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하락…다시 70대 아래로 내려와

 유교 경전 <서경> '홍범편'은 인간의 복(福)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수(壽)는 장수, 부(富)는 불편함 없는 재산, 강녕(康寧)은 건강과 평안, 유호덕(攸好德)은 덕을 베푸는 마음, 고종명(考終命)은 고통 없이 생을 마치는 것이다. 오복 중에서 강녕이 기본 전제다. 무병장수는 예로부터 인간의 으뜸 소망이었다. 그래서 등장한 지표가 건강수명이다. 평균수명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시간을 덜어낸 값이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이 다시 70세 아래로 내려왔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2020년 70.93세에서 2022년 69.89세로 2년 연속 줄었다.

 2022년 기준 건강수명은 정부가 세운 목표치(73.3세)보다 3년 가까이 짧다. 건강수명이 70세를 밑돌게 된 건 2013년(69.69세) 이후 9년 만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계층 간 격차다. 소득 상위 20%는 72.7세, 하위 20%는 64.3세다. 같은 나라에 살지만, 계층별로 건강한 시간은 8.4년이나 벌어진다. 건강하게 사는 기간이 짧아졌다는 것은 개인에게는 더 긴 투병의 시간을 예고한다.

 질병의 시간은 곧 비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 1인당 평생 지출하는 건강보험 진료비가 약 2억4천656만원으로 추산됐다. 건강보험 부담금과 환자 본인부담금, 비급여 비용까지 합친 수치다. 의료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점도 늦어졌다.

 2004년에는 71세였던 지출 정점이 2023년에는 78세로 이동했다. 오래 사는 만큼 치료와 돌봄이 필요한 구간이 뒤로 늘어나고, 그 기간 역시 길어진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비용이 빠르게 증가한다면, 장수는 축복이면서 동시에 사회적 숙제다.

 장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발병을 늦추고 격차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건강수명이 흔들리면 노후 준비, 복지, 노동, 재정의 계산이 모두 달라진다. 사람들이 희망하는 기대수명은 평균 83.8세, 건강수명은 78.7세였다. 현실과 희망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은 정책의 몫이다.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 못 노나니." 옛 노래는 이제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젊어서만이 아니라 늙어서도 놀 수 있는 몸과 여건을 만드는 것. 건강하게 늙는 시간만큼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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