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쿤구니야' 확산 주범 모기…"비행기·기류 타고 넘어올 수도"

국내 모기 감염사례 없어…질병청, 모기 바이러스 검사에 치쿤구니야 추가 조치
"국가 간 바이러스 확산 더 빨라질 것…모기 피하는 게 최선의 방어책"

 올여름 세계가 또다시 모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후변화로 모기의 활동이 전례 없이 활발해지면서 모기 매개 감염병 위험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데 따른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유행 중인 모기 매개 감염병은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치쿤구니야열'(Chikungunya Fever)이다.

 치쿤구니야열은 1952년 탄자니아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주로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다.

 사람을 흡혈하는 과정에서 모기의 몸에 들어간 바이러스가 며칠 동안 복제된 후 침샘에 고여 있다가 다른 사람을 물 때 전파되는 것이다.

 탄자니아어로 '굽어진다'는 뜻의 치쿤구니야라는 이름도 심한 관절통을 호소하는 감염자의 뒤틀린 자세에서 유래했다.

 극소수의 환자에게서는 심근염, 뇌수막염, 길랑-바레 증후군, 뇌신경마비, 눈 질환(포도막염, 망막염)과 골수염, 간염, 급성신질환 등의 중증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WHO는 올들어서만 세계 곳곳에서 보고된 치쿤구니야 감염이 약 22만명에 달하고, 이 중 80명가량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다.

 감염 지역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아메리카 등 119개국으로 확산했으며, 약 56억 명의 인구가 추가적인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게 WHO의 분석이다.

 주목할 부분은 인구의 상당수가 감염돼 면역이 이뤄진 섬 등의 고립 지역에서는 수년 동안 치쿤구니야열 전염이 중단됐지만, 요즘은 그동안 감염률이 낮았던 국가를 중심으로 대규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 남부 지역에서 치쿤구니야열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중국 언론 보도를 보면, 이달 8일 첫 치쿤구니야열 확진 사례가 보고된 이후 지난 22일까지 포산시에서만 5개 구에서 3천195건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다행히 환자들은 모두 경증으로, 발열 및 관절 통증이 주요 증상으로 알려졌다. 사람 간 2차 감염 사례도 아직은 확인되지 않았다.

 WHO의 곤충 매개 바이러스 전문가인 다이애나 로하스 알바레스는 최근 브리핑에서 "치쿤구니야열의 확산 양상이 2004∼2005년 인도양 섬들에서 번진 뒤 세계적으로 퍼져 거의 50만명이 감염됐던 때와 비슷하다"면서 "각국이 시급히 예방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WHO가 긴급 경고에 나선 건 현재 치쿤구니야열의 치사율이 1% 미만에 머물고 있지만, 수백만 명 이상에게 감염될 경우 사망자가 수천 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급속한 기후변화로 모기의 서식지가 넓어지면서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국가에서 자생적인 감염 사례가 보고되는 점도 이런 걱정을 키우고 있다.

 알바레스는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국가의 경우 최대 인구의 4분의 3이 감염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도 이런 점에서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치쿤구니야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는 흰줄숲모기 서식지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총 9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이후 올해는 현재까지 1명의 치쿤구니야열 사례만 확인됐다.

 질병관리청 통계가 집계된 이후 환자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9년으로 총 16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해외여행 중 모기에게 물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은 국내에서 자생하는 모기에게 물려 치쿤구니야열에 걸린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치쿤구니야열이 국내에서 자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부터 자생 모기를 채집해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검사를 시작했다.

 모기 채집 검사는 그동안 뎅기열과 일본뇌염 바이러스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치쿤구니야 감염이 발생한다면 해외에서 감염 모기에게 물린 사례 외에 모기가 비행기에 실려 오거나 기류를 타고 인접국에서 넘어오는 경우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치쿤구니야 바이러스 검사는 이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치쿤구니야는 아직 백신이나 특효약이 없어 방역망이 뚫릴 경우 지역사회 감염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한반도의 온난화 현상도 모기가 바이러스를 증식할 수 있는 변수가 된다.

 따라서 개인 차원에서 모기를 피하는 게 최선의 방어책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김남중 교수는 "기후변화와 인구이동 증가로 모기를 통한 바이러스 확산은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여름철 해외여행 후 발열, 발진, 관절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반드시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모기 물림을 피하려면 여행 때 밝은색 긴팔 옷을 입고, 모기기피제를 사용해야 한다. 야외 활동 후 샤워를 통해 모기를 털어내는 습관도 중요하다.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질병관리청과 WHO 등의 감염병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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