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 외 의약품', 안전은 높이고 문턱은 낮춘다

심평원, '허가범위 초과사용 평가제도' 개선 착수
환자 중심의 신속·안전 심사 청사진 제시

 표준 치료에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 환자에게 '허가 외 의약품 사용'은 마지막 희망과 같다.

 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안전성 우려라는 두 가지 난제 속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 애를 태워 왔다.

 이에 보건당국이 환자의 치료 기회는 넓히면서도 안전성은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최근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미래전략위원회를 열고 '약제 및 치료재료 허가범위 초과사용 평가제도'의 구체적인 개선 방안 논의에 들어갔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지난 8월 국내외 전문가 300여 명이 모여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한 국제 심포지엄의 후속 조치다.

 이 보고서는 심평원이 의약품정책연구소에 의뢰해 진행한 것으로, 사실상 정부의 제도 개선 의지가 담긴 청사진으로 풀이된다.

 '허가범위 초과사용'이란 특정 질환에만 허가된 약을 의학적 판단에 따라 다른 질환 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체 치료제가 없는 환자에게는 꼭 필요한 의료 행위이다.

 ◇ 복잡한 IRB 절차는 생략, '전담 심의위원회'로 신속 심사

 가장 큰 변화는 '전담 심의위원회' 신설이다. 현재 의료진이 허가 외 사용을 하려면 병원 내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 등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행정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 때문에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다는 비판이 많았다.

 보고서는 이 IRB 승인 절차를 과감히 생략하고, 임상의사, 약사, 윤리전문가 등이 포함된 전담 심의위원회를 통해 신속하게 심사하자고 제안한다.

 위원회는 주 1회 이상 심사를 열어 신청 후 1∼2개월 이내에 결과를 통보함으로써 심사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이를 통해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덜고 환자는 하루라도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의료진의 95%가 IRB 승인 절차 유지에 반대했을 만큼 현장의 개선 요구가 컸던 사안이다.

 ◇ '선(先)사용, 후(後)보고'로 응급상황 숨통

 수술 등 긴급 상황을 위한 숨통도 트일 전망이다. 보고서는 수술 중 예상치 못하게 허가 외 치료재료를 써야 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선 사용, 후 보고'가 가능한 유연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긴급 사용 후 심사에서 승인받지 못하면 병원이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해 의료진의 부담이 컸다.

 앞으로는 명확한 기준 아래 사후 보고를 허용해 응급 환자 치료에 차질이 없도록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 안전장치는 강화, 투명성은 제고

 물론 안전장치는 더욱 강화된다. IRB 승인이 없어지는 대신 환자에게 사용 목적과 효과,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받는 절차가 더욱 중요해진다.

 또한 전담 심의위는 허가 외 사용 내역, 효과, 부작용 사례를 체계적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해 정책 개선과 환자 안전 강화에 활용하게 된다.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 마련도 유력하다.

 심평원은 앞으로 허가 외 사용의 '승인·불승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떤 약이 어떤 근거로 승인 혹은 불승인되었는지 공개되면, 불필요한 사용 시도를 막고 의료기관과 환자 모두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강중구 심평원장은 "여러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환자 안전을 위해 제기된 현안을 차근차근 해결해 보다 안전하고 수준 높은 의료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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