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체내 당(糖) 대사의 균형을 무너뜨려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 당뇨병과 같은 대사 질환의 발생엔 생활 방식, 즉 영양 결핍이나 부족한 신체 활동 등도 영향을 준다. 그렇다면 당뇨병은 거꾸로 체중 증가에 어떻게 연관돼 있을까? 스위스 바젤대 과학자들이 이 역(逆)의 상관관계도 성립된다는 걸 입증했다. 간단히 말해 인슐린이 제대로 생성되지 않으면 체중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슐린 생성 이상은 2형 당뇨병 초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증상이다. 이 발견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통찰이 될 거로 보인다. 바젤대의 마르크 도나트 생물의학과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최근 올라온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바젤대 연구팀이 중점적으로 본 건 '호르몬 전구물질 전환효소'(Prohormone convertase)인 'PC1/3'이다. 이 단백질은 불활성 호르몬 전구물질을 활성 형태로 바꾸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이 단백질이 제 기능을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공복감이나 심한
우리 몸의 지방 조직은 어떻게 뇌와 소통할까?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혈액에 섞여 떠다니는 호르몬이 지방조직의 스트레스나 대사 작용에 관한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고 짐작했다. 그런데 지방조직엔 이런 정보를 뇌로 보내는 뉴런(신경세포)이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역할을 하는 건 지방조직에 분포한 '체성 지각 뉴런'(somatosensory neuron)이었다. '체성(體性) 지각'은 눈ㆍ귀 같은 감각기 이외의 감각을 말한다. 이 발견은 뇌가 수동적으로 메시지를 받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방조직을 살펴본다는 걸 시사한다. 인체의 건강과 질병 발생에 지각 뉴런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이기도 하다.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Nature)에 논문으로 실렸다. 샌디에이고 라호야((La Jolla)에 위치한 스크립스는 세계 최대의 민간 생의학 연구기관으로 꼽힌다.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에서 지방조직은 '충전식 건전지'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쓰고 남은 에너지를 지방세포 형태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방출하는 것이다. 지방조직은 공복감이나 물질대사와 관련이 있는 여러 유형
최근 뇌의 성상교세포(astrocytes)를 눈여겨보는 과학자들이 늘고 있다. 별 모양의 이 신경아교세포(glial cell)가 뇌 발달과 뇌 질환 발생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일례로 성상교세포가 없으면 뇌의 뉴런(신경세포)은 신호 교환에 필요한 시냅스(연접부)를 형성하지 못한다. 또 성상교세포가 병들면 멀쩡했던 주변의 뉴런도 질병 징후를 내보이기 시작한다. 신경발달 장애(neurodevelopmental disorder)로 인해 제대로 자라지 못한 뉴런이라 해도 건강한 성상교세포가 곁에서 도와주면 기능을 회복하곤 한다. 여기까진 실험과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확인된 사실이다. 과학자들이 몰랐던 부분은 성상교세포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는지였다. 미국의 소크 연구소 과학자들이 마침내 이 부분을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냈다. 연구팀이 찾아낸 건 신경발달 장애가 진행될 때 성상교세포가 대량 생성하는 특정 단백질이다. 레트 증후군(Rett syndrome), 허약성 X 증후군(fragile X chromosome), 다운 증후군(Down syndrome) 같은 신경발달 장애에서 이 단백질은 정상적인 뉴런의 발달을 방해했다. 이 단
때때로 잊고 살기도 하지만, 음식물 섭취가 건강에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지방과 설탕 함량이 많은 서양식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비만, 당뇨, 대사 증후군 등의 발생 위험이 커진다. 하지만 음식을 통해 몸 안에 들어온 지방과 설탕이 어떤 과정을 거쳐 건강을 해치는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방과 설탕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건강에 더 해로울까. 이런 문제를 접했을 때 설탕보다 지방이 더 나쁘다고 생각하기 쉽다. 여러 연구를 통해 지방의 유해성이 더 많이 조명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비만 등 대사 질환의 발생 과정에선 설탕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설탕이 장(腸)의 미생물 구성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하고, 이것이 체중 증가, 당뇨병 전증(pre-diabetes), 대사 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동물 실험에서 설탕은 특정 장내 균을 강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건강한 물질대사 유지에 필요한 면역세포가 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미국 컬럼비아 의대의 이발리오 이바노프 미생물학 면역학 부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9일(현지 시각) 저널 '셀'(Cell) 온라인판에 논문으로 실렸다. 장의 미생물은 인
간(肝)은 절제 수술을 해도 빠르게 재생해 원래 기능을 회복한다. 간암이나 간경화에 걸린 위급한 환자는 못 쓰게 된 조직을 떼어내는 '간 부분 절제술'(Partial hepatectomy)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절제하고 남은 간 조직이 재생해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이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과학자들조차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던 간의 재생 메커니즘을 오스트리아 빈 대학 과학자들이 상세히 밝혀냈다. 간 절제 수술을 하고 나면 백혈구가 간세포 성장 인자를 분비해 간 조직의 재생을 돕는다는 게 요지다. 빈 의대의 루돌프 욀러 일반외과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오브 헤파톨로지'(Journal of Hepatology)에 논문으로 실렸다. 26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간 재생을 돕는 면역세포는 호중구(neutrophil)였다. 과학자들은 이미 호중구가 절제된 간의 재생에 관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예컨대 절제 수술을 하고 나서 염증이 생기면 호중구가 곧바로 대응한다. 욀러 교수팀이 발견한 건 호중구의 '이중적 기능'(dual function)이다. 간
