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이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을 넘어 '뇌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이 국내 대규모 연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김재현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당뇨병, 비만과 대사질환'(Diabetes, Obesity and Metabolism)에 발표한 최신 논문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는 비당뇨인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높은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2013∼2024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바탕으로, 치매 병력이 없는 40세 이상 성인 132만2천651명을 ▲ 비당뇨군 ▲ 경구혈당강하제를 사용하는 2형 당뇨병군 ▲ 인슐린 치료를 받는 2형 당뇨병군 ▲ 1형 당뇨병군으로 나눠 치매 발생률을 분석했다.
나이와 성별, 생활 습관 등 주요 변수들을 보정한 뒤에도 이런 경향은 유지됐다. 비당뇨인 대비 치매 위험도는 경구약 치료 2형 당뇨병군 1.29배, 인슐린 치료 2형 당뇨병군 2.14배, 1형 당뇨병군 2.35배로 각각 분석됐다.
연구팀은 "1형 당뇨병군과 인슐린 치료 2형 당뇨병군의 치매 위험은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면서 "이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당뇨병 자체가 인지 기능 저하의 고위험군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치매를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로 나눠 분석해도 당뇨병과의 연관성은 유사했다.
이 같은 결과는 기존 연구들과도 일치한다.
그동안의 연구에서 당뇨병 환자의 치매 위험은 일반인보다 약 1.3∼2배 높고, 일부 분석에서는 최대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또 당화혈색소(HbA1c)가 8% 이상으로 지속될 경우 치매 위험이 65∼79%까지 증가하는 반면 6∼7% 수준으로 관리하면 위험이 약 45%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당뇨병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주요 메커니즘으로 장기간의 고혈당 노출, 혈당 변동성 증가, 반복적인 저혈당 위험을 꼽았다.
만성 고혈당은 뇌 미세혈관을 훼손해 혈류를 떨어뜨리고, 반복되는 혈당 급등락은 뇌세포에 대사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여기에 인슐린 치료 환자에게 상대적으로 흔한 저혈당은 신경세포 손상을 통해 인지 기능 저하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당뇨병 환자에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만성콩팥병 등의 질환이 흔히 동반하고, 인슐린 신호 전달 이상과 만성 염증 반응이 잘 발생하는 것도 아밀로이드 침착과 같은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통한 혈당 변동성 관리를 제안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에게 CGM은 하루 24시간 혈당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어, 식후 급격한 상승이나 야간 저혈당 등 기존 방식으로 놓치기 쉬운 변화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저혈당을 미리 예방하고, 개인별 혈당 패턴에 맞춘 정밀한 관리가 가능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뇌에 가해지는 대사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김재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제1형 당뇨병과 인슐린 치료를 받는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인지 기능 저하에 특히 취약함을 보여준다"며 "혈당 변동성과 저혈당 위험을 줄이기 위한 연속혈당측정기 활용과 함께 적극적인 인지 기능 평가를 병행하는 게 장기적인 치매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