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희망고문 덜어낸다…신약 임상시험 '초기 암 환자' 가능

 "신약이 나왔다는데, 저는 왜 못 쓰나요?" "기존 치료법을 다 써보고, 더 이상 방법이 없을 때만 임상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암 병동에서 흔히 오가는 대화이자 수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을 울렸던 현실이다.

 지금까지 국내 항암제 임상시험 관행은 다소 경직돼 있었다.

 통상적으로 기존의 표준 항암 치료를 모두 받았음에도 효과가 없거나 재발해 더 이상 쓸 약이 없는 '말기 암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 참여를 허용해 왔다. 안전성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취지였지만 급변하는 제약 바이오 기술의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 개발되는 항암제 트렌드를 보면 이런 지적은 더욱 뼈아프다.

 암세포만 골라 공격하는 '표적항암제', 유도미사일처럼 약물을 전달하는 '항체약물복합체(ADC)', 환자의 면역체계를 일깨우는 '차세대 면역항암제' 등은 과거의 독한 항암제와 달리 부작용은 줄이고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그런데도 '말기 환자 우선'이라는 낡은 기준 때문에 정작 신약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초기 환자들은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희망 고문'을 겪어야 했다.

 식약처 관계자가 들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종합해보면 환자들의 요구는 절박했다.

 "새로운 기전의 항암제 치료를 미리 받아보고 싶다", "국내 표준치료를 다 거치지 않았더라도 초기 단계부터 임상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에 식약처는 '항암제 초기 임상시험의 대상자 선정 시 고려사항'이라는 민원인 안내서(가이드라인)를 올해 12월까지 새롭게 마련한다. 핵심은 '유연함'과 '선택권'이다.

 표준치료법이 존재하더라도 환자가 임상시험 참여를 원하고 전문가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초기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운 것이다.

 이는 단순히 환자 수를 늘리는 차원이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더 유리할 수 있는 최신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또한, 제약·바이오 업계 입장에서도 초기 환자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난치성 암 질환 치료제 개발을 더욱 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책 변화는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 소통의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식약처는 이번 과제 선정에 앞서 '식의약 정책이음 열린마당' 등을 통해 환자, 의료계, 산업계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며 제도의 빈틈을 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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