위기가 어느 한 주체의 일탈이 아닌, 시스템 전체의 부실이 낳은 필연적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런 삼중고 속에서 가장 크게 위협받는 것은 결국 환자의 생명과 국민의 건강보험 재정이다.
특정 주체에 대한 비판을 넘어 관리 체계의 근본적인 수술과 시장 참여자 모두의 책임 있는 역할을 정립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