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장 '깜깜이' 인선 여전…"폐쇄적 선출구조 바꿔야"

 의료계에서 서울대학교병원의 법적 지위는 독보적이다. 1885년 한국 최초의 서양식 의료기관인 제중원에서 대한의원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정통성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서울대학교병원 설치법'이라는 별도의 법률을 적용받는 법적 근거부터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다른 국립대병원은 모두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이라는 통합법의 적용을 받는다. 그만큼 서울대병원장이 갖는 상징성과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장의 자리 역시 단순한 병원 경영자가 아니라 한국 의료계의 상징적 리더로 평가된다. 환자 치료라는 본연의 역할은 물론 국내 의료 정책의 흐름과 공공의료의 방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내부적으로는 산하 병원장(분당서울대병원, 보라매병원, 강남센터)에 대한 인사권도 막강하다.

 현재 서울대병원장은 이사회가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차관급에 해당하는 자리로, 임기는 3년이다. 전국의 국립대병원 중 병원장을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곳은 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이 구조는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실에서는 정치 논란을 반복적으로 낳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윤석열 정부 당시 병원장과 감사의 인선 파동이다.

 당시 서울대병원 이사회가 추천한 두 명의 후보자를 대통령이 모두 임명하지 않으면서 이른바 '윤심(尹心) 논란'이 불거졌고 병원장 자리는 장기간 공석 상태에 놓였다. 결국 재공모 끝에 현 병원장이 선임되기까지 약 9개월이 걸렸다.

 더욱이 서울대병원에서 단 두 명의 임원에 속하는 감사마저도 대통령과 동고동락한 검찰 출신이 임명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과거에도 대통령 주치의 출신 교수가 병원장으로 임명돼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병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문제의 근본 원인을 투명하지 않은 인선 구조에서 찾는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이 병원 운영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대병원 이사회가 최근 '국민주권정부' 첫 병원장 후보로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와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를 최종 선정했다. 절차대로라면 조만간 대통령이 이중 한명을 병원장으로 임명할 전망이다.

 이번 공모에는 두 후보를 포함해 총 6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표면적으로는 통상적인 인선 절차다.

 하지만 이사회가 열리기 이전부터 어김없이 특정 후보의 '인맥'이나 '정치적 성향'이 거론됐고, 선출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구설이 나오고 있다.

 선출 후에는 일부 정부측 이사들의 대리투표에 따른 공정성 논란마저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이사회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후보자가 누구인지, 어떤 공약을 내걸었는지 병원 구성원조차 제대로 알기 어려운 폐쇄적 선출 구조가 논란을 키우는 토양이 되는 셈이다.

 서울의대의 한 교수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병원에 견줘 서울대병원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병원장 선임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져야 명실상부한 국가 중앙병원으로 다시 거듭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지금 대한민국 의료는 필수 의료 붕괴와 지역 의료 격차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서울대병원도 이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서울대병원장에게 요구되는 가장 큰 덕목은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정책의 균형을 잡는 리더십이다.

 서울대병원장 인선이 '깜깜이'에 머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서울대병원장 인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내부 구성원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질적인 검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인선이 또 한 번의 정치적 논공행상으로 끝나지 않기를, 서울대병원이 과거의 위상을 되찾는 계기가 되기를 의료계와 국민은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학회.학술.건강

더보기
'비정상적 심장 비대' 비후성 심근병증 원인 유전자 확인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실험용 물고기인 제브라피시(zebrafish) 동물모델을 활용해 심장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는 비후성 심근병증의 원인 유전자를 밝혀냈다고 12일 밝혔다. 제브라피시는 사람 유전자와 약 70%가 비슷하고, 질병 관련 유전자의 약 82%가 보존돼 있어 각종 질환과 유전자 연구에 유용한 동물모델이다. 연구원은 현재 제브라피쉬 동물모델을 활용해 유전성 심혈관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찾고, 질환이 생기는 과정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세포가 스트레스 등 자극을 받을 때 발현하는 단백질 'ATF3'가 과도하게 증가할 경우 심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연구팀이 사람의 ATF3 유전자를 제브라피시 심장에서 발현하도록 유도한 결과 정상에 비해 심장 크기가 약 2.5∼3배 증가하고, 심근세포가 커지는 심장비대가 나타났다. 심장 근섬유 구조 이상과 섬유화가 증가하는 등 심장 조직의 손상도 관찰됐다. ATF3 유전자의 과도한 증가가 심장 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동반한 심장비대와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해석했다. 연구책임자인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 부장은 "이번 연구는 제브라피시에서 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