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 생백신, 치매 환자의 질병 진행도 늦출 수 있어"

美 연구팀 "백신 접종, 치매 예방뿐 아니라 치매 환자 사망 위험도 낮춰"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를 약화한 대상포진 생백신이 치매를 예방뿐 아니라 치매 환자의 질병 진행도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파스칼 겔드세처 교수팀은 과학 저널 셀(Cell)에서 영국 웨일스 지역 대상포진 백신 프로그램에 따라 79세 전후 백신을 접종한 사람과 접종하지 않은 사람을 최대 9년간 추적한 결과, 백신이 치매 예방뿐 아니라 치매 환자의 사망 위험도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7일 이같이 밝혔다.

 이 연구는 영국 웨일스 지역에서 2013년 79세 노인에 대한 대상포진 백신 프로그램을 시행, 백신이 치매 발병에 미치는 영향을 다른 요인을 배제하고 조사할 수 있는 '자연 임상시험' 환경이 만들어진 것을 이용했다.

 2013년 9월 1일 시작된 대상포진 백신 프로그램으로 당시 79세인 사람은 누구나 1년간 백신을 접종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다른 요인은 모두 같으면서 생일만 몇주 다른 28만2천541명에 대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상황이 만들어졌다.

 백신 접종에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하게 만든 약독화 생백신이 사용됐다.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이 바이러스는 어릴 때 수두 감염 후 신경세포 속에 잠복해 있다가 나이가 들거나 면역 기능이 약해지면 재활성화돼 대상포진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 후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의 건강을 비교했다.

 그 결과 2020년 당시 86~87세가 된 고령층 8명 중 1명이 치매 진단을 받았고, 백신 접종자 치매 발병 위험은 비접종자보다 20% 낮았다.

 연구팀은 두 집단은 교육 수준이나 당뇨병·심장병·암 같은 질환 진단율 등에에서 차이가 없었다며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분석해도 치매 위험 차이는 백신의 강력한 보호 효과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백신 접종자들은 9년 추적 기간에 치매 전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경도인지장애(MCI) 진단 가능성도 더 낮았고, 특히 치매 진단 이후 백신을 맞은 사람들은 치매로 사망할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연구팀은 백신 접종 당시 치매가 있던 7천49명 중 추적 기간에 절반이 치매로 사망했지만 백신 접종자 사망률은 약 30%였다며 이는 백신이 질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의 치매에 대한 보호 효과는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두드러졌다. 이는 남녀 간 면역 반응 차이 또는 치매 발병 방식 차이 때문일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연구팀은 하지만 이런 효과가 백신이 면역계를 활성화하기 때문인지, 바이러스 재활성화를 줄이기 때문인지, 또는 다른 기전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겔드세처 교수는 "생백신보다 대상포진 예방 효과가 더 좋은 재조합 백신이 치매에도 동일하거나 더 큰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다"며 "이 연구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진다면 치매 치료·예방에 큰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Cell, Pascal Geldsetzer et al., 'The effect of shingles vaccination at different stages of the dementia disease course', https://www.cell.com/cell/fulltext/S0092-8674(25)012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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