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열에 넷은 '비만'…이제 '병'으로 불러야 할까

대한비만학회 "이젠 비만병으로…200여 합병증 위험 증가"
"사회적 차별 심화로 치료 거부감" 반론도…"치료 필요한 비만기준 재정립 우선"

 비만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질병 중 하나다. 몸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된 상태, 그 자체를 질병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비만을 질병으로 간주하면서도 그동안 당뇨병이나 심장병 등의 질병과 달리 비만에 '병'(病)이라는 단어를 함께 쓰지는 않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질병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도 비만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지난해 대한비만학회는 비만이라는 명칭을 '비만병'으로 바꾸자는 제안을 내놨다. '비만이 곧 질환'이란 인식 확대를 꾀하자는 게 학회의 의도다.

 체질량지수 기준 1단계 비만(25∼29.9㎏/㎡)의 경우 남성은 20대부터 유병률이 증가 추이를 보이다가 35∼39세에 53.4%로 정점을 찍는다.

 30대 중후반 남성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비만에 해당하는 셈이다.

 반면 여성은 20∼30대에서 비교적 낮은 20% 전후의 비만 유병률을 보이다가 40대 이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해 70∼74세 때 44.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단계 비만(30∼34.9㎏/㎡)은 남성이 30∼34세에서, 여성이 70∼74세에서 각각 12.5%, 6.5%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문제는 비만인 경우 2형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 지방간질환 등의 합병증 유병률이 모두 뚜렷하게 높았다는 점이다.

 비만 그룹은 비만이 아닌 그룹보다 2형 당뇨병과 고혈압 유병률이 각각 평균 1.9배 높았으며,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도 1.5배였다.

 지방간질환의 경우에는 같은 비교 조건에서 남성이 2.8배, 여성이 8.4배의 높은 유병률 차이를 나타냈다.

체질량지수에 따른 비만 동반 질환 위험도

 전체적으로 보자면 비만은 국내 성인 약 1천700만명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이면서 2형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심혈관계 질환 등 200여 종의 합병증 위험을 증가시키는 연결고리라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허양임 교수(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는 "비만은 주요 건강 위험 요인으로 알려진 음주, 흡연보다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개인의 의지 및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비만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인식 개선을 위해 이제는 비만병으로 부르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이에 더해 '고도비만'이라는 표현 역시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의학 용어가 아닌 만큼 BMI 기준에 맞춰 3단계 비만병(35㎏/㎡ 이상)으로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비만병이라는 용어가 폭넓게 사용되면 자칫 비만이 개인의 잘못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사회적 차별을 심화하거나 되레 비만 치료에 대한 거부감을 갖게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비만을 비만병으로 부르려면 의료 서비스 개입이 필요한 비만 진단 기준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예컨대 1단계 비만의 경계선에 해당하는 체질량지수 25㎏/㎡인 경우에도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국대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는 "오래전 당뇨병을 당뇨로만 지칭하다가 '병'자를 붙인 후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비만도 비만병으로 명칭을 바꿔 이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정부와 의료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비만의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는 등의 과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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