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암 세포를 말 그대로 '녹여 없애는'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기업 제넥신은 최근 TPD 기술의 한 종류인 바이오 프로탁(PROTAC) 플랫폼 기술 기업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의 흡수 합병을 결정했다.
제넥신은 이피디바이오의 TPD 기술력을 활용해 혁신 파이프라인(개발 중 제품)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우리 몸에 있는 약 2만 종의 단백질 중에 암 등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은 6천 개 정도로 알려졌다.
프로탁은 표적 단백질에 결합해 '유비퀴틴'이라는 단백질 '표지'를 붙인다.
이후 '프로테아좀'이라는 단백질 분해 물질이 해당 '표지'를 인식해 결합하면 단백질이 분해된다.
나아가 바이오 프로탁은 기존 항체 대비 10분의 1 크기의 작은 항체인 '나노바디'를 활용함에 따라 저분자 화합물에 기반한 기존 프로탁보다 다양한 종류의 표적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다고 제넥신은 설명했다.
TPD 기술에는 프로탁 외에도 오토탁(AUTOTAC) 기술도 있다.
오토탁 기술은 단백질 분해 효소가 들어있는 세포 내 작은 주머니 '리소좀'에 결합해 퇴행성 단백질 등을 '스스로 먹는' 자가 포식(autophagy) 작용을 일으키는 원리다.
이런 TPD 기술은 그간 기술로는 접근할 수 없던 단백질을 표적으로 해 치매·암 등 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특히, 단백질 기능과 확장을 억제하는 데 머무는 표적 치료제와 비교해 TPD는 표적 단백질 자체를 제거할 수 있어 진보한 기술이란 평가를 받는다.
'유도 미사일 항암제'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TPD의 장점을 결합한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도 차세대 신약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떠오르고 있다.
DAC는 원하는 부위의 암 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ADC의 특성을 활용해 세포 내 특정 표적에 TPD를 전달하는 원리다.
국내 기업들은 이 같은 TPD의 장점을 인식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TPD 연구 개발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자연과학 연구개발 기업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옛 프로테오반트)를 인수했으며, 올해 안에 TPD 파이프라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2022년 신약 개발 기업 핀테라퓨틱스와 TPD 기술 확보를 위해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생명공학 기업 오름테라퓨틱은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TPD 기반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 'ORM-6151'을 기술 이전한 바 있다.
계약 규모는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등 최대 1억8천만 달러(약 2천340억원)였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TPD 관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적 제약사 암젠은 2022년 미국 바이오 기업 플렉시움과 표적 단백질 분해 치료제를 발굴하기 위한 5억 달러 규모의 연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MSD는 지난해 미국 바이오 기업 'C4 테라퓨틱스'와 DAC를 공동 개발하기 위해 최대 25억 달러(약 3조3천억원) 규모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