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우울·저체중이 '경도인지장애→치매' 위험 키운다

경도인지장애 33만명 분석…"관상동맥질환·뇌출혈·운동부족도 주요 위험 요인"

  나이가 들수록 두려운 질환 중 하나가 치매다. 그러나 대부분의 치매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병이 아니다.

 처음엔 단순 건망증처럼 보이지만,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서서히 떨어지고도 일상생활은 그럭저럭 유지되는 상태를 거친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상태를 '경도인지장애'라고 한다.

 문제는 이 단계에서 10명 중 1∼2명이 대표적 난치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으로 악화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가 생겼을 때 이 단계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치매로의 전환을 막는 핵심이다.

 연구팀은 2006∼2015년 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경도인지장애 환자 33만6천313명을 2020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여러 만성질환과 생활 습관 요인이 독립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가장 강력한 위험 요인은 당뇨병이었다.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전환 위험이 1.37배 높았다.

 혈당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뇌가 포도당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에너지 결핍 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 축적이 촉진돼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결과적으로 인지 기능이 빠르게 떨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부터 혈당 관리를 잘하면 알츠하이머병으로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뇌혈관질환도 알츠하이머병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특히 관상동맥질환과 뇌출혈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각각 1.05배, 1.34배 높이는 요인이었다.

 심장이 약해지면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고, 미세혈관에 손상이 생겨 신경세포가 만성적인 저산소 상태에 놓인다. 또 뇌출혈 후 염증 반응이 생기면 알츠하이머병 병리와 시너지를 내며 신경세포 손상을 가속한다.

 체중이 지나치게 낮은 사람도 위험했다.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18.5 미만인 경우 알츠하이머 전환 위험이 1.28배 높다고 보고했다.

 노년기 체중 감소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변화가 아니라 영양 부족·근감소증·전신 염증과 연관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체중 감소 자체가 이미 진행 중인 뇌 손상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우울증 또한 치매 전환을 크게 높이는 요인이었다.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 전환 위험이 1.74배 높았다.

 우울증은 뇌의 스트레스 반응 축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을 지속해 분비하고,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를 위축시킨다. 여기에 만성적인 신경 염증을 일으켜 뇌의 회복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신체활동 부족도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신체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비활동군)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알츠하이머병 전환 위험이 1.19배 높았다. 반대로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은 그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

 운동은 뇌의 신경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시냅스 연결을 강화하며, 심혈관·대사 기능을 개선해 뇌 건강을 간접적으로 보호한다.

 강성훈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근본적 치료가 아직 제한적인 만큼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예방법"이라며 "혈당 조절, 우울증 치료, 규칙적 운동, 영양 관리 같은 생활 습관 조절이야말로 알츠하이머병으로의 진행을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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