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정착 관건은 법적인 보호장치"

"PA 간호사 제도화하고 간호사 진료행위 의료법에 명시해야"

 전공의들이 장기간 병원을 떠나면서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그 자리를 메꿀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전담간호사', '의료보조인력' 등으로 불리는 PA 간호사는 통상적으로 수술 보조, 검사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보조 등의 의료행위를 하는 간호사를 뜻한다.

 현재 전국 병원에서 약 1만명가량의 PA 간호사가 활동하고 있다는 게 의료계 추산이다.

 정부는 전공의 사직으로 병원 내 일손이 부족해진 상황에서 PA 간호사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지난 2월 27일부터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새로운 보건의료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하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는 보건의료기본법 제44조에 근거해 PA 간호사들이 실질적으로 의사 업무를 일부 대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에서 그동안 대법원 판례를 통해 간호사에게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사망진단,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등)를 제외하고, PA 간호사가 검사와 치료·처치, 수술, 마취, 중환자 관리에 걸쳐 할 수 있는 업무 기준을 새롭게 제시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복지부의 이런 기준에도 불구하고 PA 간호사가 의사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 자체가 법 적용에 따라서는 불법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업무를 위임하는 의사와 위임받는 간호사 모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논란이 되는 건 1969년에 제정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하 보특법)이다.

 이 법은 당초 의사나 한의사 면허가 없이 의료행위를 하던 이른바 '돌팔이 의사'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부정의료업자'에 대해 2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고 벌금형을 병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죄의 경중과 관계없이 일단 보특법 위반 혐의가 인정되면 징역형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PA 간호사가 수술이나 처치 등의 의료 행위에 해당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했다면 무면허 의료 행위를 '업으로' 한 것으로 여겨져 해당 간호사는 물론 병원장과 업무를 위임한 의사까지 보특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더욱이 해당 의사가 보특법으로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을 경우에는 의료법상 면허 결격 사유에 해당해 의사면허 취소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의사가 주도하는 진료 및 수술 행위에 PA 간호사를 보조 역할로 참여시키는 데 대해 보특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 제정 취지와 목적에서 벗어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의료 전문 변호사는 "의료법상 무면허 의료 행위 처벌은 전반적인 정상적인 의료 행위 속에서 일부 무면허자가 의료 행위에 참여한 경우에 적용되는 것"이라며 "보특법은 무면허자가 의료 행위를 처음부터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반복해서 실행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보특법 적용은 이런 법리에 맞게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PA 간호사 활용에 대한 수사기관의 법 적용에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PA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참여시켜 수십 차례 수술을 한 의사에게 단순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 행위) 혐의를 적용해 벌금형을 구형한 사례가 있는가 하면, 수술 몇 건에 PA 인력이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보특법을 적용한 사례도 발견된다.

 실제로 대법원은 지난 1월 어깨 회전근개 염증으로 찾아온 환자에게 체외충격파 시술을 한 간호사와 이를 지시한 의사에 대해 의료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했다.

 만약 복지부의 이번 지침을 적용한다면, PA 간호사가 근골격계 체외충격파 시술을 하는 것은 의료지원 행위에 해당해 문제가 없는데도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이런 문제를 해소하려면 향후 PA 간호사를 제도화하는 작업과 함께,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 행위를 의료법에 명시하는 등의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이지아 경희대 간호과학대 교수는 "의료지원 행위를 하는 PA 간호사에 대한 보호는 현재의 시범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의료법에 대한 보완도 함께 추진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환자 진료에 참여하는 의사와 전공의, 간호사가 각각의 행위에 대해 법적으로 보호받는 환경을 만들어 최선의 결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병원,한방

더보기
'생애 마지막 돌봄' 강화…서울시, 호스피스 병상 대폭 늘린다
지난해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가운데 서울시가 말기 환자 돌봄 수요에 대응하고 존엄한 생의 마지막을 돕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 확충에 나선다. 서울시는 서울시립 북부병원(중랑구 망우동) 호스피스 병상을 기존 25병상에서 54병상으로 확대 운영한다고 3일 밝혔다. 시는 기존의 일반 병동 1개를 전면 리모델링해 호스피스 전담 병동 29병상을 추가로 확보했다. 서울시 북부병원은 1·4인실, 임종실 등으로 구성된 25개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해왔으나 이번 리모델링을 통해 2·3인실 등 다양한 병실 형태를 확보하게 됐다. 이로써 시가 운영 중인 시립병원에는 총 145개 호스피스 병상이 확보됐다. 시는 이번 북부병원을 시작으로 서북병원 등 시립병원 전반에 걸쳐 79개 병상을 추가로 확보해 2027년까지 총 224개 호스피스 병상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공공병원 호스피스 병상 확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인력 구성, 심리·정서 지원, 가족 돌봄교육 등을 포함하는 통합형 완화의료 시스템을 제공하고 전 생애를 아우르는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동률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학회.학술.건강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