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에서 고등학생이 응급실을 찾지 못해 숨지는 등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과 의료계는 서로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다.
23일 국회 김윤 의원 민주당의원들은 119구급대에 이송 병원 지정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신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상황일 경우 응급실이 이를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미리 고지하도록 했다.
수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한 병원이 아니라면 구급대원이 해당 병원에 확인하지 않고도 환자를 옮길 수 있는 것이다.
김윤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현장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핵심 원인은 구급대원이 병원에 전화를 걸어 수용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전화 뺑뺑이' 구조에 있다"며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대신 병원이 수용 불가한 경우 이를 미리 고지하는 '사전 고지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119구급대원이 이송 병원을 직접 결정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환자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개정안대로 119구급대원 또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 병원을 직권으로 선정한다면 몇 안 되는 응급의료기관 문 앞에 구급차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새로운 기현상이 발생할 것"이라며 "119구급대가 응급의료기관 문 앞에서 대기하다가, 심지어 재이송까지 담당하는 동안 정작 관내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고 말했다.
응급실에 여력이 없는데 무조건 환자를 받을 경우 자칫 환자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인 1조 근무'나 질환군별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한 것도 응급실 의사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 전혀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계속되는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응급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부 전체 회의에서 부산 고교생 사고를 언급하며 "단순히 119나 병원 탓만 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원인은 제대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으로, 앞으로 이런 일이 더 일어날 수 있다"며 "정부는 구체적인 계획과 법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노총 전국의료산업노조연맹 역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단체는 지난 19일 "응급의료센터만 정비하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배후 진료과의 상시 진료 체계 부재와 응급실 내 전문과 처치 인력 부족, 과도한 임상과 세분화로 인한 전문의 부재가 모두 맞물려 참사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중증 응급환자의 최종 진료를 담당하는 배후 진료과가 상시 운영돼야 한다"며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모두 필수 의료이며 이들 진료과가 안정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응급실 뺑뺑이'는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