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주변 녹지공간, 수면건강에 영향 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 전국 109만명 분석…"도시 녹지수준 높을수록 수면장애 감소 효과"

 우리나라에서 수면장애로 진료받는 환자는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집계한 통계를 보면, 2018년 85만5천25명이던 수면장애 진료 환자는 지난해 109만8천819명으로 28.5%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이 7.8%나 된다.

 하지만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수면장애 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건강상의 문제다. 만성적인 기저질환이나 급성기 질환, 불안감·우울감·스트레스 등이 있는 사람은 수면장애가 생길 확률이 그만큼 더 높아진다.

 다음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잠자리의 내외부 환경이다. 집 안팎의 조명이나 소음, 대기오염, 날씨 등이 해당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 연구팀은 2011∼2018년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지역사회건강조사에 참여한 172만7천273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주거지 주변의 녹지 수준과 수면 박탈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10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환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하루 5시간 미만 수면을 '강한 수면박탈', 5∼6시간 수면을 '약한 수면박탈'로 각각 정의하고 주변 녹지 수준에 따른 수면 시간을 분석했다.

 녹지 수준은 인공위성을 통해 식물의 밀도를 측정하는 '식생강화지수'(EVI, Enhanced Vegetation Index)와 '정규식생지수'(NDVI,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 2가지가 사용됐다.

 이 결과, 녹지 수준이 높은 지역에 살수록 강한 수면박탈과 약한 수면박탈 모두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연구팀은 집 주변 녹지공간이 늘어 식생강화지수와 정규식생지수가 각각 0.12, 0.19 상승할 때마다 강한 수면 박탈과 약한 수면 박탈 모두 0.04%씩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녹지 수준 증가에 따른 수면박탈 감소의 연관성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지역에서만 관찰됐고,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 지역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도시지역의 녹지공간은 주민들의 여가 활동 및 사회 활동을 지원하는 데 활용되고, 대기오염 등을 막아줌으로써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로 이어지지만, 농촌지역의 녹지공간은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숲과 농지 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과 호주에서 이뤄진 연구와도 일맥상통한다.

 미국에서 도시지역 성인 25만5천171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역학) 연구에서는 녹지 공간에서 먼데 사는 사람일수록 수면 부족을 겪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호주 연구팀이 25만9천319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주변 녹지 공간 이용률이 80% 이상인 그룹이 20% 수준인 그룹에 견줘 수면장애를 겪을 위험이 약 14% 낮았다.

 김호 교수는 "도심 속 녹지 공간이 수면에 도움이 되는 건강행동을 늘리는 한편, 대기오염이나 폭염 등의 환경적 요인에도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대규모 인구집단에서 확인한 연구 결과"라며 "향후 미래 도시환경 정책에서 녹지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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