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심혈관계 질환 예방 습관

 필자는 오랫동안 혈관 건강의 중요성을 알려왔다. 필자의 주변에도 급작스럽게 추위가 찾아올 때 갑자기 혈관이 수축해 급성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질병에 노출된 사람이 많았던 사실을 기억한다.

 이런 질병으로 돌연사를 하는 사람 대다수가 심뇌혈관 질환을 앓고 있었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핏덩어리인 혈전에 의해 관상동맥이 막히는 동맥경화증 때문에 발생한다. 동맥이 막히면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지 못해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질병이다.

 여러 합병증을 일으키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등이 심혈관계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며, 흡연과 운동 부족, 음주 같은 평소 잘못된 생활 습관도 위험 요인이다. 비만인 경우도 문제가 된다.

 이런 심혈관질환이 위험한 이유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자기가 환자인지 모르고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급성 심근경색증의 치사율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인데, 자신의 질병을 인지하는 환자는 전체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앓고 있다면 자기 몸 상태를 늘 확인해야 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는 보건소도 있으니 방문해 상담받는 것도 합병증을 막는 좋은 예방법이다.

 무엇보다 평소 생활 습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급성심근경색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술을 줄여야 한다. 평소 싱거운 음식을 찾아 먹고 채소와 생선을 충분히 섭취하는 건강식을 해야 한다.

 필자의 전공인 심장에 대해 조금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심장 건강을 위해서는 오메가3나 비타민D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혈압을 낮춘다. 동맥 탄력성을 강화하고 심장박동을 규칙적으로 유지 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그래서 미국 심장학회를 비롯한 각국 정부에서는 오메가3 지방산을 섭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오메가3는 주로 호두·땅콩 등 견과류와 참치 등의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비타민D는 햇볕을 잘 쬐면 우리 몸에서 만들어진다.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등을 낮추는 효과가 있어 비만을 예방하고 고혈압이나 뇌졸중 등의 심뇌혈관질환 발병률을 낮춰준다. 내과 의사는 비타민D 섭취를 적극 권장한다.

 사실 매일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햇볕을 쬐면 비타민D가 합성되기 때문에 굳이 따로 먹지 않아도 되지만 도시에 사는 현대인이 그만큼 햇볕을 쬐기가 쉽지 않다. 미세먼지 같은 환경 관련 문제만 없다면 아침에 햇볕을 받으면서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걷는 것이 심혈관계 질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비타민D 섭취법이자 운동법이다.

 등푸른생선, 간, 달걀, 치즈 등에도 비타민D가 많이 들어 있다.

 그리고 필자가 누차 강조하는 과일, 식물성 기름, 마늘, 와인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이 아주 좋다. 와인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내는 의사도 많지만, 영국의 어느 병원에서는 심장병 환자에게 저녁 식사마다 포도주를 한 잔씩 곁들여 마시라는 처방을 내리기도 한다.

 필자는 따로 처방받지는 않았지만, 집에서 스스로 마시고 있다.

 또 되도록 혈당 부하 지수(glycemic load, 이하 GL 지수)가 낮은 음식을 챙겨 먹어야 한다. 혈당지수(glycemic index, 이하 GI 지수)는 들어봤는데, GL 지수는 또 뭔가 싶은 분들이 있을 것이다.

 우선 GI 지수란 어떤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혈당치가 상승하는 속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 즉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 흡수 과정을 거쳐 포도당으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GI 지수가 높다는 것은 혈당을 그만큼 빨리 높인다는 것, 결국 소화, 흡수가 빠르다는 뜻이다.

 그래서 혈당에 민감한 당뇨 환자나 체중 관리를 하는 분들이 GI 지수에 집중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이 GL 지수다.

 GL 지수는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음식물의 탄수화물 양까지 고려한 값이다. 예를 들어 수박의 경우 GI 지수는 높으나 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가 보통 먹는 양을 생각하면 GL 지수는 매우 낮아진다.

 따라서 GI 지수보다는 GL 지수가 실제 식생활에 더 유용한 값이라고 할 수 있다. GL 지수가 낮을수록, 즉 음식물이 포도당으로 천천히 변할수록 우리 몸도 천천히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췌장은 혈당을 세포로 운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GL 지수가 낮으면 천천히 조금씩 분비해도 되기 때문에 무리가 없다.

 반면에 GL 지수가 높으면 인슐린도 빨리, 많이 나와야 하므로 췌장이 과부하에 걸려 문제가 발생하거나 금방 허기를 느껴 비만이 되기 쉽다. 대개 건강식이라고 하는 음식은 GL 지수가 낮다.

 실제로는 매번 섭취량을 산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음식물의 GI 지수로 판단하지만, 항상 섭취량, 즉 GL 지수를 고려해야만 건강하게 혈당을 관리하고 심혈관계질환도 다스릴 수 있다.

 영국의 유명한 의사 마이클 모슬리(Michael Mosley) 박사는 위장관을 여행하는 카메라를 직접 삼키고 그 후의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실험을 했다. 그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대형화면을 보며 카메라의 위장관 내 여행을 직접 보여주고 그 결과를 정리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하는 훌륭한 시도였다.

 이 연구를 통해 먹은 음식의 종류에 따라 위를 거쳐 소장에 도달하는 시간에 큰 차가 있음이 드러났다. GL 지수가 높은 주스류, 감자칩, 파스타, 쌀밥, 빵 등은 비교적 빨리 소장에 도달하여 혈당을 크게 높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GL 지수가 낮은 채소와 살코기 등은 오랫동안 위에 머물러 있다가 소장에 천천히 도달해 흡수 속도도 느리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음식은 혈당을 높이는 효과가 매우 느려 비교적 췌장에 부담을 덜 준다는 것을 보여줬다.

 GL 지수에 집착하지 않더라도 일상생활에서 혈당을 자연스럽게 낮추는 방법도 있다. 우선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잠깐이라도 가볍게 운동하면 올라갔던 혈당 수치가 다시 내려간다.

 물론 꾸준한 운동이 가장 효율적이다. 일반적으로 근력운동을 하면 혈당이 일시적으로 높아지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근육량을 늘리기 때문에 포도당을 효율적으로 소모하게 되니 근력운동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잠을 충분히 자면 인슐린 저항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면 인슐린이 포도당을 세포 내로 이동시켜 연소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수면 부족과 고혈당은 서로 계속 영향을 주고받는다.

 혈당이 높으면 숙면하기 어렵고, 그래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다시 혈당이 올라가는 식이다.  이런 경우 수면 환경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잠들기 전에는 카페인이 든 음료를 삼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탄수화물은 당으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섭취량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혈당도 높아진다. 고밀도 탄수화물은 최대한 줄이고 저밀도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는 속도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채소, 과일, 견과류, 지방이 없는 살코기 등이 혈당 관리에 좋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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