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위기 타파를 위해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를 지원해주기로 했지만, 현장에는 여전히 의료진의 '형사 책임 면제'가 더 큰 쟁점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 26일 필수의료 의료진 배상보험료 국가지원 사업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사업은 필수의료 분야 전문의·전공의의 의료사고 배상을 위한 보험을 신설해 국가가 보험료 대부분을 지원하는 것이다.
필수의료 의료진의 범위는 분만 실적이 있는 병·의원 산부인과 전문의, 병원급 소아외과 전문의 등과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등이다.
국가는 전문의 1인당 보험료 연 170만원, 전공의 1인당 보험료 42만원 중 각각 150만원과 25만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는 "환영한다"면서도 의료기관의 자부담을 더 낮추고 형사 처벌 면책 방안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해당 사업은 의료사고의 책임을 개별 의사와 의료기관에 전가했던 방식에서, 국가가 위험을 분담하는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시도하는 것으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했다.
다만 "소규모 분만 의원에 2억원이라는 자기부담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의료기관의 규모를 고려한 자기부담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들이 두려운 것은 '돈을 물어주는 것'보다 '전과자가 되는 것'이라며 (의사의) 중과실이나 고의가 없으면 공소 제기를 못 하게 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료사고 안전망 논의에 참여해온 환자·시민단체들은 "형사 면책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면책 대신 조사 부담을 덜어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반박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손해배상은 의료 과실이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인데, 의료진 과실을 국가가 지원해 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형사 기소 자체를 면책해 달라는 주장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지난 의료개혁 논의에서 의료계가 주장한 과도한 사법리스크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사망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 책임 면책은 국제적으로 입법례가 없다는 이유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은 제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국민참여 의료혁신위원회에서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도 "형사 리스크는 이미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왔고, 형사 면책에 따르는 (환자의) 의료사고 입증책임 전환은 의사들이 반대했다"며 "열심히 일한 의사의 억울한 부담을 줄이려면 '기소 면제'가 아니라 '조사 절차 개선'을 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은 배상보험료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을 축소하려는 민간 보험사에 맡길 게 아니라 건강보험에 들어 있는 위험도 관련 재정을 투입해 국가 의료배상 책임기구를 만들어서 무과실 사고에 대해서도 보장을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공개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3년 의료사고로 형사재판에 넘겨져 유·무죄 판결을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는 연평균 약 38명에 그쳤다. 약식 기소 등을 포함하면 연간 의료사고 기소 건수는 최대 70건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의료계가 그간 주장해온 연평균 기소 의료진 수인 700여명과 큰 차이가 난다.
연구원은 이러한 주장이 나온 것은 비의료인 전문직 종사자를 구분 없이 포함한 데다, 입건된 피의자 수를 재판에 넘겨진 인원으로 잘못 집계하는 오류를 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