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 난청 환자에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치매 발병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상계백병원 이비인후과 장영수 교수 연구팀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서울성모병원 연구팀과 국민건강보험공단·장애등록시스템 데이터를 토대로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장애 등록 기준을 충족하는 중등도 이상의 난청을 진단받은 환자 39만1천195명을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모든 연구 대상자는 처음 난청 진단 당시 치매를 진단받은 적이 없는 상태였으나, 인공와우 이식 여부에 따라 치매 진단율에 차이가 났다.
연령별로 보면 50세 이상 치매 진단율은 인공와우 이식 환자에서 11.2%로, 비이식 환자 17.5%보다 낮았다.
70세 이상에서도 인공와우 이식 환자의 치매 진단율은 18.4%, 비이식 환자는 21.8%로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난청 환자는 치매가 발병하는 시기도 상대적으로 늦었다.
난청 진단 후 치매가 발생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인공와우 이식 환자에서 평균 1천886.9일(약 5.2년)이었으나, 비이식 환자는 587.7일(약 1.6년)에 불과했다.
인공와우 이식이 난청 환자의 청력 회복뿐 아니라 인지 기능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연구팀은 인공와우 이식이 치매 위험을 낮추는 이유에 대해 청각 재활이 난청으로 인한 뇌의 인지적 부담을 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난청이 심할수록 뇌는 소리를 구별하고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되고, 이로 인해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 기능에 사용할 여력이 줄어든다.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이러한 뇌의 과부하를 덜어주면서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할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장영수 교수는 "난청은 치료를 통해 개선할 수 있는 치매 위험 요인"이라며 "인공와우 이식술은 단순히 소리를 듣게 하는 게 아니라 뇌의 인지기능을 지키는 중요한 치료 수단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과학과 신경학'(Otology and Neurotology)에 실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