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미네랄과 금식의 역설

 ◇ 알려지지 않은 무기질의 위험성

 건강한 식생활에 꼭 필요한 요소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꼽는다. 그런데 독자 여러분은 미네랄 중에서도 먹어서는 안 되는 해로운 미네랄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렇다면 미네랄이란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의 광물질을 뜻한다. 그렇다. 미네랄은 광물, 광석, 무기물이란 뜻으로 무기질이라고도 한다. 무기물에 대해서는 과학 시간에 배웠을 것이다.

 돌이나 흙을 구성하는 광물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로, 탄소를 포함하지 않는 양분을 바로 무기물이라고 한다. 미네랄이라고 했을 때는 단순히 몸에 좋은 어떤 물질 같았는데, 그 정의를 파고들다 보니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될 것 같지 않은가?

 실제로 그렇다.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미네랄 중에는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알루미늄이다. 음료수 캔이나 포일을 만들 때 쓰이는 은백색의 가볍고 무른 금속이다.

 알루미늄 섭취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알루미늄을 왜 먹느냐고 생각할 텐데, 사실 많은 사람이 알루미늄을 먹고 있다.

 흔히 위산으로 인해 속이 쓰릴 때 먹는 제산제에 알루미늄이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대부분은 체내에서 걸러지기 때문에 섭취가 허용되지만, 알루미늄이 신경세포에 축적될 경우 다른 중금속처럼 독으로 작용해 신경의 기능을 손상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흡연자들은 담배를 통해 다양한 미네랄을 섭취한다. 아이러니하다.

 물론 대부분 몸에 해로운 것들이다. 대표적으로 니켈과 카드뮴이 있고, 납도 많이 들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부터 전후(戰後)에 걸쳐 일본에서 발생했던 '이타이이타이병' 들어봤을 것이다.

 카드뮴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칼슘이 차츰 빠져나가 석회화되지 않은 골조직이 증가해 뼈가 약해지는 병으로, 온몸 구석구석 골절을 일으켜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 고통이 얼마나 심하면 이름이 '아프다 아프다'다.

 예전에는 카드뮴중독이 많았는데 순전히 담배 때문만은 아니었다. 흔히 맥주의 생명이 거품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맥주 거품을 잘 내기 위해 많은 맥주 회사에서 중금속을 썼다. 그 때문에 맥주를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카드뮴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았다.

 다행히도 그런 사정이 알려지고 맥주에 중금속을 넣는 것이 금지됐다.

 납중독도 심각한 문제다. 납은 담배뿐 아니라 매연 속에도 많이 들어 있다. 납은 주로 미세 분진에 흡착하기 때문에 사람의 호흡기에 직접 노출되고,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소화기로 흡수될 수도 있다.

 몸속으로 들어온 납은 대부분이 뼈에 축적됐다가 서서히 혈액으로 녹아 나오게 되는데, 심한 경우 조혈기관의 기능장애로 빈혈, 신장 기능 및 생식 기능 장애 등의 중독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뇌에 축적될 경우 사지마비, 실명, 정신장애, 기억력 손상 등 심각한 뇌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납은 다른 중금속에 비해 체내에서 농도가 줄어드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서 더욱 주의해야 한다.

 수은중독도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수은은 현재까지도 치과용 아말감, 수은 체온계·온도계·기압계·혈압계 등의 의료기기와 각종 의약품 및 농약 제조, 수은 전지 또는 형광등 제조 등 여러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다.

 참치나 황새치처럼 덩치가 큰 생선에 수은이 농축된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다. 임산부가 절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으로 참치가 꼽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은을 다루는 작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아닌 일반인들이 수은에 노출되는 가장 큰 원인은 생선과 어패류의 섭취이기 때문에 수은이 많이 농축된 식품은 일정량 이상 먹지 않는 편이 좋다.

 ◇ 하루 12시간 금식의 힘

 무얼 먹고 무얼 먹지 말아야 하는지 이야기했으니 이제 어떻게 먹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다. 이 부분에 대해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내용은 적어도 하루에 12시간은 금식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이다.

 하루 중 절반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보내라는 거다. 소화기관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금식이라고 말하면 대단해 보이지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난 뒤 아침 식사할 때까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된다. 예를 들어 저녁을 오후 7시에 먹었으면 아침 7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으면 된다. 쉽게 말해 야식을 먹지 말란 거다.

 12시간 금식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몸을 쉬게 할 필요가 있어서다. 우리도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나면 쉬어야 하듯이 몸도 마찬가지다. 위장이나 간과 같은 소화기관도 쉬어야 한다.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무언가를 먹게 되면 몸은 쉴지언정 소화기관은 끊임없이 일해야 한다.

 특히 미토콘드리아를 충분히 쉬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포 속에 들어 있는 조그마한 소기관인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의 발전소다.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곳이다. 우리가 열심히 음식을 섭취하는 이유가 바로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발전소를 멈추게 하는 대표적인 약물이 청산가리다. 청산가리 먹으면 죽는 이유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이 멈춰서이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의 휴식 못지않게 중요한 금식의 기능은 세포가 자기 청소하는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노폐물을 제거하고 세포가 재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시간을 갖도록 12시간 정도를 금식해야 한다.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은 한 일본인에게 돌아갔다.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라는 의학자다,   그 사람의 업적은 세포의 자가포식, 즉 오토파지(autophagy) 작용을 밝혀낸 것이다. 오토파지는 그리스어 '자신의'(auto)와 '먹다'(phagein)의 합성어로 '스스로 먹는다'는 뜻이다.

 오토파지 작용이란 세포가 나이가 들거나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혹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세포 내 불필요한 단백질을 분해해 재활용하게 하는 현상, 결국 노폐물을 제거하는 기능이다.

 금식을 통해 제대로 휴식을 취하면 맨 먼저 간은 자기가 저장하고 있던 글리코겐을 분해하고 이어서 몸속의 지방을 태워 에너지로 사용한다. 아울러 오토파지 작용으로 염증반응이 줄고 혈당 조절 능력이 향상되며 미토콘드리아의 기능도 충실해진다. 면역기능도 향상되고 유익한 장내세균이 증가한다.

 장내세균의 균형도 이뤄진다. 식욕 중추에서 포만감을 일으키는 기능도 정상화된다. 따라서 12시간의 금식은 수많은 세포에게 정말 꿀맛 같은 휴식이 되는 셈이다.

 흥미롭게도 식물세포에도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역할, 즉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엽록체다.

 식물은 엽록체에 함유된 엽록소가 햇빛을 받아서 당을 합성하고, 이것을 먹은 동물은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든다. 미토콘드리아나 엽록체는 그 기원이 박테리아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토콘드리아는 체세포와는 다른 별도의 DNA를 가지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아버지 것이 없이 전부 어머니에게서만 유전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의 계통을 추적해보면 인류의 기원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의 원시 인 류 '루시'(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치 유대인들이 모계 혈통을 따르는 것과 비슷하다. 결국 박테리아가 동물세포, 식물세포, 나아가 지구상의 생명체 모두를 먹여 살리고 있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가 박테리아에 잘해야 한다.

 엄융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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