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뇌장벽 잠시 열고 치매약 투여하면 효과 크다"

 뇌혈관의 '검문소'인 혈뇌장벽(BBB)을 집속 초음파로 잠시 열고 치매 치료제를 투여하면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뇌장벽은 뇌혈관 벽에 특수 세포와 물질들이 밀집해 마치 '지퍼'(zipper)처럼 단단하게 조여진 곳으로, 중요한 영양소만 선택적으로 뇌세포로 들여보내고 해로운 물질은 차단하는 한편 뇌의 노폐물을 내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뇌 질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물도 뇌에 전달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대학 록펠러 신경과학 연구소의 신경외과 전문의 알리 레자이 교수 연구팀이 치매약 투여 직후 MRI 유도 집속 초음파로 혈뇌장벽을 일시적으로 뚫어주면 치매약의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개념 증명(proof of concept)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고 의학 뉴스 포털 메드페이지 투데이(MedPage Today)가 최근 보도했다.

 실험 대상 환자는 77세 남성, 59세 남성, 64세 여성 등 3명으로 모두 지난 1년 이내에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들 중 치매 위험을 높이는 변이 유전자(ApoE4)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2021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로 승인받은 아두카누맙은 치매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뇌 신경세포의 비정상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플라크)을 감소시키는 단클론 항체로 한 달에 한 번씩 정맥으로 투여되는 주사제이다.

 아두카누맙의 투여 정량은 10mg/kg이지만 만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연구팀은 임상시험이 진행되는 동안 용량을 최대 6mg/kg까지 조금씩 올리면서 조심스럽게 투여했다.

 연구팀은 정맥주사 투여 2시간 후 MRI 유도 집속 초음파로 혈뇌장벽을 일시적으로 열었다. 열린 혈뇌장벽은 24~48시간 후 다시 닫혔다.

 집속 초음파가 가해진 뇌 부위는 치매와 관련된 독성 단백질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많이 쌓인 대뇌반구의 한쪽의 전두엽, 측두엽 그리고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였다.

 반대쪽 대뇌반구의 같은 부위는 나중 대조를 위해 집속 초음파를 쏘지 않았다.

 26주 후 연구팀은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의 수치를 측정했다.

 그 결과 77세 남성 환자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수치가 실험 전의 224.2센틸로이드에서 115.2센틸로이드로, 59세 남성 환자는 185.6센틸로이드에서 104.6센틸로이드로, 64세 여성 환자는 251.5센틸로이드에서 84.9센틸로이드로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쪽 대뇌반구 같은 부위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 수치는 실험 전에 비해 변화가 없었다.

 77세 남성 환자와 59세 남성 환자는 실험이 끝날 때까지 신경, 인지, 행동 기능에 변화가 없었다.  64세 여성 환자는 30일이 지나자 인지기능 성적이 떨어졌지만, 신경 기능과 일상생활 영위 점수는 변함이 없었다.

 가장 많이 나타난 부작용은 두통이었지만 대부분 가벼웠다. 한 참가 환자가 집속 초음파 시행 때 머리와 뇌 위치가 불편해 심한 두통을 겪었지만, 초음파가 끝난 직후 두통은 사라졌다.

 앞서 생쥐를 대상으로 진행된 선행 연구에서는 집속 초음파와 함께 투여된 아두카누맙의 뇌 표적 부위 침투량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임상시험에서는 아두카누맙의 침투량을 계량할 수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새로운 치료 방식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양쪽 대뇌반구 모두를 표적으로 하는 확대 실험이 필요하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치매 치료제 투여와 함께 혈뇌장벽을 일시적으로 열어주면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의 의학 전문지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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