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엄융의의 'K-건강법'…화학물질·미세먼지에서 살아남기

 ◇ 화학물질이 초래한 비극

 독자 여러분은 아주 생생히 기억하실 것이다.

 바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말이다. 필자는 이 사건을 잘 모르고 있다가 언론에서 쟁점이 돼 다루는 걸 보고 정말로 깜짝 놀랐다.

 이렇게 문제가 많은 상품을 제작한 기업이나 그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가해준 정부가 가장 잘못했다.

 하지만 각 개인에게 위생 관념이나 기본적인 의학 상식을 제대로 전해주지 않은 상황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깨끗하고 위생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살균제를 사용했을 텐데, 어떤 면에서 보면 위생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해 이런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그게 정말로 슬픈 지점이다. 그래서 사회적 참사다.

 가습기 살균제의 사용상 주의사항에 "마시거나 피부에 닿거나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흐르는 물로 잘 씻어낸 후 의사와 상의하십시오", "피부가 민감한 경우 고무장갑을 사용하십시오"라고 적혀 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피부에 닿거나 마시면 위험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유해한 화학물질이 있는 환경에서 호흡하는 경우는 어떨까?

 호흡한다는 건 어떤 방어막도 없는 폐에, 더 정확히는 폐포에 화학물질이 직접 닿는다는 뜻인데 당연히 훨씬 위험하다.

 그런데도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는 건 인체 구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해가 매우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일반적으로 호흡을 할 때 이물질이 들어오면 이물질 중 분자의 크기가 큰 것들은 기도에 나 있는 섬모가 다 걸러내어 밖으로 내보낸다.

 그 불순물이 모여서 나오는 게 이른바 가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래로도 걸러낼 수 없을 만큼 분자 크기가 작은 물질이 문제다. 이런 작은 물질은 우선 폐에 들어가서 폐포를 훼손한다.

 가습기 살균제도 크기가 작아 섬모로 걸러지지 않는 물질로, 폐에 바로 들어가서 폐포를 손상한 것이다.

 어른은 그래도 견딜 만한데, 어린아이는 이것 때문에 치명적인 피해를 보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했다.

 결국 이런 살균제는 화학약품이 사용되는 일종의 화학무기로, 과장해 말하자면 전쟁 무기나 살상 무기에 해당한다.

 어떻게 그런 무시무시한 생각을 할 수가 있었는지 이해하기 어렵고, 그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려 처벌이나 피해구제가 늦어지기도 해서 무척이나 안타까운 사건이다.

 ◇ 폐를 통해 들어오는 화학물질

 폐를 통해 흡입하는 화학물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담배다. 문제는 담배를 피우는 당사자만 화학 물질을 흡입하는 게 아니라 주위 사람까지 담배 연기에 의해 간접흡연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담배는 수많은 화학물질 중 왜 유독 악명이 높을까?

 그리고 간접흡연은 왜 문제가 될까? 바로 담배에서 나오는 물질이 폐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폐를 통해서 들어오는 유해 물질을 차단하는 방어막은 오로지 기관지 섬모뿐이다.

 기관지 섬모가 유해 물질을 물리적으로 걸러낸다. 분자의 크기가 큰 물질은 여기서 차단돼 가래로 배출된다.

 그러나 섬모가 차단할 수 없는 작은 물질은 그대로 혈액 속으로 유입되고, 이 물질이 폐를 손상한다.

 담배 연기나 초미세먼지처럼 입자가 작은 것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로 바로 가서 축적된다.

 폐를 섬유화하고 폐 기능을 저하해서 결국 폐쇄성 폐 질환으로까지 발전하게 만든다.

 나중에는 폐암 또는 다른 암으로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 담배를 안 피우는 사람도 폐암에 걸릴 수 있다.

 간접흡연을 통해 담배 연기를 계속 들이마시게 되니까 말이다. 꼭 담배를 피워야만 폐암에 걸리는 게 아니다.

 이외에도 식당에서 조리할 때 나오는 가스,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 물질, 그리고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등 우리 폐를 위협하는 가스는 많다. 공기 중 미세먼지도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앞으로 폐암 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대부분의 암 발병률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만 폐암 환자 수는 늘어나고 있다.

 암은 말 그대로 원인을 알지 못하는 괴상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암이 발생하는 이유는 면역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지만, 사실 뚜렷한 인과관계를 알 수가 없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암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비와 연구 인력이 동원되고 있지만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 또한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으나 암세포뿐만 아니라 정상세포도 상당히 죽이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으로 많은 환자가 고생하고 있다.

 최선의 치료 방법은 암을 초기에 발견해 질환 부위를 외과적 방법으로 절제하는 것이다. 그래서 암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고 상당한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이다.

 그 덕분에 예전에 큰 문제였던 간암이나 위암 등의 치사율은 줄고 있다.

 그런데 반대로 옛날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던 암의 발병률이 오히려 늘었다. 바로 폐암과 췌장암, 대장암이다. 그건 바로 우리의 생활 습관이 변하고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기의 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대부분의 암을 예방하는 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 생활 습관 때문에 발병하는 암의 경우엔 생활 습관을 바꾸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으로서의 암은 흡연에 의한 폐암이라고 볼 수 있다. 금연을 하면 폐암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줄어든다.

 엄용의 서울의대 명예교수

▲ 서울의대 생리학교실 교수 역임. ▲ 영국 옥스퍼드의대 연구원·영국생리학회 회원. ▲ 세계생리학회(International Union of Physiological Sciences) 심혈관 분과 위원장. ▲ 유럽 생리학회지 '플뤼거스 아히프' 부편집장(현). ▲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현). ▲ 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학제학과 의생명과학전공 초빙석좌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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