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물 2리터 마셔? 말아?

'유퀴즈' 방송 후 '물 적정 섭취량' 논쟁 재점화
이계호 교수 "물 많이 마시면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의학계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 유발" 지적
"커피·차로도 수분 섭취…과도하게 섭취한 물은 소변으로 빠져나가"

 "매일 2리터(L)씩 물을 꼬박꼬박 마시면 건강이 매우 나빠집니다. 물을 과하게 마실 경우 죽을 수 있습니다."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

 "건강한 사람의 신장은 2~3리터 정도는 문제가 없습니다."(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하루 물 섭취량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됐다.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6일 tvN 토크쇼 '유퀴즈온더블럭'에 출연해 "물을 많이 마시면 죽는다"고 말했다.

 다만, 동시에 "되려 물을 적게 먹을 경우는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고 암세포 제거가 되지 않아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도 밝혔다.

 이 교수는 "마라톤 현장에서 마라토너들이 물을 많이 먹지 않느냐"며 "마라토너에서 심장마비가 발생해 원인을 규명해보니 저나트륨혈증에 의한 심장마비사였다"고 말했다.

 이어 "인간의 혈액 속에서 든 나트륨과 칼륨은 전기를 발생시키지만 갑자기 물이 몸에 많이 들어오면 전기 발생량이 적어진다"며 "물을 많이 마시면 힘이 없고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오랜 시간 반복되면 심장이 약한 사람은 몸에 전기 공급이 되지 않아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저염식이 건강식이라는 오해가 있다"며 "고염식을 하는 사람에게 저염식은 건강식이지만, 우리 몸속의 물은 0.9%의 소금물"이라고 했다.

 이 교수가 출연한 방송분은 이튿날 유튜브 채널 'tvN D ENT'(@tvNDENT)에 게시돼 150만 조회수를 넘겼다.

 결국은 과유불급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되나, 직설적이고 단정적인 화법이 화제와 함께 논란을 일으켰다.

물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하는 이계호 충남대화학과 명예교수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즉각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유튜브 이용자 'fly***'은 "일 년가량 물을 2리터 마셨더니 화장실 가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고 피부도 좋지 않아졌다"며 "물 섭취량을 줄였더니 다시 예전으로 돌아왔다"고 적었다.

 'qaz***'은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 요리에 웬만하면 간을 하지 않고 물은 자주 먹었는데, 위험한 행동"이라며 "저염식이 오히려 좋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썼다. 스레드 이용자 'sun***'도 "이계호 교수님의 말이 틀린 게 없다"고 했다.

 반면, 유튜브 이용자 'pac***'은 "1리터든 2리터든 적당히 많이 마셔주면 된다"며 "저나트륨혈증 우려해서 목마른데 물양을 줄일 필요 없다"고 적었다.

 신장질환자라 밝힌 유튜브 이용자 '김**'은 "안 그래도 저염식이 몸에 좋지 않다는 주장이 퍼져 있는데 여기에 불을 붙인 꼴"이라며 "지금도 유튜브의 저염식 교육 영상에 비판적인 댓글을 다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짜게 먹는 습관을 버리기 싫어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명예교수는 앞서 지난해에도 같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그는 작년 4월 23일 유튜브 채널 'KB부동산TV'(@kbland)에서 공개한 '하루에 물 2L 마시면 안 되는 이유'에서 "물은 빠져나간 만큼만 정확히 먹어야지 더 많이 먹어도 적게 먹어도 건강이 나빠진다"며 "물 과다 섭취 시 어지러움·두통·심장 불규칙성 등의 증상과 함께 저나트륨 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영상은 조회수 210만여 회를 기록했다.

정희원 서울건강총괄관이 지난 1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

 이 교수의 발언이 화제를 모으자 전문가들은 '섣부른 일반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정희원 서울건강총괄관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정 총괄관은 지난 11일 구독자 52만 명의 유튜브 채널 '정희원의 저속노화'(@slow_doctor)에서 "최근 한 방송에서 '물을 많이 마실 경우 심장 전기가 끊겨 사망할 수 있다' 등의 주장이 소개되며 큰 관심과 동시에 많은 분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와 같은 주장 중 일부는 건강한 식습관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해당 라이브 방송은 정 총괄관이 김세종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초청해 '하루에 물 얼마나 마셔야 하나요'·'소변색으로 물 소비를 결정해도 되나요' 등의 질문을 정 총괄관이 묻고 김 교수가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김 교수는 13일 "방송(유퀴즈) 이후 기존에 알고 있던 부분과 다른 내용을 문의하는 환자들이 많았다"며 "신장내과 전문의로서 지적하고 싶은 내용을 근거와 내용을 정리해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콩팥이 건강하고 갈증을 느낀다면 2리터 정도의 물은 몸이 대처할 수 있다"며 "물을 많이 섭취해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마라톤과 맥주 많이 마시기 대회 등 극단적인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라톤을 한 뒤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하는 경우는 짧은 시간에 콩팥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수분 섭취를 할 경우"라며 "일상생활에서는 물을 조금 더 많이 마신다고 저나트륨 혈증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염식과 관련해서도 장기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저염식을 위해 소금 간을 하지 않더라도 기본적으로 음식 안에 포함된 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다"며 "저염식과 저칼로리식을 혼동하지 않고 충분한 영양소를 섭취할 경우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양성관 의정부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우리 몸은 자율성이 있기에 물이 모자라면 갈증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몸에 물이 많으면 소변의 양이 늘어 빠져나간다"며 "너무 급하게 수분을 섭취하는 것만 아니라면 건강한 사람은 몸이 항상성을 유지해 수분과 나트륨을 스스로 조절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박증 등으로 인해 물을 과도하게 섭취하거나 전립선 비대증으로 약을 복용하는 경우와 같은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면 건강한 사람의 신장은 2~3리터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싱겁게먹기실천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는 "생물은 2억 년 전부터 체내 소금과 물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물을 필요 이상으로 받아들일 경우 몸이 이미 물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을 섭취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라며 "커피·차로도 수분을 섭취할 수 있고, 식사만 제대로 해도 몸속에서 물이 발생하며 과도하게 섭취한 물은 소변으로 빠져나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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