치매를 유발하는 알츠하이머병이 발달할 때 처음 나타나는 건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 단백질의 침적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 단백질에 매달렸다. 뇌의 인지 기능이 약해지기 전에 이 단백질을 없애면 알츠하이머병의 예방 또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믿었다. 아쉽게도 아밀로이드 베타의 제거는 고사하고 효과를 기대할 만한 어떤 치료법도 아직 개발된 게 없다. 그러던 차에 아밀로이드 베타를 빠르게 청소하는 유전자 신호 경로가 뇌의 단백질 합성 시스템에서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 경로를 조절하는 데 효능을 보이는 식물성 천연물과 화합물도 찾아냈다. 이런 물질을 투여한 생쥐는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훨씬 더 빨리 제거했고, 그 효과로 독성 단백질의 침적도 멈췄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조지프 도허티 유전학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4일(현지 시각) 저널 '브레인'(Brain)에 논문으로 실렸다. 도허티 교수팀은 '번역초과 전사'(readthrough)라는 특이한 신호 경로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우리 몸의 단백질 합성 기계는 때때로 멈춰야 할 지점에서 멈추지 못하는데 이를 '번역초과 전사'라 한다. 유전자 발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특히 위험한 암이다. 효과를 기대할 만한 치료법이 마땅치 않아 5년 생존율이 9%에 불과하다. 이런 췌장암 환자와 가족에게 희소식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학자들은 췌장암이 두 개의 큰 전환점(transition point)을 거쳐 발달하고, 이런 단계에 이르기 직전에 세포의 특징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상세히 밝혀냈다. 첫 번째는 정상 세포가 전암(前癌) 세포로 변하는 지점이고, 두 번째는 전암 세포가 초기 암세포로 발달하는 지점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어떤 특징을 가진 세포가 전암성 세포로 변하는지 확인한 것이다. 이 발견은 아예 췌장암이 생기지 않게 싹을 잘라내는 근원적 예방 치료가 가능하다는 걸 시사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의대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22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에 논문으로 실렸다. 암 종양의 발달 과정에 이런 전환점이 존재한다는 걸 상세한 단계별 특징과 함께 밝혀낸 건 처음이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딩리(Li Ding) 유전학 석좌교수는 "더 효과적인 췌장암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선 먼저 건강한 세포가 어떻게 암으로 변하는 성질을
상처가 치유되려면 필요한 세포가 주변 섬유 조직의 '간극 공간'(interstitial space)을 통해 이동해야 한다. 원발 암에서 이탈한 암세포 무리도 이런 미세 공간을 거쳐 다른 기관으로 전이한다. 인체 내 조직의 이런 미세한 틈은 보통 세포핵보다 작다. 따라서 세포가 이를 통과하려면 핵의 형태가 변해야 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세포핵이 탄력적인 고무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섬유 조직 사이의 미세한 구멍을 통과하려면 고무공과 같은 탄력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관념이 오류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세포핵의 기계적 행동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고무공보다는 액체 방울(liquid drop)에 가까웠다. 미국 텍사스 A&M 대학(TAMU) 과학자들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최근 학제 간 오픈 엑세스 저널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이 연구엔 미국 플로리다대 과학자들도 참여했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세포핵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세포의 기능과 행동을 지배하는 유전체를 안
원래 항체는 감염을 퇴치하기 위해 우리 몸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쓰는 항체 치료제처럼 실험실 등에서 만들 수도 있다. 항체는 미리 정해진 방법으로 바이러스와 결합한다. 열쇠가 딱 맞아야 자물쇠가 열리는 것과 비슷하다. 오미크론처럼 돌연변이가 많이 생긴 코로나 변이체에 항체 치료제를 쓰면 효능이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치료제를 개발할 때 표적으로 삼았던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겨 구조 자체가 달라지는 것이다. 열쇠는 그대로 있더라도 자물쇠 구멍의 내부 구조가 달라지면 열리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만약 신종 코로나 입자의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돌연변이로부터 자유로운 보존 부위를 찾아낸다면 코로나 팬데믹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도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UBC) 과학자들이 신종 코로나의 '아킬레스건'과 여기에 맞는 '마스터키'(master key)를 찾아냈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코로나의 약점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어떤 항원결정기(epitope)였다. 항원결정기는 항원의 특정한 부분을 말한다. 면역계의 항체, T세포, B세포 등은 항원결정기를 보고 항원을 식별한다. 오미크론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