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T(퍼스널트레이닝) 받을 돈으로 차라리 위고비를 맞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지난 19일. 서울 잠실 한 피트니스 센터 직원 김모씨는 다가오는 새해를 앞두고 한숨을 쉬었다. 해마다 12월 말부터 1월 초는 '새해 다이어트' 결심으로 헬스장 등록 문의가 빗발치는 시기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꿈의 비만치료제'로 불리는 위고비와 마운자로가 대중화되면서, 힘든 운동 대신 '의학의 힘'을 빌리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운동 대신 치료제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압도적인 가성비와 효율성이다.
헬스장 업계에 따르면 강남권의 개인 PT 가격은 10회(5주) 기준으로 60만원에서 80만원선이다. 한 달간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 노력하면 통상적으로 2∼3㎏를 뺄 수 있다는 게 트레이너들 설명이다.
위고비로 6개월간 9㎏을 감량했다는 방송인 이모(28)씨는 헬스장에 등록해 놓고도 나가지 않았다.
이씨는 "주사를 맞으면 먹는 양이 줄어드는데, 그 상태에서 운동하면 어지럽고 힘들다"며 "의사 선생님도 오히려 식욕이 올라올 수 있으니 운동하지 말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3개월간 위고비와 마운자로를 투약 중인 이모(58)씨의 사례도 비슷하다.
이씨는 "예전엔 굶고 하루 2시간씩 운동해도 3개월에 겨우 1∼2㎏ 빠졌는데, 주사를 맞으니 하루에도 1∼2㎏가 빠지더라"며 "지금은 헬스장을 아예 안 간다. 젊을 때야 몸으로 뺄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했다.
직격탄이 예상되는 곳은 다이어트 고객을 주 타깃으로 했던 헬스장들이다.
여성 전용 헬스장 직원 김모씨는 "치료제로 인한 이탈이 아예 없지 않아 새해 등록자가 떨어질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잠실동의 한 피트니스 직원 역시 "가정의학과 가서 약 처방 받겠다며 안 나온 회원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비만치료제 열풍을 일시적 현상으로 보거나 경기 침체를 더 큰 원인으로 지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파구 짐박스 헬스장 직원 신승찬(29)씨는 "우리 센터는 근육을 키우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러 오는 회원이 대부분이라 영향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파 H2 GYM을 운영하는 이지훈(38)씨 역시 "회원이 줄기는 했지만, 비만치료제 때문이라기보다는 경기가 어려워서라고 생각한다"며 "복용하는 회원을 직접 본 적은 없고 관심만 보이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운동 없는 체중 감량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약물로 식욕을 억제해 체중을 줄일 경우 지방뿐만 아니라 근육까지 급격히 빠지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비만치료제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건강한 식생활이나 운동 등 비만 관리에 중요한 부분이 소홀해질 수 있다"며 "먹는 양이 줄어 근감소증이나 영양 결핍이 생길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근육을 지켜가면서 건강하게 체중을 감량하는 데 운동이 제일 중요하다"며 "비만치료제가 운동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약을 쓰더라도 운동은 당연히 병행해야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