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심하면 땅속 미생물들의 항생제 내성이 촉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실제로 특정 지역의 가뭄 수준과 병원 내 항생제 내성 빈도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CalTech) 다이앤 뉴먼 교수팀은 24일 과학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서 계산 분석과 실험실 토양 실험 결과, 가뭄이 토양 내 천연 항생제 농도를 높이고 항생제 내성 세균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인류 건강에 점점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 증가는 과도한 항생제 사용이 원인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토양은 자연 항생물질의 원천이고 많은 항생제가 토양 미생물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항생제 내성도 토양 미생물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 빈번하고 장기화하는 가뭄이 토양 내 항생제 생성 미생물과 항생제 내성 미생물 간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농경지와 초지, 스위스 발레주 산림, 중국 난창 습지 토양 등에서 얻은 5개의 메타게놈 데이터세트 분석과 실험실 실험을 통해 토양 건조도가 미생물의 항생제 생성 유전자와 내성 유전자 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분석 결과 가뭄이 발생하면 토양 미생물에서 항생제를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은 5개 메타게놈 데이터세트에서 공통으로 나타났고, 페니실린 같은 β-락탐 항생제나 마크롤라이드 계열 항생제 등 주요 항생제 종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실제 토양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가뭄이 발생하면 토양 내 항생제 농도가 농축되는 현상이 확인됐다.
그 결과 항생제에 약한 세균들은 생존 능력이 약 99% 감소했지만,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그람음성균 등 세균들은 가뭄 조건에서도 생존 능력이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이어 세계 116개국 병원의 항생제 내성 데이터를 지역별 연간 강수량 및 평균 기온과 비교 분석한 결과, 지역 간 소득 차이 등 다른 요인의 영향을 배제한 후에도 토양 건조도가 높을수록 임상 분리 균에서의 항생제 내성 평균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가뭄과 병원 내 항생제 내성 빈도 간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이 결과는 기후변화로 인한 토양 건조 증가가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호주 매쿼리대 티머시 갈리 박사는 논평(News & Views)에서 "항생제 내성 위기는 흔히 병원의 집중적인 항생제 사용으로 인한 의학적 문제로 이해돼 왔으나 이 연구는 가뭄이 전 세계 토양에서 항생제 내성을 일관되게 증가시킨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연구가) 생태학적 이해에서 공중보건 전략으로 나아가려면 건조한 토양에서 병원체로 항생제 내성 유전자가 유입되는 정확한 경로를 규명해야 한다"면서 "이는 항생제 내성 경로를 예측하고 차단하는 데 필수적이며 기후변화 속에서 점점 더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출처 : Nature Microbiology, Dianne Newman et al., 'Drought drives elevated antibiotic resistance across soils',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4-026-02274-x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