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농어촌 보건소…2년 전 이미 '예고된 위기'였다

"차라리 군대 가겠다" 의사들의 외침…의료 취약지 '골든타임' 놓치나

 우리 동네 보건소가 문을 닫거나, 아픈 몸을 이끌고 찾아간 보건지소에 의사가 없다면 그야말로 막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상상하기 힘든 이 상황은 대한민국 농어촌 곳곳에서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지역 의료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제도가 뿌리부터 흔들리면서, 의료 취약지의 건강 안전망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5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최근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이 위기는 갑자기 닥쳐온 것이 아님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미 2년여 전인 2023년 5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가 의대생과 전공의 1천3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는 오늘의 현실을 정확히 예고했다.

 당시 젊은 의사 4명 중 3명(74.7%)이 37개월에 달하는 공보의 복무 대신 18개월짜리 현역 입대를 선택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이 결과는 '긴 복무 기간'이라는 거대한 벽 앞에서 젊은 의사들이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지 드러냈지만 안타깝게도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젊은 의사들이 공보의를 기피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설문 응답자의 98.2%, 사실상 거의 모두가 '과도하게 긴 복무 기간'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공보의는 3주간의 군사훈련을 제외하고도 꼬박 36개월, 총 37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육군 현역병 복무 기간(18개월)의 두 배가 훌쩍 넘는 시간이다.

 인생의 황금 같은 시기에 너무나도 긴 시간을 묶여 있어야 하는 셈이다.

 형평성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연구요원이나 사회복무요원 등 다른 대체복무는 군사훈련 기간을 의무복무 기간에 포함해 주지만 유독 공보의와 군의관만 예외다.

 똑같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데도 누구는 복무 기간으로 인정받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는 불합리한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보의 지원자 수는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한때 1천600명을 넘던 신규 편입 공보의는 2023년 1천107명까지 곤두박질쳤다. 이 숫자의 감소는 곧장 농어촌 의료 현장의 공백으로 이어졌다.

 2023년 8월 기준으로 이미 전국의 보건소 7곳과 보건지소 377곳에는 의사 가운을 입은 공보의가 아예 배치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19곳의 보건지소는 진료실 문을 완전히 닫았고, 318곳은 이웃 지역 공보의가 겨우 순회 진료를 돌며 버티는 실정이다.

 ◇ 열악한 처우와 인권 사각지대…희생만 강요하는 현실

 긴 복무 기간에 더해 열악한 처우와 과도한 업무 부담도 이들을 병영으로 내몰고 있다.

 앞선 설문조사에서 '개선되지 않는 처우'(65.4%)가 공보의 지원 감소의 주된 이유로 꼽힌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특히 육지와 다리 하나 놓이지 않은 섬에서 근무하는 공보의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규 근무 시간이 끝나도 '근무지 이탈금지 명령'이라는 족쇄에 묶여 사실상 24시간 응급 대기 상태에 놓이기 일쑤다. 야간이나 주말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달려가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이나 지원 없이 검진, 역학조사, 검체 채취 등 격무의 최전선에 내몰리기도 했다.

 의료 공백을 막는다는 대의 아래 젊은 의료 인력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구조적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단순히 민원을 막기 위해, 인력 충원이 어렵다는 이유로 젊은 의사들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관행은 이제 끊어내야 한다"며 "보건복지부는 국방부와 협의해 불합리한 복무 기간을 현실적으로 단축하고, 이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며 처우를 개선하는 실질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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