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사춘기 '성조숙증'…"모유에 해결책 있다"

국내 소아 32만명 분석…"분유 먹인 여아 성조숙증 위험, 모유보다 60% 높아"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은 물론 유치원 시기부터 '성조숙증'을 진단받는 아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성조숙증 아동은 2014년 9만6천733명에서 2023년 25만1천599명으로 160% 급증했다.

 성조숙증은 또래보다 이차 성징이 일찍 나타나는 질환이다.

 보통 8세 이전에 가슴이 커지는 여아, 9세 이전에 고환 크기가 커지는 남아는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성조숙증 아동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고열량·고지방 음식 섭취에 따른 체지방 증가와 사춘기를 유도하는 호르몬 분비의 촉진, 환경호르몬 노출, 스트레스 및 수면 부족 등이 거론된다.

 따라서 성조숙증을 예방하려면 건강한 식단을 통한 적정 체중 유지, 환경호르몬 노출 최소화, 규칙적인 운동 및 수면 등이 권고된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아이에게 분유보다 모유를 먹이면 성조숙증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한양대 의대 연구팀(최윤수, 류수락, 최진주, 나재윤, 이경석, 김용주, 양승 교수)은 2007∼2020년 영아기 및 취학 전 건강검진을 모두 받은 아동 32만2천731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모유 수유와 성조숙증 위험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학협회(AM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소개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아이의 수유 형태를 모유 단독(46%), 분유(34.9%), 모유·분유 혼합(19.1%) 3개 그룹으로 나눠 성별 성조숙증 발생 위험을 비교 분석했다.

 이 결과 남아의 경우 분유 수유와 혼합 수유 그룹의 성조숙증 발생 위험이 모유 단독 수유 그룹에 견줘 각각 16%, 1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비교 조건에서 여아에 대한 분유 수유와 혼합 수유의 성조숙증 발생 위험은 각각 60%, 45%까지 치솟았다.

 남녀를 통틀어 모유만 단독으로 수유한 아이에게서 성조숙증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지만, 남아보다 여아에게서 이런 효과가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 대목이다.

 연구팀은 성조숙증의 상당수가 사춘기 전 비만과 연계되는 것으로 봤다. 이번 분석에서는 모유 대신 분유를 수유한 성조숙증 아동 중 남아의 7.2%, 여아의 17.8%가 각각 비만과 관련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모유와 분유의 이런 차이가 단순한 열량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대사·장내 미생물 등 다층적 요인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실제로 분유 수유는 혈중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1) 수치를 높여 사춘기 발달을 촉진하는 성호르몬 생성과 '성선자극호르몬 분비호르몬'(GnRH)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여아는 남아보다 이런 성호르몬(에스트로겐)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반해 모유는 비피도박테리아와 같은 유익균 비율이 높아지는 장내 미생물 환경을 만들어줌으로써 아이의 체중 증가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고 결과적으로 사춘기 전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생후 6개월까지 아기에게 모유만 수유할 것을 강력히 권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국내의 모유 수유율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 연구에서는 2020년 이후 모유 수유율이 2010년대 40% 수준에서 10% 안팎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23년 기준 전 세계 평균 모유 수유율이 48%로, 지난 10년간 10%포인트(p)나 상승했다는 보고와 대비된다.

 한양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양승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후 4∼6개월 동안의 모유 수유가 단순한 영양 공급의 차원을 넘어 아이의 사춘기 시기와 비만 위험까지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준다"면서 "평생에 걸쳐 아이 건강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하다면 모유 수유를 적극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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